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2005년이다. 5년에 한 번씩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1세기 쇼팽이 탄생했다. 마치 쇼팽이 다시 태어나 피아노 앞에 앉은 듯, 젊은 시절 쇼팽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더불어 곡에 대한 완벽한 이해도와 연주력으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관객과 심사위원단을 압도했다.
이 청년은, 그해 우승과 더불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4가지 특별상(마주르카 최고연주상·폴로네즈 최고연주상·피아노협주곡 최고연주상·소나타 최고연주상)을 모두 휩쓸며 쇼팽 콩쿠르 역사상 최초의 전 부문 석권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정석을 보는 듯 했다. 빈틈없는 깔끔함과 안정적인 연주는 듣는 이들을 편안한 황홀감에 빠지게 했다. 폴란드 음악 특유의 강하지만 세련된 감성을 가장 적절한 울림으로 구현했다.
콩쿠르 심사위원이었던 피오트르 팔레치니(1970년 쇼팽 콩쿠르에서 개릭 올슨, 우치다 미츠코에 이어 3위 입상)는 “다른 파이널리스트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원이 다르게 뛰어났기에, 그 누구에게도 2위를 수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05년 쇼팽 콩쿠르 2위는 공석으로 남았다. 또 다른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은 “11 명의 피아니스트와 1명의 아티스트가 모였다”고도 얘기하며 당시 월등했던 연주에 찬사를 보냈다.
1975년 우승자였던 크리스티안 짐머만 이후 30년만의 폴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라는 점 역시 그의 우승을 더욱 특별하게 했지만, 다른 우승자와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러브콜을 받으며 바쁜 공연 일정으로 채워져야 할 그의 달력에서 2016년, 1년여의 기간을 비우게 됐다.
심도 깊은 음악 연구를 위해 폴란드 토룬의 코페르니쿠스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논문을 쓰는데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철학 공부가 음악을 해석하는 데 있어 보다 더 깊은 이해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1년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서 연주활동을 하는 대신에 학문에 정진하며 음악세계를 더욱 넓히는 시기를 가졌고 이는 그가 평소에 음악가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의 깊이를 보여줬다.
‘쇼팽의 환생’으로 불리는 라파우 블레하츠가 7년 만에 두 번째 피아노 리사이틀로 돌아온다. 2017년 첫 내한 독주회로 큰 환호를 받은 라파우 블레하츠는 내년 2월 27일(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팬들을 만나 완숙미 넘치는 연주를 선보인다.
“블레하츠는 제가 평생 들어본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중 한명입니다.”(존 오코너) “음악의 깊이와 의미를 탐구하며 가능성을 탐색하는, 음악에 헌신적인 아티스트다”(워싱턴 포스트)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찬사를 받는 그가 이번 무대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은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1부에서는 블레하츠의 탁월한 해석을 느낄 수 있는 쇼팽의 향연이 펼쳐진다. ‘녹턴 15번(Op.55 No.1)’과 더불어 폴란드의 음악적 리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춤곡인 ‘마주르카(Op.6)’와 ‘폴로네즈 C장조(Op.40)’ ‘영웅 폴로네즈(Op.53)’를 감상할 수 있다.
이어 2부에서는 쇼팽 콩쿠르 이후 그가 연구한 작곡가들의 작품이 연주된다. 투명한 색채로 표현하는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L.75)’, 항상 정제된 음색의 모차르트 ‘소나타 11번(K.331)’, 그리고 폴란드의 피아니스트들과 떼어놓을 수 없는 시마노프스키의 ‘변주곡 내림b단조(Op.3)’를 통해 그의 음악적 진면목을 드러낸다.
항상 과장된 표현 없이 자연적인, 그리고 조용하게 품격 있는 라파우 블레하츠의 리사이틀 티켓은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티켓 가격은 R석 14만원, S석 11만원, A석 8만원, B석 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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