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도밍고 공연에 우리 아티스트 세우지마”...국내 가수 팬들 소속사에 항의

18일 서울 콘서트 앞두고 시끌...공연 차질 우려도

민은기 기자 승인 2023.11.16 16:35 의견 0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 공연에 참여하는 국내 아티스트의 팬들이 “‘성추문 의혹’에 휩싸인 가수의 공연에 우리 아티스트를 세우지 말라”며 소속사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내한공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도밍고. ⓒ클래식비즈DB


[클래식비즈 민병무 기자]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하는 국내 아티스트의 팬들이 “성추문 의혹에 휩싸인 성악가의 무대에 왜 우리 가수를 세우는가”라며 소속사에 항의하고 나섰다. 이번 공연은 부산세계엑스포 유치를 기원하고 소외된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선한 영향력을 표방하고 있다. 팬들은 “행사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문제가 있는 도밍고와 한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아티스트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틀 앞으로 다가온 공연에 대한 차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클래식업계와 공연계 등에 따르면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는 18일 서울에서 내한공연을 연다. 그의 8번째 한국 공연이다.

도밍고는 오페라 슈퍼스타로 군림했지만 각종 성추문 의혹이 불거진 이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일부 공연이 취소당하는 등 추락을 길로 들어섰다.

팬들은 “우리 아티스트가 각종 성추문에 휩싸인 가수의 공연에서 노래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소속사에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팬들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도밍고의 한국 공연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아티스트와 소속사는 팬들의 항의에 매우 난감한 상황이며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다.

한때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며 오페라계의 거물로 행세하던 도밍고는 2019년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불거지면서 명성이 곤두박질쳤다. 2020년 미국 오페라 노조(AGMA) 조사에서 가수, 댄서, 음악가, 무대 인력 등 30여명이 과거 30년에 걸쳐 도밍고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당했거나 이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도밍고는 논란 직후 사과 성명을 냈다가 이후 입장을 번복하고 어떤 혐의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성추문 여파로 미국, 스페인 등에서 줄줄이 공연을 취소당했다. 지난해 8월 이탈리아 공연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기립 박수를 거부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도밍고는 앞서 지난해 1월 스페인 매체 인터뷰에서 누구에게도 성추행을 저지른 적이 없으며, 자신이 침묵을 지켰기 때문에 여론의 심판대에 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올해 1월에도 도밍고는 또다른 성추행 폭로에 휩싸였다. 익명의 한 여성 오페라 가수는 스페인 TV에 그림자 모습으로 출연해 2000년대 초반 한 극장에서 도밍고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당시 리허설을 마치고 도밍고가 “당신의 예쁜 주머니 중 하나에 내 손을 넣어도 되겠냐”고 말했으며, 이에 불쾌함을 느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때 수를 놓은 뒷주머니가 달린 바지를 입고 있었다”면서 “만약 내가 ‘노’라고 답한다면 후폭풍이 있을 것이고, ‘예스’라고 말하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윗선이나 당국에 도밍고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그는 도밍고다. 그는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여성은 다른 상황에서 도밍고가 자신에게 키스를 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밍고 측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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