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 바이올린, 글쓰기를 동시에...멀티플레이어 예술가 박소현

“어릴때 왕창 읽은 책 글쓰기 도움돼
두 악기 중 어느 하나도 버릴수 없어”

송인호 객원기자 승인 2023.09.20 13:46 | 최종 수정 2023.09.20 13:53 의견 0
비올라와 바이올린 두 악기를 전공한 박소현이 최근 ‘미술관에 간 클래식’을 출간했다. ⓒ박소현 제공


[클래식비즈 송인호 객원기자] 최근에 ‘미술관에 간 클래식’이란 책을 봤다. 저자가 글쓰는 작가인줄 알았다. 그런데 전문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음악가가 글을 쓰기는 쉽지 않을 텐데 궁금했다.

연락을 했다. 약력을 보니 더 흥미로웠다. 비올라와 바이올린을 동시에 전공했다. 악기 하나만 전공하기도 버거울 법도 한데 두 개의 악기를 동시에 전공하고, 어느 틈에 글을 써서 책을 내고 있어 놀라웠다. 궁금했다.

약속 장소에 커다란 낚시가방을 하나 메고 나타났다. 어디 바다에 가서 머리도 식힐 겸 낚시를 하고 왔나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악기가방이다. 비올라와 바이올린을 동시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두 개의 악기를 전공한 것이 맞구나. 왠지 재미있는 얘기가 많을 것 같다.

- 어떤 계기로 해서 책을 쓰게 됐나.

“출판사에서 미술과 음악을 접목해서 책을 썼으면 좋겠다고 의뢰가 왔어요. 그래서 자료 수집을 하다 보니까 화가들이랑 음악가들이랑 연관된 책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음악 한 곡이랑 명화 한 작품이랑 연결 시켜 글을 쓴 것은 없었어요. 그렇게 모티브를 잡아서 글을 쓰게 된 것 입니다.”

- 악기를 전공했지만 미술 쪽은 문외한이지 않나.

“사실 저는 학교 다닐 적에 미술 성적이 가장 안좋았어요. 그림을 너무 못 그려서 성적이 안나왔죠. 그런데 너무 못하니까 되려 관심이 생기더군요. 제 성격이 꽂히면 집중을 하는 편이라. 그래서 그림을 잘 그릴려고 노력하는 대신 그림을 보고 화가를 탐구하는 쪽으로 팠죠.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저희 집처럼 드나들었어요. 그러다보니까 음악에 관련된 책만큼 미술책도 많더라고요. 게다가 제 동생이 미술 쪽에 관심이 많아 관련된 책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도움이 됐어요.”

비올라와 바이올린 두 악기를 전공한 박소현이 최근 ‘미술관에 간 클래식’을 출간했다. ⓒ박소현 제공


- 음악 특히 악기전공을 하면서 글쓰기란 쉽지 않았을 건데.

“처음에 쓴 책은 음악에 관련한 것이라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에 쓴 책은 미술에 관한 내용이라 그냥 미술을 좋아하는 개념으로 접근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더라고요. 처음에는 쉽게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점점 힘들어 지더라고요. 끊었던 커피까지 다시 마셔 가며 썼습니다. 또 독자들의 눈높이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글의 난이도를 어느 정도까지 정해야 하는가도 고민을 많이 했고요. 그런데 제가 미술 전공자는 아닌데 미술을 좋아하니까 제 눈높이면 적당하겠다 싶더라고요. 어렵게 쓰긴 했지만 즐겁게 쓴 책 입니다.”

- 이 책을 쓰는데 얼마나 걸렸나.

“한 1년정도 걸렸어요. 자료수집하고 준비하는데 한 3~4개월 정도, 그리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4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하루 평균 3~4시간 정도 썼고요. 중간에 주제를 조금 바꾸는 바람에 시간이 촉박해서 마감 앞두고는 일주일정도 밤을 샜어요.”

- 글쓰기를 좋아하나.

