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면서 라이브 연주도 듣는 ‘반지의 제왕’... 220명 등장 눈·귀가 즐거운 필름콘서트

8월26·27일 세종문화회관 공연...악보 대여비만 700만원

박정옥 기자 승인 2023.08.10 15:05 | 최종 수정 2023.08.10 15:08 의견 0
‘반지의 제왕’ 첫번째 시리즈인 ‘반지 원정대’가 필름콘서트 형태로 오는 8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영화를 보면서 라이브 연주도 듣는다. 영화감독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첫번째 시리즈인 ‘반지 원정대’가 필름콘서트 형태로 오는 8월 26일(토)과 27일(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필름콘서트는 전체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모든 음악이 사운드트랙이 아닌 실제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는 콘서트다. 영화와 공연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다. 영어로는 주로 ‘In Concert’로 표현하지만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영화음악콘서트’나 ‘OST콘서트’와 확실한 구별을 위해 ‘필름콘서트’는 이름을 쓰는 추세다.

이번 공연에서는 미국의 필름콘서트 전문 지휘자 시흥 영이 지휘를 맡고 ‘스타워즈’ ‘해리 포터’ 등 국내에서 필름콘서트 경험이 가장 많은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또한 40명으로 구성된 브릴란떼 어린이 합창단과, 남녀 80명으로 구성된 노이오페라코러스가 등장해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합창과 목소리를 소화한다. 풀 편성 오케스트라와 함께 합창단까지 합한다면 거의 220여명이 무대에 오르게 되는데 이는 클래식 공연에서도 흔히 만나기 힘든 거대한 규모다.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체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화면의 움직임에 맞춰 0.1초까지 정확한 타이밍으로 연주한다. 모든 음표와 모든 큐가 영화와 완벽하게 일치됨으로써, 관객이 영화와 음악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공연시간은 중간 휴식시간 20분을 포함해 총 3시간 20분가량 진행된다.

J. R. R. 톨킨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피터 잭슨 감독의 영화 ‘반지의 제왕’은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키며 판타지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 영화의 음악 또한 영화음악계에 한 획을 그었을 만큼 독창적이었는데, 음악감독이자 작곡가인 하워드 쇼어는 ‘반지의 제왕’으로 모두 세 번의 아카데미상을 거머쥐었다.

‘반지의 제왕’ 첫번째 시리즈인 ‘반지 원정대’가 필름콘서트 형태로 오는 8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그의 첫 번째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은 이 시리즈의 제1편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였는다. 하워드 쇼어는 요정의 언어를 사용하는 합창은 물론이고, 여러 등장인물들을 상징하는 라이트모티프 방식을 사용해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음악적 대서사시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리즈의 2편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은 후보작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는데, 이는 전편에 등장했던 음악이 재등장하는 시리즈 작품은 후보에서 제외한다는 새로운 규정 때문이었다.

이후 이 조항은 삭제됐고, 하워드 쇼어는 제3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으로 다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귀환했다. 게다가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에서는 가수 애니 레녹스가 부른 주제가 ‘Into the West’가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하면서 아카데미상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통했다.

아카데미 음악상만 따지고 보면 총 9회 수상한 전설적인 작곡가 알프레드 뉴먼을 비롯해 5회 수상한 존 윌리암스, 그리고 4회 수상한 앙드레 프레빈·존 배리, 3회 수상한 모리스 자르, 2회 수상한 한스 짐머·헨리 맨시니·미셀 르그랑·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등과 함께 하워드 쇼어 또한 음악상 멀티플 수상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멀티 수상자 중 유일하게 한 편의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총 3개의 오스카상(2개의 음악상, 1개의 주제가상)을 거머쥔 작곡가가 됐다.

‘반지의 제왕’은 또한 2015년 영국의 유명한 클래식 전문 채널인 ‘클래식 FM’이 ‘역대 최고의 영화음악’을 선정하는 투표에서 ‘쉰들러 리스트’ ‘스타워즈’ ‘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해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지의 제왕’ 첫번째 시리즈인 ‘반지 원정대’가 필름콘서트 형태로 오는 8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이 오른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오는 8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필름콘서트는 여러 면에서 볼 때 많은 화제를 불러올 공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세종문화회관의 대형스크린(가로25m X 세로13m)을 통해 전체 영화가 상영되는데, 이때 음악을 위해 무대에 오르는 연주인원만 해도 무려 220여명에 달한다. 오케스트라 95명, 오페라 합창단 80명, 어린이 합창단 40명 등이다. 이 공연을 위해 전문 지휘자와 소프라노를 비롯해, 테크니컬 엔지니어 등 7명의 해외 전문가가 함께 내한한다.

단원들은 모두 검은 의상을 입어야 하고, 악장은 바이올린으로 피들 연주를 해야 하며, 플루트 연주자들은 낯선 ‘네이 플루트’와 ‘틴 휘슬’의 음색도 재현해야 한다. 타악기 연주자들도 생소한 타악기들의 연주법을 익혀야 한다.

연주시간도 보통 연주회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3시간 20분(중간휴식 20분 포함)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 공연을 위해서 직접 미국으로부터 오리지널 스코어 악보도 공수해 오는데, 악보대여에 드는 비용만도 약 700만원에 이른다. 이 악보는 연주회가 끝난 후 곧바로 다시 반환해야 하고, 분실되거나 훼손하면 전액 배상해야 하는 까다로운 계약조건도 감수해야 한다.

현재 많은 영화음악 콘서트들이 타이틀을 둘러싼 저작권 문제로 논란이 많은데, 이 공연은 작곡가 하워즈 쇼어가 소속 되어있는 ‘카미뮤직(Cami Music)’과 공식 라이선스를 체결해 제작되는 정식 콘서트다. 이 필름콘서트는 2009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뮤직홀에서 초연 이후 미국, 프랑스, 캐나다, 스페인 등 세계 각지에서 20년 이상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올해를 시작으로 2024년에는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그리고 2025년에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등 3부작 트릴로지 전 작품을 국내에서 만나게 될 예정이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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