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주피터’ ‘베토벤 영웅’ 시대악기 연주...고음악 대가 필리프 헤레베허 온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이끌고 6년만에 내한공연
“한국 관객의 열정과 에너지 못잊어 특별히 선곡”

김일환 기자 승인 2023.03.08 11:47 의견 0
‘고음악의 대가’ 필리프 헤레베허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이끌고 6년 만에 내한공연을 연다. ⓒ크레디아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고음악의 대가’ 필리프 헤레베허(1947년생)는 특이한 커리어의 소유자다. 의사였던 아버지와 음악가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의학과 음악을 함께 공부했다. 의대생이던 1970년에는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단했고, 정신과 의사가 된 이후에도 음악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의사로서의 일은 흥미가 떨어진 반면 음악 활동은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그의 삶의 전부가 된다. 이 시기에 거장인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1929~2016)와 구스타브 레온하르트(1928~2012)를 스승으로 만나게 된 것도 인생 터닝포인트로 작용했다.

헤레베허는 1991년 시대악기로 연주하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음악 단체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고음악 악단으로 파리 샹젤리제 극장과 브뤼셀 보자르 궁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헤레베허는 ‘임선혜의 은인’이기도 한다. 1999년 독일 유학 중이던 23세의 소프라노를 깜짝 발탁해 유럽 무대에 데뷔시켰다. ‘아시아의 종달새’는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

‘고음악의 대가’ 필리프 헤레베허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이끌고 6년 만에 내한공연을 연다. ⓒ크레디아 제공

2006년 바흐 ‘b단조 미사’, 2013년 모차르트 ‘레퀴엠’, 2017년 베토벤 교향곡으로 명불허전의 연주를 선보였던 헤레베허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가 6년 만에 내한한다. 5월 17일(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20일(토) 부천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선보인다. 과거 한국 공연에서의 관객들을 생각하며 선정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그는 “한국 젊은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와 열정으로 인해 에너지 가득했던 공연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관객들이 내뿜는 기운과 우리가 무대에서 발산하는 열기가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바로 그 열정과 에너지를 반영한 결과다. 전반에 연주할 ‘주피터’와 후반의 ‘영웅’은 사실상 같은 결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두 곡 모두 혁신의 상징이며 대위법적 기술이 집약된 작품으로 모차르트와 베토벤이라는 거장 작곡가의 예술의 정수를 담고 있다. 특히 당시 작곡 양식의 한계를 초월하여 쓰여진 두 곡의 피날레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독창적인 예술성과 천재적인 음악 구성이 빛을 발한다.

시대 악기를 쓰면서 베토벤부터 브루크너까지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에 주력하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이번에 선택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걸작을 통해 샹젤리제 오케스트라가 보여줄 가장 에너지 넘치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연주를 기대해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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