“글쓰기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냥 쓰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죠. 밖에 나가 노는 것보다 방안에 처박혀 책을 읽는 게 더 좋았어요. ‘제인에어’는 13번까지 읽기도 했어요. 재미있으면 여러번 읽거든요. 그러다 보니 책의 문장이 그대로 머리 속에 저장된 거죠. 쓰니까 그냥 써 지는 거에요. 독일에서 학교를 다닐 때 과제도 제일 잘 써서 냈던 것 같아요. 결정적으로 제가 글을 많이 쓰게 된 계기는 한국에 잠깐 들어와서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중 교통사고가 나서 재활치료까지 한 2년 동안 연주도 못하고 그냥 집에서 쉬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어요. 그때 뭔가라도 쓰자 싶어 일기형식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죠. 그게 많이 도움된 것 같아요.

비올라와 바이올린 두 악기를 전공한 박소현이 최근 ‘미술관에 간 클래식’을 출간했다. ⓒ박소현 제공


- 글은 주로 언제쓰나.

“아침잠이 별로 없어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요. 그래서 주로 아침에 글을 써요. 그때가 글이 잘 써지는 것 같아요.”

- 연주와 글쓰기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어떻게 어렵나.

“음, 둘 다 쉽지는 않는데 제가 선택하라면 글을 쓰는 게 좀 더 쉬운 것 같아요. 음악은 제가 20대 때 못 느꼈던 것들을 30대에 느끼고 30대에 못 느꼈던 것들을 40대에 느끼는 그런 감정들이 있거든요 이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하는 거죠. 그때는 못 느꼈던 작곡가의 고뇌가 나이 들어서 느껴지고 그러거든요. 표현에 대해서도 그렇구요. 그래서 또 공부 아닌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음악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 책을 두 권씩이나 출판했으니 전문 작가라 해도 되겠다. 전문 직업이 두 개인 셈이다. 앞으로도 책은 더 쓸 것인가.

“네, 벌써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 매체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을 모아서 낼 생각인데요. ‘책속에 스며든 클래식’이라고 문학작품의 소재로 만들어진 클래식을 소개하고 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안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 등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이걸 책으로 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음악과 음식에 관계된 책을 낼 것 입니다.”

-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동시에 전공했다. 어떻게 2과목을 전공으로 하게 됐나.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피아노는 무조건 기본으로 해야하고 제 2악기를 선택해야 하는데 비올라를 할 것인지 바이올린을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은 하프를 배우고 싶었거든요. 근데 저희 선생님께서 제게 비올라를 하라고 하셨어요. 저희 선생님의 스승이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레오니드 코간이셨어요. 그 시절 대부분 바이올린을 전공하면서 비올라도 같이 전공을 하신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비올라를 하면서 바이올린까지 같이 하게 된 거죠. 두 악기를 동시에 하다보면 연주력이 풍부해져 도움이 많이 돼요. 게다가 비올라는 저랑 성격도 맞구요. 바이올린은 연주할수록 예민해지고요.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제 성격을 컨트롤 했죠.”

박소현이 최근 ‘미술관에 간 클래식’을 출간했다. 그는 비올라와 바이올린 두 악기를 전공한 연주자다. ⓒ박소현 제공


- 유럽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활동은.

“여기저기 오케스트라 활동도 하고 앙상블 활동도 했어요. 학교에 나가서 아이들도 가르쳤습니다. ‘뮤직슐레’ 카데미에서도 사람들을 가르쳤죠. 그러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 토익 시험을 보러 한국에 왔다가 앞서 얘기한대로 교통사고가 크게 나는 바람에 중단되고 여기 눌러 앉게 된 것이죠. 아직 미국 유학의 꿈은 완전히 버리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여기서도 많은 학교 강의도 나가고 여러 오케스트라와 앙상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독일로 왔다 갔다 하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앨범도 내고 책도 쓰고 잡지에 칼럼도 쓰고. 그러고보니 정말 정신없이 활동을 했네요.

- 당신에게 ‘음악’은 무엇인가.

“‘애증의 존재’입니다. 어떨 때 공연이 많아지면 너무 힘들어서 그만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계속 연습을 해야하니까요. 그러다가 또 악기를 안 만지면 불안한 거에요. 끄집어내서 뭔가라도 연주를 해야 할 것 같고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해야만 하는 애증의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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