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란트 국립심포니 예술감독 “윤이상부터 진은숙까지...‘한국악파’ 음반 발표”

국립 명칭 변경 1주년 기자간담회
“국립악단 정체성 차근차근 세울 것”

민은기 기자 승인 2023.02.13 17:14 | 최종 수정 2023.02.14 08:16 의견 0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과 최정숙 대표이사가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국립심포니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내년 말쯤 윤이상부터 진은숙까지를 아우르는 한국의 음악적 초상을 담은 앨범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정확한 명칭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악파’ 음반이라고 할까요. 한국 음악의 중요한 작품들과 인상들을 하나의 음반에 담아 국립오케스트라로서의 정체성을 세우고, 미래 세대를 위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이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립 명칭 변경 및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한국을 넘어 세계 클래식계를 선도하는 오케스트라를 향해 첫 발을 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정숙 대표이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국립심포니는 지난해 많은 변화를 겪었다. 코리안심포니에서 국립심포니로의 ‘간판’ 변경을 통해 41년 동안 계속된 국립교향악단 부재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1년은 국립오케스트라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클래식 음악계의 바람을 면밀히 살폈다. 올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클래식계를 선도하는 첫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가장 눈길이 가는 작업은 2024년도 말쯤 ‘한국 현대음악에 대한 오마주’를 주제로 한 기획 음반 녹음이다. 유명 레이블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에 한국 음악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겠다는 목표다.

라일란트 감독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많이들 궁금해 하니 살짝만 공개하겠다”며 입을 뗐다. 그는 “윤이상부터 시작해 오늘날 가장 명망 있는 작곡가인 진은숙까지를 다룰 예정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뿐 아니라 발굴하거나 조명해야할 작곡가와 작품이 있다면 통시적으로 살펴볼 것이다”라며 “이를 통해 하나의 ‘한국악파’를 형성해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현대음악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문화 전반에서 보여주고 있는 성과가 작곡 영역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며 “서양에서는 한국 작곡가들의 역량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고, 실제로 한국 작곡가들은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과 최정숙 대표이사가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립심포니 제공


이어 “한국 작곡가들의 역량과 창조력을 부각시키는 것이 ‘국립의 미션'이다”라며 “세계 음악사에 한국이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시간적으로 정리하고, 한국 음악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객원 지휘자·연주자를 늘려 레퍼토리를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최초 여성지휘자 옥사나 리니우(45), 체코의 촉망받는 지휘자 토마시 네토필(48) 등 세계적 수준의 객원지휘자와 알브레히트 마이어(오보에), 고티에 카퓌송(첼로) 등 시대의 비르투오소와의 협연으로 음악적 발전을 꾀한다.

이러한 예술적 성취를 위해 올해 단원 충원이 추진된다. 현재 100명 정원에 78명의 단원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오는 6월 수석과 단원을 포함해 16명을 새로 뽑아 소리의 균형과 음색을 정교히 다듬는다.

국제 협력도 강화한다.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의 우승자를 3개월 내 한국 무대에 소개하는 업무협약을 통해 미래의 거장을 국립심포니 관객에게 먼저 선보인다. 작년 10월 오스트리아, 헝가리, 스웨덴을 찾은 국립심포니는 4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올해는 독일의 베를린과 비스바덴 그리고 체코를 찾아 그 위상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국립오케스트라로서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지닌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데 일조하고 싶다. 한국에서도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처럼 유명한 클래식 축제가 자리할 그날을 꿈꾼다. 빠른 성과 대신 장기적인 신뢰와 호흡으로 국립심포니만의 음악적 유산을 쌓아가며 국민에게 친근한, 국민이 찾는 오케스트라가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정숙 대표이사는 “예술감독 이하 모든 단원과 사무국이 한마음이 되어 국민과 한국 음악계의 기대에 부응하며 동반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 이를 위해 기관 운영의 효율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 세계에 한국 클래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며, 무엇보다 다음 세대가 자랑스러워할 국립오케스트라로 자리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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