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안종도(왼쪽)가 이끄는 ‘스튜디오 필립안’의 첫번째 문화융합 프로젝트 ‘페드르’가 오는 3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이날 공연은 프랑스배우 라파엘 부샤르의 모노드라마와 협업으로 펼쳐진다. Ⓒ에피파니모먼츠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피아니스트 안종도가 이끄는 ‘스튜디오 필립안(Studio Philip An)’은 첫번째 문화융합 프로젝트 ‘페드르(Phèdre)’를 지난 3월 7일 독일 엘브필하모니에서 첫선을 보여 큰 호평을 받았다. 이에 앞서 2월 24일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오픈 리허설을 진행했는데, 행사에 참석한 저명한 현대 음악 작곡가 카롤 베파는 “아름다운 대사와 섬세한 음악이 빚어내는 또 다른 새로운 예술적 언어”라고 평가했다.

화제의 공연 ‘페드르(Phèdre)’가 오는 3월 25일(금)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한국 관객을 만난다. 한국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한국·프랑스 합작 프로젝트 ‘페드르’는 17세기 프랑스 고전 비극의 정수인 장 라신의 희곡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여기에 장 필립 라모의 음악을 더해 탄생한 작품이다.

‘페드르’는 아테네의 왕비 페드르가 의붓아들 이폴리트를 연모하는 마음으로 인해 파국을 맞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도 터부시되는 파격적인 소재다. 인간으로서 갖는 개인의 감정과 한 사회에 소속되어 있는 구성원으로서 발생하는 도덕적 충돌· 혼란스러움 속에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 명작이다.

피아니스트 안종도(왼쪽)가 이끄는 ‘스튜디오 필립안’의 첫번째 문화융합 프로젝트 ‘페드르’가 오는 3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에피파니모먼츠


라신과 같은 시대에 활약했던 작곡가이자 프랑스 바로크 음악 역사를 완성한 장 필립 라모의 ‘하프시코드 모음곡’은 연극과 더불어 작품의 스토리를 풀어가며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전달한다. 특히 라모가 말년에 처음 작곡한 오페라 ‘이폴리트와 아리시’는 라신의 ‘페드르’ 원작을 모티브로 작곡되었을 정도로 라모와 라신의 연결고리는 깊다.

2022년 재탄생하는 ‘페드르’는 시에 가까운 라신의 원작을 현대적인 언어로 각색해 모노드라마로 무대화하고 라모의 음악과 결합해 감정의 힘을 극대화한다. 예술감독으로서 총연출 및 각색에도 참여한 안종도의 지휘 아래, 집필과 공동연출을 맡은 프랑스 극작가 클레멍 카마르 메르시에는 라신이 살던 17세기 사회 시각으로 표현된 페드르를 21세기 가치가 깃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현대적 여성상으로 제시한다.

프랑스에서 연극, TV 드라마, 영화 작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최근 페드르 역으로도 극찬을 받고 있는 배우 라파엘 부샤르가 모노드라마를 펼치고, 바로크 음악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깊은 연주자 안종도가 함께 무대에 올라 라모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모음곡들 중 ‘프렐류드(Prélude)’ ‘암탉(La Poule)’ ‘이집트 여인(L'Egyptienne)’ 등을 연주하며 페드르의 극적인 심리를 대변하고 증폭시킨다. 이 밖에 충북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이자 라신 및 프랑스 문학 권위자인 조만수가 한국어 번역으로 참여한다.

작품이 탄생한지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7세기의 고전이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연출과 피아노 연주를 맡은 안종도는 “고전이 우리 삶에서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새로운 해석과 형식으로 거듭나고 예술적 교감을 나누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음악극 ‘페드르’가 바로 그 일환이고, 시대적 억압이 내포된 비극적 주인공에서 벗어나 사랑과 자유를 갈망하는 진취적인 여성상을 선보임으로써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수많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현대적으로 그려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울림을 주고 깊은 여운을 선사할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안종도와 프랑스 배우 라파엘 부샤르가 무대에 오르는 한국·프랑스 음악극 ‘페드르’의 티켓은 5만~7만원. 예매는 예술의전당 또는 인터파크티켓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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