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KBS교향악단의 첫 정기연주회는 1956년에 열렸다. 초대 음악감독 임원식의 지휘로 모차르트 교향곡과 푸치니의 아리아를 연주하며 KBS교향악단의 출범을 알렸다. 그로부터 68년이 흐른 내년에 KBS교향악단은 레스피기의 ‘로마 3부작’으로 제800회 정기연주회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임기 3년 차에 접어드는 제9대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이 포디움에 서며 소프라노 조수미가 협연한다.
KBS교향악단은 2024년 시즌 정기공연(798~809회)의 프로그램과 출연자를 5일 공개했다. 새해 KBS교향악단은 올해보다 더 풍성한 무대로 찾아온다.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은 한층 깊고 단단해진 단원들과의 호흡을 과시하며 강력한 새 시즌을 선보인다.
잉키넨은 모두 일곱 차례 정기연주회 지휘대에 오른다. 익숙한 정통 레퍼토리에서부터 독창적이고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는 프로그램까지, 다채롭고도 수준 높은 무대를 통해 클래식 음악 애호가를 포함한 다양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또한 미하엘 잔데를링, 한스 그라프, 윤 메르클 등도 지휘봉을 잡는다.
● 레스피기 ‘로마 3부작’으로 800회 축하...‘대체불가 목소리’ 조수미도 가세
내년 가장 주목할 공연은 역사적인 800회 정기연주회(3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다. 인상주의 작곡가 레스피기의 대표작 ‘로마 3부작’으로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 작품은 로마의 역사와 명소를 음악으로 생생하게 묘사한 관현악 시리즈다.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로 구성돼 있으며 800회의 영광과 성취를 담기에 손색이 없는 곡이다. 특히 레스피기가 로마 시내 가로수인 우산 소나무를 오브제로 삼아 만든 ‘로마의 소나무’는 개선하는 로마군을 연상시킬 만큼 화려하고 폭발적인 음향으로 가득 차 있다.
영광의 순간을 더욱 빛내기 위해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도 가세한다. 벨리니 ‘노르마’의 ‘정결한 여신’, 도니제티 ‘연대의 딸’ 중 ‘모두가 알고 있지’,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의 ‘아 그대였던가...언제나 자유롭게’ 등 주옥같은 아리아를 명불허전 대체 불가 목소리로 선물한다.
● ‘알프스 교향곡’ ‘세계를 위한 새 아침’ ‘행성’ ‘봄의 제전’ 등 모음곡 대방출
KBS교향악단은 내년 시즌 특별히 ‘모음곡’ 선곡에 공을 들였다. 당장 1월 26일 정기연주회(예술의전당)를 교향시 형식을 띤 R.슈트라우스의 대서사 ‘알프스 교향곡’으로 시작한다. 크게 서주, 제시부, 전개부, 재현부, 코다의 5개 부분으로 구성된 ‘알프스 교향곡은’ 출발부터 하산까지 알프스에서 마주하는 다채로운 풍경을 차례대로 묘사해 마치 그림이 펼쳐지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3월 제800회 정기연주회에서는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의 ‘로마 3부작’을 연주하고, 6월 29일(예술의전당)에는 요엘 레비의 지휘로 미국 작곡가 슈완트너의 모음곡 ‘세계를 위한 새 아침 : 자유의 여명’을 국내 초연한다. 또한 이날 함께 연주하는 홀스트의 모음곡 ‘행성’ 역시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10월 18일(롯데콘서트홀)에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모음곡을 들고 찾아온다. 모음곡에서 빠질 수 없는 프랑스 레퍼토리인 포레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가 관객을 만난다.
마지막으로 11월 29일 정기연주회(예술의전당)에서는 피에타리 잉키넨이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 모음곡 중 ‘불새’ ‘봄의 제전’을 무대에 올린다.
● 요제프 슈파체크·카렌 고묘·아라벨라 슈타인바허 등의 바이올린 협연 관심
새해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는 베토벤, 브람스, 차이콥스키,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빠지고 드보르자크, 쇼스타코비치,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그 자리를 채운다. 요제프 슈파체크가 연주하는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협주곡(1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카렌 고묘가 협연하는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4월 24일 롯데콘서트홀), 아라벨라 슈타인바허가 협연하는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9월 27일 롯데콘서트홀)은 현악 애호가라면 놓칠 수 없는 무대다.
