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임동민 선생님하고 함께 공연해 너무 행복해요. 앞으로 음악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임동민 선생님처럼 기쁨을 주고 싶어요.”--바이올린 전공 이한형(16)
“곡을 많이 준비해서 힘들기도 했지만 뷰티플마인드 언니, 오빠,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이랑 같이 해서 좋았어요. 뷰티플마인드에서 재미있게 좋은 음악 많이 배우고 계속 함께 하고 싶어요.”--첼로 전공 박유림(19)
한형이와 유림이에게 4월 2일은 못잊을 날이 됐다. 두 사람이 단원으로 있는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Beautiful Mind Orchestra)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피아니스트 임동민과 호흡을 맞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연’를 펼쳤다.
이들은 국립극장이 마련한 무장애(barrier-free) 공연 ‘함께, 봄’에서 바이올린과 첼로 파트를 맡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2번 A장조 K.414’를 연주했다. 지난 4개월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관객 모두에게 뭉클한 감동을 한아름 안겨줬다.
1악장과 3악장은 모든 단원들이 연주에 참여했지만,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2악장은 그동안 학생들을 지도해온 선생님들만 연주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꾸준한 노력과 성장 속도라면 머지않아 2악장도 거뜬히 소화하리라.
무대에는 아예 포디움(지휘대)이 없었다.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는 장애인 및 소외계층 아동·청소년 42명으로 구성돼 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6명이고, 발달장애인도 27명이다.
지난 2010년부터 13년간 음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원숙 지휘자는 로시니 오페라 ‘윌리엄 텔’ 서곡을 지휘하면서, 한곳에 서있지 않고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옮겨 다녔다. 시각장애·발달장애인들이 많은 까닭에 바로 연주자 앞에서 온몸으로, 때로는 목소리로 지시해야하기 때문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반 공연보다 서너배 더 지휘가 힘들다.
공연 타이틀인 ‘함께, 봄’의 ‘봄’은 사계절 중 첫 계절로서의 의미와 ‘무언가를 보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았다. 음악가를 꿈꾸는 장애인과 소외계층이 ‘함께’ 무대에 서며 장애인·비장애인의 경계를 넘어 ‘함께’ 따뜻한 ‘봄’을 느끼고, 가로막는 장벽 없이 ‘함께 보자’는 의미다.
뷰티플마인드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원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실내악곡으로 작곡된 피아졸라의 ‘망각’을 기타가 메인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앙상블 버전으로 선보였다. 봄의 시그니처곡으로 유명한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은 시각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김종훈이 솔로이스트로 나와 역시 앙상블로 선사했다.
멘델스존의 ‘콘서트 피스 2번 Op.114, 3악장’은 선생님과 제자가 함께 무대에 올라 3대의 클라리넷(김정태·김범순·엄희준)이 연주를 리드했다. 영화 ‘건축학 개론’ ‘올드보이’ 등에서 음악감독으로 활약한 작곡가 이지수의 ‘K.new’는 김태욱의 가야금 연주가 더해져 짧은 현대사 속에서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어 낸 대한민국의 아름답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임동민은 앙코르곡으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는 ‘오버 더 레인보우’를 선사했다.
이번 ‘함께, 봄’ 공연은 배리어 프리답게 장애인을 위한 꼼꼼한 배려가 돋보였다. 시각 장애인들의 공연 관람에 가장 큰 장애 요인인 소리의 장벽을 극복하고자 배우 김호진이 모든 곡을 친절하게 해설했다. 수어 해설도 곁들여 김호진의 설명을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영상이 무대 양옆 화면으로 바로 송출됐다. 연주가 시작되면 곡의 흐름, 연주 상황 등 수어로 전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눈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공연 시작 전 미리 사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1층 6개, 2층 4개, 3층 4개의 출입구 위치를 청각만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우스 어셔들이 박수소리로 안내했다. 관객석의 조명도 암전 없이 진행됐다. 공연장 내에 점자 안내지를 배치하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사전 예약 셔틀버스 운행, 보조 휠체어 배치 서비스 등 장애인 공연 관람 접근성을 낮췄다. 또한 프로그램북에도 점자를 새겨 넣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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