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빙에서 수모 당한 ‘레나타 테발디’ ‘아드리아나 르쿠르뢰르’

‘Renata Tebaldi’ ‘Adriana Lecouvreur’ 입력하면
‘성인콘텐츠’라는 표시와 함께 강제필터링 조치

박정옥 기자 승인 2022.01.13 10:08 의견 0
이탈리아의 유명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를 구글과 빙의 검색창에서 ‘Renata Tebaldi’라고 입력하면 ‘성인콘텐츠’라는 표시와 함께 성인인증 요구 버튼이 뜨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 캡처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이탈리아의 유명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와 프란체스코 칠레아의 오페라 ‘아드리아나 르쿠르뢰르’가 구글과 빙에서 수모를 당했다. 검색창에 ‘Renata Tebaldi’ 또는 ‘Adriana Lecouvreur’라고 입력하면 ‘성인콘텐츠’라는 표시와 함께 성인인증 요구 버튼이 뜨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글과 빙의 필터링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성인인증을 받지 않은 국내 이용자가 구글 검색창에 ‘Renata Tebaldi’ ‘Adriana Lecouvreur’라고 입력하면,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버튼 또는 링크가 표시된다. 검색 결과는 일부만 나오고 일부는 차단돼 가려진다.

이 두 검색어는 음란물 등 성인 콘텐츠와 전혀 관련이 없다. ‘Renata Tebaldi’는 이탈리아 출신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1922∼2004)고, ‘Adriana Lecouvreur’는 프란체스코 칠레아(1866∼1950)가 1902년에 작곡한 오페라 ‘아드리아나 르쿠르뢰르’다.

그러나 이 중 하나를 입력하면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되었습니다. 만 19세 이상의 사용자는 성인인증을 통해 모든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표시된다.

이런 검색결과 차단 상태를 풀고 모든 결과를 보려면 ‘선정적인 검색결과 필터’(세이프서치)를 해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내에서는 성인인증이 필수다.

마이크로소프트(MS) ‘빙’에서는 성인인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자가 검색창에 ‘adriana lecouvreur renata tebaldi’(모두 소문자)라고 치면 검색 결과에 아예 아무 것도 뜨지 않고 전면 차단된다.

이와 함께 “성인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 검색 결과를 필터링했습니다. 성인 인증을 하면 전체 검색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며, 성인 인증을 하려면 MS 계정에 로그인해야 한다는 안내와 함께 로그인 버튼이 뜬다.

MS는 이렇게 원천 차단을 하는 이유로 ‘거주 중인 국가 또는 지역의 유해 정보 차단 요구 사항’을 들었다. 즉 한국 규제 당국이 성인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엄격한 유해 정보차단 설정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구글과 빙 모두 PC를 쓰든 스마트폰을 쓰든, 언어를 한국어나 영어 중 어느 쪽으로 설정하든 이런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다만 첫 글자를 대문자로 입력하느냐 소문자로 입력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달라지는 경우는 있었다. 국내 검색업체들인 네이버, 다음, 줌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국내 규제기관 관계자들은 “우리가 금칙어 지정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검색어를 따로 설정해서 성인물로 지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하면서 포털별로 성인인증 여부가 다르게 뜨는 것은 포털이 지정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구글 코리아와 한국MS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이 자사 검색엔진의 특수한 필터링 기준에 따른 것인지 버그 탓인지 등 원인을 각각 본사에 문의했으나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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