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년 러브스토리 공개한 조수미 “첫사랑 애틋함 잊히기 전에 앨범 냈죠”

3년만에 신작 앨범 ‘사랑할 때’ 발매
전통 성악창법 배제한 쉬운 노래 선사

박정옥 기자 승인 2022.12.07 11:44 | 최종 수정 2022.12.07 12:33 의견 0
소프라노 조수미가 6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가진 새 앨범 ‘사랑할 때(in LOV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SMI엔터테인먼트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대학교 1학년 때였어요. 남자친구와 첫눈이 내리면 경복궁에서 무조건 만나기로 약속을 했어요. 어느 날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배가 고파 밖에 나갔더니 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더라고요. 아차 싶어 서둘러 경복궁으로 달려갔는데 남자친구는 없고.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하도 안 나타나니까 그 친구는 집까지 찾아와 눈을 맞으며 몇 시간을 기다렸던 거였어요. 지금 이 나이가 되도록 첫사랑, 첫눈의 강렬함과 애틋함은 잊을 수가 없네요. 그런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국민 소프라노 조수미가 새 앨범 ‘사랑할 때(in LOVE)’로 돌아왔다. 2019년 ‘마더’ 발매 후 3년 만에 신작 음반을 선보인 것. 제목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사랑하는 시간’을 주요 테마로 내세웠다. 앨범을 홍보하기 위해 자신의 러브 스토리를 살짝 공개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6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가진 새 앨범 ‘사랑할 때(in LOV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SMI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6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가진 앨범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이번처럼 정성과 사랑, 관심을 갖고 준비한 앨범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인생에는 다 때가 있는데, 내 첫사랑의 감정을 다 잊어버리기 전에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워너뮤직코리아에서 발매한 새 앨범에는 후배 뮤지션들과 힘을 합쳐 가요, 크로스오버, 가곡을 아우르는 다양한 곡을 담았다. 전통적인 성악 창법을 가급적 배제하고 가사의 의미가 청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썼다.

깊은 감정과 서정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마중’을 시작으로, 첼리스트 홍진호와 합을 맞춘 ‘연’, 재즈 스타일로 편곡한 김효근의 가곡 ‘눈’, 도종환의 시에 멜로디를 붙여 노랫말을 살린 ‘흔들리며 피는 꽃’,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과의 듀엣곡 ‘첫사랑’ 등 11곡이 수록됐다.

피아니스트 송영주, 지휘자 최영선, 소프라노 조수미,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 해금연주자 해금나리(왼쪽부터)가 6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가진 새 앨범 ‘사랑할 때(in LOV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MI엔터테인먼트 제공
피아니스트 송영주, 지휘자 최영선, 소프라노 조수미,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 해금연주자 해금나리(왼쪽부터)가 6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가진 새 앨범 ‘사랑할 때(in LOV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SMI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리 가곡을 많이 어려워하시는 걸 느꼈기에 편곡이나 창법에서 가까이 두고 자주 찾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방황도 했고 어려운 결정도 있었는데, 제 모든 혼과 열정을 쏟아 부어 만든 자랑스러운 앨범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음악적으로 난해하거나 해석이 어려운 곡들을 배제하고, 클래식하면서도 크로스오버의 특징이 강한 한국 노래들을 담았다. 조수미는 자신의 앨범을 ‘휴가’에 비유했다. 그는 “쉬고 편안할 때 찾는 선물 같은 음악, 스트레스나 힘든 일이 있을 때 힐링을 줄 수 있는 음반을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해금 등 전통악기부터 재즈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전자음악에 이르기까지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악기 구성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줬다. 수록곡들의 작곡 시기는 1980년대부터 올해까지 40여 년에 걸쳐 있고, 대부분 생존 작곡가들의 곡들이다.

조수미는 우리말로 부른 노래들의 매력을 강조하면서 한국어가 가진 애절하고 관능적이며 다양한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어로 노래할 때 사랑의 느낌이 많이 가는 건 사실이지만 이건 성악가로서의 입장이고, 사랑한다는 느낌은 우리말이 최고지요. 전 세계 성악가들이 우리 가곡 우리 노래를 많이 불렀으면 합니다.”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이 6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가진 조수미 새 앨범 ‘사랑할 때(in LOV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SMI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수미는 앨범뿐만 아니라 연말 무대에서도 팬들을 만난다. 오는 22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세계적인 바리톤 토마스 햄슨과 듀오 콘서트 ‘아트 송즈’를 연다. 조수미는 2부에서 바흐, 드뷔시, 사라사테, 샤브리에 등의 곡들을 선보인다.

이튿날인 23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음반 수록곡들을 선보이는 ‘조수미&프렌즈-In LOVE’ 콘서트를 연다. 앨범에 참여한 첼리스트 홍진호,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 해금연주자 해금나리, 최영선 지휘의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도 함께 무대에 선다. 조수미는 이 공연의 연주료 전액을 사회 취약계층에 기부할 계획이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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