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오랜 꿈이었던 ‘월급 받는 장애인 예술단’이 탄생합니다. 지금은 3명으로 출범하지만 이르면 내년 1월 중에 8명 정도로 늘어날 겁니다.”
툴뮤직 정은현 대표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 오전 10시에 회견이 예정돼 있었는데 6시에 나왔다고 고백했다. 19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툴뮤직 장애인 예술단’ 창단식 기자회견에서 그는 “내년 1월 13일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창단기념 연주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툴뮤직은 2014년 설립됐다. 2018년 서울시 사회적기업에 선정됐고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음반제작 유통, 음악교육 사업, 청년 및 장애인 아티스트 공연기획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했다.
정 대표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그는 “우연히 장애인 피아니스트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남다른 목표를 가지게 됐고, 드디어 그 꿈을 이루게 됐다”며 “앞으로 여러 기업들이 장애인 음악가 지원 운동에 함께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음악가에 대한 정 대표의 관심과 사랑은 뜨겁다. 2016년도부터 ‘장애인 콩쿠르’를 열어 350여명의 장애인 아티스트를 배출했다. 후원 없이 자기 주머니를 털었고 올해 제7회 콩쿠르를 앞두고 있다.
수상자들이 더 자주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음악회도 따로 개최하고 있다. 신진 음악가 육성뿐만 아니라 장애인 음악활동 지원 사업을 진행해 음악을 통한 진정한 사회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장애인 음악단이라고 하면 흔히 앙상블과 오케스트라 등 단체로 하는 음악활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툴뮤직 장애인 예술단’은 솔로이스트들로 구성돼 있다. 단원 모두에게는 월급을 지급한다. 장애인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기업인 브이드림 등의 후원, 그리고 툴뮤직의 재원으로 단원에게 월급을 준다.
창단식 회견에서는 단원 3명의 소개와 미니공연도 열렸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피아니스트 김경석은 라흐마니노프의 ‘악흥의 순간(Op.16-4)’을, 클라리네티스트 이종혁은 망가니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들려줬다.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은 스크랴빈의 ‘왼손을 위한 프렐류드(Op.9)’를 연주했다. 그는 2012년 미국 신시내티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던 중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져 오른쪽 반신 마비는 물론 언어 장애까지 왔다. 오른쪽 팔다리를 쓰지 못했지만 한 손으로 피아노 치기를 결심하고 불굴의 의지와 피나는 노력으로 4년여의 힘겨운 재활 치료를 이겨내고 ‘왼손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과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열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이선호는 게스트로 특별연주를 선사했다.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Op.23-5)’를 연주했는데 “일부러 힘찬 곡을 준비했다. 이 곡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 응원가가 됐다.
정 대표는 “최근 사회적으로 장애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인지 여러 기업에서 후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음악 재능이 있는 장애 예술가 단원들을 계속 늘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예술단의 모토는 ‘유 아 소 스페셜(You are so special)’이다. 우리 모두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존중받고 사랑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리음아트앤컴퍼니 김종섭 대표가 진행했다.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방귀희 대표, 경기문화재단 주홍미 본부장, 브이드림 김진의 상무가 축사로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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