[클래식비즈 민은기기자] “저는 정말 복 받은 사람입니다. 저의 우상이 매일 곁에 있어 행복해요. 앨범을 준비할 때 랑랑은 매일 스튜디오를 방문해 도와주고 응원해줬습니다. ‘엄마야 누나야’ ‘반달’ 등 한국 동요 2곡도 넣었어요. 어렸을 적에 엄마가 많이 불러준 노래들이죠.”
2019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39)의 결혼 소식은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신부인 지나 앨리스(27)가 한국계 독일 음악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랑랑의 이름에 묻혔지만 사실 앨리스는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다. 1994년 독일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4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10세 때 독일 비스바덴 국제 피아노 콩쿠르 입상, 12세에 뮌헨 주니어 피아노 대회 입상, 18세에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 등 나름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앨리스가 자신의 음악 세계를 담은 첫 앨범 ‘원더월드(Wonderworld)’를 오는 10일 발매한다. 그동안 ‘랑랑의 아내’, 그리고 올해 1월 태어난 아들의 ‘엄마’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이제 그런 꼬리표를 떼고 ‘피아니스트 앨리스’로서 항해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앨리스는 지난 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진행한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기자회견에서 생애 첫 앨범에 대한 소감과 남편 랑랑에 대한 마음 등을 털어놨다.
그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작곡가들이 만든 40여곡을 연주하는 것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발전할 수 있었고, 앞으로 무대와 프로젝트를 통해 ‘원더월드’를 보여줄 생각에 매우 기대된다”고 첫 앨범 발매의 기쁨을 전했다.
앨범에는 드뷔시 ‘달빛’을 비롯해 사티 ‘짐노페디 1번’, 브람스 ‘자장가’, 슈만 ‘트로이메라이’, 파헬벨 ‘캐논’, 쇼팽 ‘녹턴 2번’, 히사이시 조 ‘인생의 회전목마’, 자작곡인 ‘앙코르’ 등이 담겼다. 또 한국 동요와 중국 음악, 랑랑과 함께 연주한 브람스 ‘헝가리 춤곡 5번’과 ‘왈츠 15번’도 수록됐다.
앨리스는 앨범에 이렇듯 다양한 곡을 담은 것에 대해 “사람들의 서로 다른 경험과 감정을 들려주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브람스의 ‘자장가’를 언급하며 “엄마가 되고 나니 자장가의 중요성과 힘을 알게 된 것 같다. 앨범에는 자장가 같은 따뜻하고 온화한 곡들이 많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곡들이다”라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앨범을 통해 자신만의 원더월드를 찾고 안정을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에게 음악이 좋은 친구이듯 음악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면 좋겠다. 기쁨, 사랑, 슬픔 등 모든 감정을 음악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앨범에는 ‘엄마야 누나야’와 ‘반달’ 등 우리나라 동요 2곡도 수록돼 있다. 앨리스는 “어렸을 때 엄마가 많이 불러줘 한국 동요에 친숙하다”면서 “‘엄마야 누나야’는 따뜻함과 슬픔이 담긴 깊이가 있는 곡이고, ‘반달’은 따뜻하고 자연과 연결된 느낌인데, 마치 온 세상을 안아주는 듯하다. 두 곡 모두 ‘원더월드’라는 타이틀에 잘 어울리는 곡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들에게 한국 동요를 자주 들려주고 있다”며 “앨범을 준비할 때 아이가 (한국 동요를) 열심히 집중하며 들으며 좋아했다. 나중에 더 많은 곡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살진 않았지만 매년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과) 깊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은 따뜻하고 친숙하며, 저에게 큰 의미를 준다. 이번에 한국 음악을 앨범에 수록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함께한 랑랑은 “정말 열심히 준비한 앨범이다. 가장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 드리기 위해 수없이 많이 녹음했다”면서 “지나에게 이 앨범은 정말 중요하다. 들어보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라고 했다.
앨리스는 내년 2월 랑랑의 콘서트와 ‘원더월드’ 관련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또 6∼7월께는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내한 콘서트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변주곡을 연주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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