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 속 ‘사랑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인사...국립심포니 2023시즌 스타트
1월1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공연
발레·오페라·국악 콜라보 무대 선사
라일란트 감독 ‘슈만 교향곡 3번’ 지휘
김정미·고성현 ‘카르멘’ 아리아 연주
박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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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4 14:23 | 최종 수정 2023.01.0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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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관현악, 발레, 오페라, 국악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매력으로 새해의 흥을 돋운다. 메조소프라노 김정미와 바리톤 고성현, 소리꾼 고영열과 고수 고석진, 그리고 발레리노 윤별 등과 호흡을 맞춰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선사한다.
다비트 라일란트 음악감독이 이끌고 있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2023 시즌 오프닝 콘서트를 1월 12일(목) 오후 7시 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다.
1부의 포문은 슈만 교향곡 3번 ‘라인’이 장식한다. 1850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새로운 음악감독직을 시작한 슈만의 희망과 포부가 담긴 곡이다.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슈만 게스트’ 지휘자이자 슈만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하는 다비트 라일란트의 해석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에 이어 슈만의 음악으로 신년을 여는 국립심포니의 새 전통을 엿볼 기회이기도 하다.
2부는 발레와 오페라를 비롯해 국악까지 아우르는 국립심포니의 팔색조 매력을 선보인다.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의 모음곡을 발레리노 윤별의 창작 안무로 만난다. 천진난만한 줄리엣과 화려한 기사들의 군무는 색채감과 생동감 넘치는 리듬의 향연으로 안내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로 손꼽히는 비제의 ‘카르멘’도 무대에 오른다. ‘하바네라’ ‘투우사의 노래’ ‘집시의 노래’ 등 집시 여인 카르멘과 군인 돈 호세의 강렬한 개성이 돋보이는 곡으로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메조소프라노 김정미와 바리톤 고성현이 출연한다.
이어 국립심포니의 유연성을 확인할 공연이 펼쳐진다. 서양 오케스트라와 판소리, 북장단 등 한국 음악과의 만남으로 색다른 소리 경험을 선사한다.
판소리 한 작품을 다 부르는 것을 ‘완창’이라고 하는데, ‘춘향가’를 완창하면 6시간이 훌쩍 넘는다. 이렇게 긴긴 이야기와 노래에서 주인공 성춘향과 이몽룡의 러브 스토리가 시작되는 지점이 바로 ‘사랑가’ 대목이다. ‘사랑가’는 인기만큼이나 꾸준히 진화 중이다. 2020년 소리꾼 고영열은 JTBC ‘팬텀싱어 3’에 출연해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에 이 노래를 얹어 불러 새로운 발라드로 태어나게 했다. 이처럼 시대에 맞춰 진화해온 ‘사랑가’를, 작곡가 우효원이 고영열의 목소리를 염두에 두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도록 새롭게 빚었다.
한국의 전통음악에서 북은 힘을 실어 주는 악기다. 특히 판소리에서 북과 고수는 소리꾼이 나아가는 음악의 갈피를 잡아주는 중요한 존재다. 시인 김영랑은 이러한 북의 역할과 존재로부터 시상을 끌어올려 ‘북’이라는 제목의 시를 지었고, 이 시를 가사로 삼아 우효원이 소리꾼‧합창단‧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지는 대편성의 음악으로 작곡했다.
소리꾼 고영열과 고수 고석진이 연주할 ‘북’은 정겨운 중중모리로 시작해, 빠른 장단(자진모리)을 거쳐 느린 장단(진양조)으로 바뀌며 시인이 던지는 메시지를 진지하게 전해주고, 다시 자진모리 장단으로 휘몰아간다. ‘사랑가’와 ‘북’을 통해 국립심포니가 그려내는 동서양의 하모니를 주목해보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최정숙 대표는 “새해을 맞아 국민과 함께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 사랑, 화합을 노래하는 장을 마련했다”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매력을 만끽하며 새 도약에 대한 희망을 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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