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긴급대타로 빈필과 첫 협연...‘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 예술인들 잇단 공연취소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볼쇼 발레단 등 해외공연도 캔슬

민은기 기자 승인 2022.02.27 13:06 의견 0
뉴욕 카네기홀 빈필 공연에 대체자로 나선 조성진과 야닉 네제 세갱. ©조성진 트위터 캡처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긴급대타’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첫 협연을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출연이 전격 취소된 러시아 피아니스트를 대신해 무대에 섰다. 급작스러운 공연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연주를 선보인 조성진은 “잊지 못할 경험”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조성진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8시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빈필 공연에 협연자로 나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조성진은 지난 2017년 카네기홀에 데뷔했지만 빈필과의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날의 의미 있는 협연은 공연 하루 전에야 출연이 결정될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공연 당일 오전 카네기홀은 공연의 새 협연자로 조성진이 투입된다고 공지했다. 새 협연자를 공지한 것은 기존 연주자의 출연이 갑작스럽게 불발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공연에는 각각 러시아 출신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함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지지해 온 것이 알려지며 미국 내에선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트위터에 ‘취소 게르기예프(#CancelGergiev)’ 해시태그가 퍼졌고, 빈필의 인스타그램에도 친 푸틴 인사들의 출연을 취소하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빈필은 ‘게르기예프가 정치가가 아닌 예술가로 참여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다 무력 침공이 발생하고 국제 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24일 이들의 교체를 알렸다.

이에 따라 빈필 지휘는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의 야닉 네제 세갱이 맡게 됐고, 마추예프의 빈자리는 조성진이 채웠다. 카네기홀과 빈필은 “매우 촉박한 연락에도 오늘 밤 공연을 위해 베를린에서 와준 조성진에게 깊이 감사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한편 국제무대에서 러시아 예술인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사태 때문에 입지를 잃고 있다. 독일 뮌헨시는 이번 카네기홀 공연이 취소된 발레리 게르기예프에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 뮌헨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직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는 오는 7월로 예정된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공연을 전격 취소했다. 또한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한 러시아 태생의 세계적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도 덴마크 공연을 취소했다.

반면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인 러시아 옴스크 태생의 키릴 페트렌코는 베를린필을 대표해 이번 침공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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