여기에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가 협연하는 슈만의 첼로 협주곡(7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함께 해 더할 나위 없는 공연을 선보인다.
조금 더 욕심을 내서 R.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1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 때 콘서트마스터(악장)의 바이올린 솔로 파트 연주까지 감상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금상첨화다.
● ‘피아니스트 정명훈’ 베토벤 삼중협주곡 연주...장-이브 티보데도 기대
세계적 명성을 가진 거장들과 떠오르는 클래식 음악 스타들의 만남도 관심거리다. 대망의 제800회 연주회에서는 세계적인 디바 조수미가 무대에 올라 축제의 분위기를 더한다. KBS교향악단 5대 상임지휘자이자 악단 역사상 첫 계관지휘자 자격을 부여받은 정명훈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첼리스트 한재민 등 젊은 거장들과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을 연주(10월 18일 롯데콘서트홀)한다. 솔리스트와 악단의 조화·화합이 중요한 베토벤 ‘삼중 협주곡’은 음악을 통해 세대와 신분을 넘어 누구라도 벗이 될 수 있다는 뜻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장-이브 티보데의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아직 국내 연주 무대에서는 생소한 작품인 스크랴빈의 교향곡 5번 ‘프로메테우스-불의 시’가 피에타리 잉키넨의 지휘와 장-이브 티보데의 정교한 연주(11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관객을 만난다. 교향시로 분류되기도 하는 이 작품에서 스크랴빈은 특정 색의 조명으로 무대를 비출 것을 제시했다. 마치 소리에 색을 입힌 듯 ‘빛’이 주인공이 되는 이 독특한 작품을 통해 청중들은 일찍이 경험한 적 없는 특별한 음악적 체험을 하게 된다.
이밖에도 오보에 연주자 프랑스와 를뢰(2월 24일 예술의전당),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6월 29일 예술의전당), 피아니스트 손민수(9월 4일 롯데콘서트홀), 피아니스트 박재홍(12월 21일 롯데콘서트홀) 등이 협연자로 무대에 선다.
● 말러와 홀스트로 세계·인류를 위한 회복의 가능성과 희망의 메시지 전달
5월 26일(예술의전당)에는 ‘말러호’를 만난다. 교향곡 2번 ‘부활’에서 죽음의 의미에 대해 천착했다면 교향곡 3번에서 말러는 우리 앞에 펼쳐진 광대한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천지가 창조되기 전 혼란스러운 세계로부터 영원한 사랑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를 이야기하는 말러의 세계는 방대하고 심오하다. 그중 우주 만물이 생명으로 약동하는 계절, 들에 핀 꽃과 숲의 짐승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교향곡 3번의 핵심이다. 말러는 물론 브람스, 바그너 등 다양한 작곡가들의 작품 속에서 매력을 발산한 메조소프라노 오카 폰 데어 담라우가 이번에 또 말러의 뮤즈로 분한다.
6월 29일(예술의전당)에는 ‘홀스트’호를 발사한다. 이스라엘 출신의 지휘자 요엘 레비는 홀스트의 관현악 모음곡 ‘행성’과 슈완트너의 ‘세계를 위한 새 아침 : 자유의 여명’으로 전쟁 종식과 인류평화의 염원을 담는다. ‘우주 안에 하나로 엮인 인류’를 주제로 분열과 고립, 전쟁과 상처, 대립과 공포로 얼룩진 인류를 향해 회복의 가능성과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 한창록 사장 “음악을 선택하는 시야와 안목을 넓히는 2024년 시즌 될 것”
KBS교향악단 한창록 사장은 “2024시즌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수준 높은 공연을 위해 프로그램 구성에 최선을 다했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브람스 교향곡 2번, 베토벤 교향곡 9번 등 핵심 정통 레퍼토리는 유지해 기본기를 더욱 탄탄히 하는 한편 지휘자의 요구에 민첩한 대응이 필요한 새로운 레퍼토리도 놓치지 않았다”며 “관현악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KBS교향악단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을 선택하는 관객의 시야와 안목이 한층 넓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4년 정기연주회 시즌 전체 패키지 티켓은 12월 12일(화) 오후 2시 인터파크를 통해 오픈되며, 공연장별 유료회원 패키지는 12월 15일(금) 오후 3시 예술의 전당 및 롯데콘서트홀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고, 개별 공연 및 공연장별 패키지 전체 오픈은 12월 19일(화) 오후 2시 인터파크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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