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물에 잠긴 세계...현대무용 거장 아크람 칸의 ‘정글북’ 온다
LG아트센터 11월18·19일 공연...환경문제 예리하게 표현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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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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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현대 무용계의 거장 아크람 칸의 최신작 ‘정글북: 또 다른 세계(Jungle Book reimagined)’가 찾아온다. 러디어드 키플링의 고전 소설 ‘정글북’(1894)을 무용극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는 지난 4월 영국에서 초연 후 유럽 전역을 투어하고 11월 LG아트센터 서울(18~19일)과 대전예술의전당(23~24일)에서 국내 관객을 만난다.
아크람 칸은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 출연하고 배우 줄리엣 비노쉬, 발레리나 실비 길렘 등과의 협업으로도 잘 알려진 세계적 안무가다. 2007년 실비 길렘과 함께한 ‘신성한 괴물들’, 2009년 줄리엣 비노쉬와 함께한 ‘in-i’를 LG아트센터에서 선보여 한국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2011년 ‘버티컬 로드’, 2014년 솔로 작품 ‘데쉬’를 공연하며 호평을 받았다.
‘정글북 : 또 다른 세계’는 아크람 칸의 안무작 중 다섯 번째로 내한하는 작품이며, ‘제노스(Xenos)’를 마지막으로 무용수를 은퇴한 그가 연출자로 나선 첫 번째 작품이다.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파리 테아트르 드 라 빌, 인터내셔널 시어터 암스테르담, 리옹 메종 드 라 당스,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등 전 세계 주요 공연장들이 공동 제작으로 참여했다.
가까운 미래,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 도시가 물에 잠긴다. 가족을 잃고 바다에 조난당한 한 소녀가 해안으로 떠밀려와 늑대 무리에게 발견된다. 그곳은 동물들이 인간들의 도시를 점령한 또 다른 세계. 소녀는 동물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모글리’라는 새 이름을 얻는다.
10세 때 현대 연극의 전설인 피터 브룩 연출한 ‘모글리의 모험(The Adventures of Mowgli)’에 출연하기도 했던 아크람 칸은 동화 ‘정글북’을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무용극으로 재탄생시켰다.
아크람 칸이 터릭 조던, 샤론 클라크와 새롭게 쓴 이야기는 녹음된 내레이션과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10명의 무용수들은 늑대, 원숭이, 곰, 뱀 등의 특징을 담은 움직임으로 각 동물들의 캐릭터를 절묘하게 표현해낸다.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크람 칸의 전작 ‘데쉬’에도 참여했던 이스트컬처의 애니메이션이다. 심플한 하얀 선으로 그려진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은 기후 변화로 무너지는 도시들부터 무대를 가득 채우는 새떼의 움직임, 모글리와 코끼리가 교감하는 모습들까지 표현한다. 아크람 칸은 무대에 물리적인 세트를 최소화하고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애니메이션, 대담한 안무와 영민한 연출로 경이로운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아크람 칸은 기후 위기에 쉬운 해결책이 있는 것처럼 낙관적으로 포장하는 대신, ‘정글북: 또 다른 세계’를 통해 현 세대와 다음 세대가 함께 대화할 기회를 제공한다. 기후 위기로 황폐해진 세계를 물려받은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모글리의 여정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kim67@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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