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피아니스트 서형민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린 결정적 이벤트는 2021년 독일에서 열린 ‘제9회 본 베토벤 국제 콩쿠르’다. 심사위원 만장일치 우승뿐만 아니라 슈만 최고해석상, 실내악 특별상, 협주곡 최고해석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4관왕에 올랐다.
대회를 치르는 동안 무엇보다 손가락이 문제였다. 몇 년 전부터 왼손 네 손가락의 손톱이 들떴다. 염증이 너무 심해 아예 손톱을 뽑아내는 수술까지 받았다. 콩쿠르 참가 직전에 상태가 더 나빠지면서 손에서 고름이 나왔을 정도였다.
당시 우승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가 지나면 피아노를 그만둘 생각을 했고, 독일 가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는 순간까지도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며 “피아니스트로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출전했던 콩쿠르였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더해 ‘고름 손가락’이라는 악조건까지 이겨내고 거둔 뜻깊은 우승이었다.
종합 클래식 엔터테인먼트 원아트(WONArt)가 피아니스트 서형민의 ‘든든한 빽’이 됐다. 서형민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아티스트 2호로 영입했다고 26일 밝혔다.
서형민은 본 베토벤 콩쿠르 우승뿐만 아니라 2018 인터내서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 1위, 2016 윤이상 콩쿠르 1위, 2001 뉴욕필하모닉 영아티스트 오디션 1위를 수상했다. 2016년에는 세계 3대 콩쿠르로 알려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을 비롯해 다양한 국제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실력을 토대로 미국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영국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벨기에 국립교향악단, 독일 슈타츠카펠레 할레, 일본 센다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독일 바덴바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탈리아 밀라노 주세페베르디심포니 등과 협연했다.
또한 정명훈이 지휘한 서울시립교향악단, 금난새가 지휘한 성남시립교향악단, 여자경이 지휘한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평창대관령음악제 독주회, 서울 예술의전당 독주회 등 국내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형민은 피아노 연주 외에 다양한 음악적 재능과 소양을 바탕으로 2022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앙상블 노이에의 지휘자로 무대에 선 경험이 있으며, ‘세 개의 피아노 소품(서형민 작품번호 7번)’ ‘브로드웨이(서형민 작품번호 8번)’ 등을 만들어 작곡가로서의 기량도 펼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와 줄리어드 음악대학교에서 복수로 학사를 마친 서형민은 이어 독일 하노버 국립음악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치고 현재 동대학원에서 아리에 바르디를 사사하며 최고 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서형민은 “곧 귀국과 함께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앞둔 시점에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를 찾게 돼 기쁘다”며 “원아트와 함께 다양한 연주를 준비해 멋진 무대를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원아트 이세원 대표는 “많은 노력을 통해 드디어 세계 최정상 피아니스트와 동행할 수 있게 돼 매우 설렌다”며 “앞으로 원아트는 서형민의 모든 매력을 청중께 보일 수 있는 다양한 공연과 활동을 준비할 것이다”고 영입 소감을 밝혔다.
한편 원아트는 지난 20일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과 실내악 연주 단체 ‘에라토 앙상블’과 전속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kim67@classicbiz.kr
저작권자 ⓒ ClassicBiz,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