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1주일’ 바로크 음악으로 물든다...제25회 국제고음악제 9월16일 개막

우주의 탄생과 조화·역대 음악감독 4인 공연 등
‘영원한 빛’ 주제로 다채롭고 독특한 라인업 구성

민은기 기자 승인 2022.09.14 16:35 의견 0
제25회 춘천국제고음악제가 오는 9월 16일부터 23일까지 7일간 국립춘천박물관, 춘천시청, 춘천교구 애막골 성당에서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열린 제24회 춘천국제고음악제 개막공연 모습. ⓒ춘천국제고음악제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호반의 도시’ ‘낭만의 도시’ 춘천이 1주일 동안 바로크 음악으로 물든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더 먼 과거의 음악만을 연주해온 춘천고음악제는 올해도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팬들을 찾아온다.

제25회 춘천국제고음악제가 오는 9월 16일부터 23일까지 7일간 국립춘천박물관, 춘천시청, 춘천교구 애막골 성당에서 열린다.이번 음악제는 ‘룩스 에테르나(Lux Aeterna)’라는 주제로 ‘영원한 빛’이 앞으로 뻗어 나간다는 의미와 기원을 담아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고음악이란 통상적으로 중세시대부터 바로크시대까지의 서양음악을 의미한다. 그 유구한 역사 속 음악은 오늘날의 음악과 개념차이가 크다. 하나의 예술 장르로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수학, 철학 등이 모두 결합된 하나의 학문이었다. 이런 고음악을 다루고 연주하는 정통적인 국내 음악제로서 25주년이라는 타이틀은 의미가 깊다. 그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이번 음악축제 기획의 중심을 잡았다.

고음악의 다양한 유형 중 공통적인 것은 리코더, 바로크 바이올린, 비올라 다 감바, 바로크 기타, 포르테피아노 등 당대의 사용했던 고악기 즉, 원전 악기들로 연주된다는 것이다.

국제음악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동안 해외에서도 많은 고음악 연주자들이 방문했지만, 여전히 코로나의 여파를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도 해외 활동을 잠시 멈추고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력파 연주자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고음악이 탄생한 그 시기 유럽에서는 우주와 인간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설명하기를 시도했다. 그러한 시대상을 고스란히 읽어낸 최현정 음악감독은 그때의 작품만을 줄지어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진정한 고민거리를 현대의 관점과 함께 풀어내 관객에게 선보인다.

제25회 춘천국제고음악제가 오는 9월 16일부터 23일까지 7일간 국립춘천박물관, 춘천시청, 춘천교구 애막골 성당에서 열린다. ⓒ춘천국제고음악제 제공


9월 16일(금) 개막공연은 ‘세계의 조화 21’이라는 주제로 더뉴바로크컴퍼니가 맡았다. 미디어아트와 협업해 우주의 탄생과 조화라는 메시지를 음악과 영상으로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연주곡은 바로크 시대 작곡가 장 페리 르벨의 ‘원소’다. 우주의 탄생과 물, 불, 흙, 공기와 같은 원소를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어 우주로 여행을 떠나는 행성 시리즈의 음악이 연주된다. 바로크 음악과 더불어 사운드 아티스트의 전자음악 두 곡이 함께 편성돼 방대하고 넓은 우주를 더욱 실감 나게 경험할 수 있다.

9월 17일(토) 무대는 올해 음악축제의 전체 테마인 ‘룩스 에테르나’를 그대로 공연 제목에 담아낸 공연으로 이번 축제 프로그램 중 가장 핵심적인 콘서트다. 바로크 시대를 보통 1600년에서 1750년까지로 보는데 이 시기 춘천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주목해 보았더니 올해로 탄생 300주년을 맞은 춘천 출신의 문인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추월 남옥(1722~1770) 선생이다. 그는 매화가 피기 전부터 봉우리를 터뜨려 개화했을 때, 만개했을 때, 또 지고 난 다음까지를 세밀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남겼다. 매화에 관한 이런 한시가 음악제 주제인 영원한 빛과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됐고, 여러 연구자들의 도움을 얻어 구체적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됐다.

9월 20일(화) 2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공연으로는 총 4명의 역대 음악감독들(리코더 조진희, 소프라노 김호정, 하프시코드 김재연, 소프라노 오선주)이 꾸민다. 국내 고음악계를 이끌어온 이들 연주자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춘천시청에서 ‘빛의 선구자들’이란 타이틀로 공연한다. 25주년을 맞이하기까지 감독들의 특별한 헌신과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그들의 이야기와 음악을 들어보는 자리다.

9월 21일(수)에는 새로운 연주자와 새로운 연주 단체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라이징 스타’를 준비했다. 관객들에게 새로운 연주자를 알리는 뜻 깊은 무대로 카운터테너 장정권과 포르테피아노 연주자 최한영이 나온다.

9월 23일(금) 폐막공연은 바흐의 작품만으로 구성된다. 바흐 음악에는 신에 대한 경외가 잘 드러나 있으며 역설적으로 인간의 존재도 뚜렷하게 부각 된다. 그 음악이 지닌 끝도 없는 깊이가 우리가 사는 이 우주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우주, 우리의 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개막공연에서는 우주의 탄생과 행성들의 음악이 연주되었다면 폐막공연에서는 ‘무한성의 음악 바흐(Infinity Music of BACH)’라는 주제로 인간의 세상, 즉 지구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최현정 음악감독은 “25주년을 맞은 춘천국제고음악제는 하나의 큰 사이클로 구상됐으며 무엇보다 바흐의 작품이 품고 있는 음악의 무한성이 음악제의 큰 주제인 ‘룩스 에테르나’ 즉 ‘영원한 빛’과 맞닿아 있기에 큰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미디어아트와 음악의 접목, 우주여행이라는 스토리, 고음악이 가진 심연과 같은 깊이와 초월성, 그리고 춘천. 이 메시지들을 정연하게 풀어내어 기존의 관객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새로운 관객에게는 흥미롭고 진지한 예술의 세계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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