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에크만이 안무한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해머’가 오는 11월 LG아트센터서울 무대에서 선보인다. ⓒLG아트센터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현재 세계 유수의 극장과 무용단으로부터 가장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1984년생)이 유럽 현대무용의 최전선을 달리는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Göteborgs Operans Danskompani)와 함께 오는 11월 LG아트센터서울 무대에서 ‘해머(Hammer)’를 선보인다.
‘해머’는 2022년 스웨덴의 항구도시 예테보리에서 초연된 에크만의 최신작이다.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레퍼토리 중에서도 매번 매진을 기록하는 대표 인기작 중 하나다. LG아트센터서울 공연 역시 매진되며 그 인기가 한국에서도 유효함을 보여주고 있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현대무용단인 쿨베리 발레단에서 21세라는 이른 나이에 안무가로 데뷔하고 곧이어 네덜란드 댄스 씨어터, 로열 스웨덴 발레단, 그리고 파리 오페라 발레단 등 세계적인 무용단들과 연이어 화제작을 만들고 있는 알렉산더 에크만.
그의 작품은 파격적인 비주얼로 관객들에게 그야말로 비주얼 쇼크를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대 위로 4만개의 녹색 공을 쏟아낸 ‘PLAY’(파리 오페라 발레단), 5000리터의 물로 무대에 호수를 구현한 ‘백조의 호수’(노르웨이 국립 오페라 발레단), 볏짚을 던지고 휘두르며 북유럽 하지의 환상과 악몽의 경계를 넘나든 ‘한여름 밤의 꿈’(로열 스웨덴 발레단) 등 파격적이고 압도적인 무대를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알렉산더 에크만이 안무한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해머’가 오는 11월 LG아트센터서울 무대에서 선보인다. ⓒLG아트센터 제공
알렉산더 에크만이 안무한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해머’가 오는 11월 LG아트센터서울 무대에서 선보인다. ⓒLG아트센터 제공
알렉산더 에크만이 안무한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해머’가 오는 11월 LG아트센터서울 무대에서 선보인다. ⓒLG아트센터 제공
데뷔 초 이미 ‘천재 안무가’라는 찬사를 얻은 그는 대담한 비주얼과 형식을 파괴하는 접근, 무대와 기술의 융합을 통한 실험적인 시도 등으로 단순한 안무가를 넘어 하나의 스타일을 창조한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는 북유럽을 대표하는 최정상급 무용단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2023년 LG아트센터서울 첫 내한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디올 패션쇼와 에어팟 광고의 안무로도 잘 알려진 두 거장, 다미안 잘레와 샤론 에알의 신작을 통해 폭발적인 기량과 환상적인 미장센으로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하늘에 띄운 연처럼 경사로를 질주하는 역동적인 무대(다미안 잘레 ‘Kites’), 해진 레이스를 입고 발끝으로 선 채 기괴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장면(샤론 에얄 ‘SAABA’) 등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번에 내한하는 ‘해머’는 에크만 안무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펙터클은 물론 장르의 경계, 관객과의 경계를 넘나들며 라이브 씨어터의 경험을 확장한다. 30여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압도적인 군무, 힙스터 같은 무용수들이 뒤흔드는 예측불가한 퍼포먼스, 여기에 더해지는 웅장한 조명과 화려한 스타일링, 미칼렌 칼슨의 음악 등은 시청각적 효과를 절정으로 이끈다.
알렉산더 에크만이 안무한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해머’가 오는 11월 LG아트센터서울 무대에서 선보인다. ⓒLG아트센터 제공
알렉산더 에크만이 안무한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해머’가 오는 11월 LG아트센터서울 무대에서 선보인다. ⓒLG아트센터 제공
알렉산더 에크만이 안무한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해머’가 오는 11월 LG아트센터서울 무대에서 선보인다. ⓒLG아트센터 제공
그리고 이런 대담한 안무를 ‘세계 최정상급 퍼포먼스’라는 평을 듣고 있는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가 탄탄하게 구현한다.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압도적인 기량은 지난 내한 공연을 통해서도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서른 명의 무용수들이 무대를 질주하며, 잘 단련된 신체가 보여주는 완성도와 시각적 쾌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내한에는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명의 한국인 무용수 김다영(2023년 입단)과 정지완(2024년 입단)이 함께한다. ‘현대무용의 현재는 여기 있다’고 자신 있게 외치는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와 에크만의 자신 있는 만남이 ‘해머’를 통해 완성도 높게 구현될 예정이다.
‘해머’는 에크만이 그리스의 한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그는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들던 젊은 관광객들 중 한 사람이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하자, 모두가 자연스러운 척하려 애쓰지만 점점 카메라를 의식하며 분위기가 달라지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전에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연예인 등 소수의 특권이었다면, 이제는 핸드폰을 가진 개개인 모두가 연출된 모습을 자신의 일상이라며 SNS에 전시하는 현 시대에 에크만은 ‘진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해머’는 스크롤을 넘기는 SNS 화면처럼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날카로운 풍자로 폐부를 찌르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일종의 순환을 제시하는 듯한 ‘해머’는 타인과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며 살아가는 것이 미덕이었던 히피 시대로 시작해, 모두가 카메라를 손에 들고 스스로 감시당하는 현대 시대로 넘어온다.
타인의 시선과 극도의 개인주의에 갇힌 이들은 결국 허상뿐인 화려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누구나 카메라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핸드폰을 무기 삼아 고도의 에고이즘으로 무장한 시대, 우리는 어떻게 타인과 다시 교감할 수 있을지 에크만이 제시하는 해답을 들어보자.
‘해머’는 11월 14일~16일 LG아트센터 서울 LG SIGANTURE 홀에서 공연된 후, 11월 21일~22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kim67@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