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 깨뜨린 옥사나 리니우 9월 한국 데뷔...국립심포니와 호흡 맞춰 첫선
우크라이나 지지 호소 위해 ‘국기상징 의상 착용’ 화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으로 정치 뛰어넘은 화합 강조
‘시벨리우스 우승’ 세르게이 하차투리안은 바이올린 협연
민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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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8 09:42 | 최종 수정 2023.08.2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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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우크라이나 출신의 여성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45)는 ‘금녀의 벽’을 깨트린 주인공이다. 145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성지인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포디움에 섰고, 또 259년 만에 최초로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에서 지휘한 마에스트라가 됐다.
옥사나 리니우가 한국 무대에 데뷔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오는 9월 17일(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공연의 포문은 우크라이나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1977~)의 ‘밤의 기도’로 연다. 지난 3월 리니우의 지휘와 우크라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세계 초연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곡이다. 단순한 선율이 내뿜는 긴장감이 쌓여 이르는 장대한 절정이 백미다. 고국의 평화를 바라는 두 음악가의 간절한 염원을 느낄 수 있다.
리니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푸른색과 노란색의 허리띠와 스카프를 즐겨 착용했는데, 이번 한국무대에서도 그런 의상을 선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이어 아람 하차투리안(1903~1978)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세르게이 하차투리안(38)의 협연으로 선보인다. 20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작곡가의 고향인 아르메니아의 민속 음악을 활용한 곡으로 익살스러우면도 애수 어린 분위기가 공존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무조의 전위적인 작품이 유행이었던 당대 분위기와 달리 하차투리안만의 독자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협연자인 세르게이 하차투리안은 2000년 제8회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최연소 우승, 연이어 200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아르메니아가 배출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이 곡의 매력을 배가 시킬 적임자다.
대미는 라흐마니노프(1873~1943) 탄생 150주년을 맞아 그의 교향곡 2번이 장식한다. 교향곡 1번의 처참한 실패를 딛고 그를 다시 세계적인 작곡가 반열에 올린 곡으로 아름다운 선율과 깊은 서정성으로 그의 피아노 협주곡만큼이나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가을의 무르익는 풍광과 잘 어울려 가을 필청 플레이리스트로도 손꼽힌다. 특히 이번 무대는 정밀함과 감수성을 겸비한 리니우가 그려내는 라흐마니노프이기에 더욱 기대를 모은다. 리니우는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위대한 음악적 유산을 조명하며 정치, 이념, 종교가 넘지 못한 벽을 또 한 번 넘을 예정이다.
한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감상 지평을 열고자 미술작가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포스터는 ‘페르소나’ ‘사이’ 시리즈를 통해 현대인의 무질서한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해온 김판묵이 참여했다. 실패의 트라우마를 이겨낸 라흐마니노프의 심경을 점, 선, 면으로 담아냈다.
/eunk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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