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 “갑자기 툭 끝나는 곡에 허무함과 성취감이 공존”...앙상블블랭크 현대음악 매력 선사

10월6일 ‘롯데콘서트홀 매일클래식’ 출연
아이브스·리게티 등의 작품 한자리에
​​​​​​​최재혁 작곡 ‘오르간 협주곡’ 세계 초연

박정옥 기자 승인 2023.08.29 13:37 의견 0
최재혁과 앙상블블랭크는 오는 10월 6일에 열리는 롯데콘서트홀 매일클래식에서 낯설기 보다는 신선한 현대음악을 들려준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최재혁과 앙상블블랭크가 난해하기 보다는 심오하고, 낯설기 보다는 신선한 현대음악의 매력을 전해준다. 특히 최재혁이 롯데콘서트홀이라는 공간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오르간 협주곡을 세계 초연한다.

올해 4회에 걸쳐 롯데콘서트홀이 선보이고 있는 매일클래식의 주제는 ‘시간과 공간’이다. 회차별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널리 사랑받는 클래식 음악을 다양한 콘셉트로 아우르며 선보이고 있다.

오는 10월 6일(금) 오후 7시30분에 열리는 매일클래식 세 번째 무대의 주제는 ‘매일클래식이 소개하는 오늘의 음악’이다. 이번 공연은 제72회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 역대 최연소 우승자 최재혁과 그가 이끄는 앙상블블랭크가 현대음악의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2015년 창단된 앙상블블랭크는 ‘새로운 아름다움’ ‘익숙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찾고 소개하는 연주단체다. 론칭 이후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도 협업하며 새롭고 신선한 미학적 관점들을 대중들이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무대를 위해 앙상블블랭크가 선보이는 프로그램 역시 매우 흥미롭다. 찰스 아이브스, 벨라 코바치, 베른하르트 갠더, 죄르지 리게티, 스티브 라이히 등 20세기 위대한 현대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펼쳐진다.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는 최재혁의 ‘오르간 협주곡(앙상블 버전)’이 최재혁의 지휘와 오르가니스트 최규미의 협연으로 세계 초연된다. 작곡가 겸 지휘자인 최재혁은 이미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사이먼 래틀과 함께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할 만큼 지휘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7월 열린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컨덕팅 펠로우로 참여해 주빈 메타,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다니엘레 가티 등을 보조해 지휘자로서의 행보를 넓혀가고 있다.

최재혁과 앙상블블랭크는 오는 10월 6일에 열리는 롯데콘서트홀 매일클래식에서 낯설기 보다는 신선한 현대음악을 들려준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오프닝곡 찰스 아이브스의 ‘대답 없는 질문’은 차분한 명상적 분위기의 8분짜리 소품으로 소편성 관현악을 위한 곡이다. 무대 위에는 현악기 주자들이 포진하고 있고 관악기 주자들은 무대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무대 뒤에선 트럼펫 독주가 흐르고, 차분하게 미세한 화음을 연주하는 현악기는 ‘드루이드(켈트족 성직자)의 침묵’을 상징하며, 트럼펫 독주는 ‘존재에 대한 영원한 질문’을 던진다. 플루트 등 관악기들은 ‘일시적인 대답’을 들려주다 이내 사라져버린다. 배경에 깔리는 현악합주는 전통적인 조성을 사용하지만, 전면에 두드러지는 트럼펫 독주나 관악기는 무조(無調)에 가깝다. 최재혁은 “기대와 배반이 공존하는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다”라고 곡에 대한 흥미점을 제시했다.

‘오마주 바흐’는 헝가리 작곡가이자 클라리네티스트인 벨라 코바치가 작곡한 솔로 클라리넷을 위한 곡이다. 1984년에 작곡된 이 곡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에게 바치는 헌정곡이다. 바흐의 시대와 관련된 각기 다른 음악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여섯 개의 짧은 악장 세트로 구성됐다.

베른하르트 갠더는 전통적인 음악 형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작곡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작곡가다. 그의 ‘위대한 영혼들’은 대중음악인 헤비메탈의 영향을 받은 음악으로 강렬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그의 작품에는 종종 다양한 음악 스타일과 기법이 결합돼 독특하고 혁신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죄르지 리게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바이올리니스트 박규민의 협연으로 선보이는 ‘바이올린 협주곡’은 리게티의 후기 작품 중 하나다. 복잡한 질감, 마이크로폴리포니(여러 개의 개별 선이나 음을 겹겹이 쌓아 올려 밀도 있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질감을 만들어 내는 것) 등을 활용해 음의 깊이와 복잡한 리듬 패턴에 대한 작곡가의 지속적인 탐구가 반영된 작품이다. 그는 종종 전통적인 음악적 요소와 실험적인 기법을 결합해 풍부한 질감과 지적인 자극을 주는 사운드를 만들어냈는데, 최재혁은 이에 대해 “현대음악임에도 오카리나와 리코더 같은 옛날 악기를 사용해 시간의 이동을 느끼게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딩곡 ‘8개의 선’은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의 곡이다. 그의 음악은 반복, 점진적인 변화, 단순한 음악적 패턴의 탐구에 중점을 둔 미니멀리즘 특징을 지니고 있다. ‘8개의 선’이라는 제목은 작품의 음악적 구조를 나타내는데, 여덟 줄의 음악이 서로 엮이고 겹쳐져 복잡한 사운드 태피스트리를 만들어내고 반복적인 패턴과 변화하는 패턴이 서로 맞물려 점차적으로 새롭고 예상치 못한 리듬 관계를 만들어 다이내믹의 변화를 추구한다. 최재혁은 “마지막이 특히 압권인데 끝날 거라는 걸 생각 못할 때 툭 끝나버리는, 허무함과 성취감이 공존하는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에서 처음 선보이는 오르간 협주곡에 대해 최재혁은 “이 곡은 롯데콘서트홀이라는 공간을 염두하고 작곡한 곡이다. 몇 년 전에는 바그너 후기작 같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소리의 이미지, 불멸의 욕망을 쫓았다면 요즘은 그와 반대되는 것들, 과감함과 두꺼운 텍스처와 리듬, 템포의 빨라짐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작품 속에서 두 가지를 결합하는 시도를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출중한 연주력과 진취적 마인드를 겸비한 앙상블블랭크와 작곡자 및 지휘자로 음악의 표현력을 더욱 넓혀가고 있는 최재혁이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현대음악의 다채로운 매력속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매일클래식 티켓 가격은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이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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