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로자코비치 “나를 가장 잘 드러내는 바흐 샤콘느로 한국 첫 리사이틀”

10월4일 브람스·이자이·프랑크 곡으로 프로그램 구성
‘카피 연주’ 하지 않으려 음악 그 자체에 집중 연구
에릭 클랩턴·쳇 베이커 등 들으며 쉬는 시간 힐링

박정옥 기자 승인 2022.10.02 10:21 의견 0
스웨덴 출신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가 10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한국 단독 리사이틀을 연다. ⓒ빈체로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바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독주 바이올린을 위해 쓰인 그의 ‘샤콘느’는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에요. 바흐를 공부하면 그야말로 에브리싱(everything), 즉 모든 걸 찾을 수 있어요.”

스웨덴 출신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가 10월 4일(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한국 단독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지난 28일 공연기획사 빈체로를 통한 사전 인터뷰에서 바흐와 샤콘느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팬들을 만날 설렘과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다. 2017년 통영에서 열린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협연자로 나서 한국 팬들과 처음 인사했다. 아주 짧았던 투어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이번 서울 공연은 독주회인 만큼 바흐의 샤콘느를 비롯해 브람스와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들려준다. 로자코비치가 2019년 DG를 통해 발매한 앨범 ‘차이콥스키: 오직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를 함께 녹음한 피아니스트 스타니슬라프 솔로비에프가 반주를 맡는다.

로자코비치는 올해 21세다. 약관(弱冠)을 갓 넘긴 나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섬세한 감정선과 유려한 테크닉이 강점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바이올린이 표현해낼 수 있는 최상의 화려함과 깊이 있는 로맨틱함이 돋보이는 곡을 초이스했다.

스웨덴 출신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가 10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한국 단독 리사이틀을 연다. ⓒ빈체로 제공


2001년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로자코비치는 바이올린 공연을 처음 보자마자 한눈에 바이올린과 사랑에 빠졌다. 7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2년 만에 협연 무대로 데뷔하며 일찍이 신동으로 불렸다. 그의 이름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16년이다.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 주니어 부문 2위(2014년),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 콩쿠르 우승(2016년)에 이어 15세의 나이로 넘버원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의 최연소 아티스트로 계약한 것. 될성부른 떡잎은 이렇게 최고의 상징인 ‘노랑 딱지’를 꿰차게 됐다.

로자코비치는 먼저 ‘아이 러브 바흐’를 고백했다. 2018년 데뷔 앨범에도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샤콘느를 수록했다. 첫 음반에 바흐를 넣는 경우는 드문데 과감히 도전한 것이다. 이 음반은 프랑스 아마존차트와 독일 음반차트 클래식 부문 1위에 올랐다.

“바흐의 음악은 아이디어와 창의성의 바다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차원과의 연결고리기도 하고요. 바흐를 첫 음반에 담는 것이 제가 누구이며 어떤 음악을 하는 연주자인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카피(copy) 예방법’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도 털어왔다. 빅콘서트나 녹음이 예정된 작품들을 레코딩을 들으며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무래도 자주 들으면 ‘베껴 연주하기’의 위험성이 있다. 그는 “물론 음반을 듣지만 다른 사람의 음반을 제 음악에 사용하지 않는다”라며 “주로 하모니나 악보, 음악 그 자체를 통해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곡가의 다른 훌륭한 작품들도 많다. 바이올린 곡이 아닌 (피아노, 첼로, 플루트 등) 다른 악기를 위한 작품을 들으면서 공부한다”고 덧붙였다.

로자코비치는 클래식 곡을 연습하는 시간 외에는 흘러간 팝과 록 음악을 즐겨 들으며 힐링한다고 밝혔다. “1960~1970년대 음악을 좋아해요. 가끔 록 음악도 듣고요. 에릭 클랩턴, 지미 헨드릭스, 프랭크 시내트라, 쳇 베이커 등 너무 많은 음악가가 있죠. 실험적인 음악도들어요.” 좋아하는 대중음악가의 목록을 계속 이야기할 수 있지만 길어질 것 같으니 이제 그만 하겠다며 웃기도 했다.

스웨덴 출신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가 10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한국 단독 리사이틀을 연다. ⓒ빈체로 제공


코로나가 거의 끝나가고 있지만 그도 팬데믹에 따른 연주 스톱의 힘든 시기를 겪었다. “책을 읽고, 레퍼토리를 탐색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무대가 언제 다시 시작될지 아무도 몰랐잖아요. 오랜만에 보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던 부분도 있었어요.” 부정적 생각 대신에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긍정 마인드가 읽혀졌다.

이번 공연에선 바흐, 브람스, 이자이, 프랑크의 곡을 선보인다. 특히 이자이 바이올린 소나타 5번,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그동안 앨범으로 녹음하지 않았던 작품들이라 더욱 기대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음악적으로 영감을 받은 독일(바흐, 브람스) 음악과 아름답고 창조적인 프랑스(이자이, 프랑크) 음악 두 부분으로 짜여져 있어요. 네 작품들은 드라마틱한 측면에서도 구조적으로도 잘 어우러져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묶었어요.”

그는 2020년에 세 번째 음반을 발매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협주곡 중 하나인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담았다. 앞으로도 여러 녹음이 예정돼 있다며 “멋진 녹음 프로젝트들이 곧 공개될 예정이니 기다려주세요”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한국 관객을 만나기 전 들뜬 마음도 드러냈다. “(2017년 통영에서) 한국 관객 특유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많은 젊은 관객을 볼 수 있는 일은 정말 드물거든요. 특별한 경험이죠. 이번에 서울을 처음으로 방문하는데 너무 신나요.”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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