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를 문학적으로 해석하는 탐구자...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무반주 현의 선율’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해 3월 무대 장식
바흐·이자이·버르토크·쿠르탁 등 폭넓은 레퍼토리 선사

김일환 기자 승인 2023.02.25 11:33 의견 0
‘악보 탐구자’로 통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3월 8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무반주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예술의전당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는 1966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세계를 무대로 연 100회 이상의 바쁜 연주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작곡가와 악보를 세밀하게 연구하는 아티스트다. 악보를 문학적으로 해석해 작품의 본질을 탐구하는데 집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연주는 관객들에게 음악에 더 몰입하고 함께 공연에 참여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장점이다.

테츨라프는 바흐와 브람스의 탁월한 해석자로 손꼽히는 동시에, 현대음악도 새로운 해석으로 재탄생시키며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해 왔다. 악보에 그려진 작곡가의 의도를 집요하게 연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주한다. 구도자와 개척자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단 한 대의 바이올린으로 무대 위를 장엄한 선율로 채우는 콘서트가 펼쳐진다. 테츨라프는 3월 8일(수)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무반주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3년 만에 내한하는 테츨라프는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특별 음악회에 참여해 의미 있는 연주를 선보인다. 오롯이 테츨라프의 바이올린 독주로만 채워지는 이번 무대는 그의 음악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바흐부터 이자이, 버르토크, 쿠르탁의 곡까지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로 꾸민다.

‘악보 탐구자’로 통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3월 8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무반주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예술의전당 제공
‘악보 탐구자’로 통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3월 8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무반주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예술의전당 제공



1부는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 Op.27, No.1’으로 시작한다. 화려하고 강렬한 소리를 지닌 벨기에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 이자이 특유의 감각이 돋보인다. 이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중 가장 규모가 큰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장조 BWV 1005’가 이어진다. 느림-빠름-느림-빠름의 4악장으로 구성되며, 난해한 기교와 복잡한 대위법으로 인해 바이올리니스트들 사이에서 난곡으로 꼽힌다.

2부의 첫 곡은 헝가리 출신의 현대음악 작곡가 쿠르탁의 ‘사인, 게임, 그리고 메시지’다. 1987년부터 2005년 사이에 작곡된 이 작품은 총 17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번 무대에서는 그중 6곡을 선보인다. 한 곡당 연주 시간은 2분 내외로 매우 짧고 길어야 5분 정도지만, 짧은 곡에 쿠르탁의 간결하고도 내밀한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인상적이다.

마지막 곡으로는 민속적 색채가 두드러지는 버르토크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Sz.117’이 연주된다. 기교나 표현에 있어 바흐와 이자이를 뛰어넘는 독창성이 돋보이며, 급진적이고 대담한 무반주 바이올린 곡이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 곡이 그의 독특한 해석으로 어떻게 재탄생될지 기대를 모은다.

/kim67@classicbiz.kr

저작권자 ⓒ ClassicBiz,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