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혁·김도연 이탈리아 데뷔 기회 잡았다...‘아슬리코 오페라 콩쿠르’ 남녀 1위

75년 역사상 한국 성악가 최초 1위 수상
​​​​​​​‘라보엠’ 주역 맡아 9월부터 유럽서 활약

김일환 기자 승인 2024.01.08 20:45 의견 0
바리톤 박준혁과 소프라노 김도연이 ‘아슬리코 오페라 콩쿠르’ 75년 역사상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해 ‘라보엠’ 남녀 주인공으로 유럽 무대에 데뷔한다. ⓒ아슬리코오페라콩쿠르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바리톤 박준혁(26·경희대)과 소프라노 김도연(22·한국예술종합학교)이 본격적으로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에 선다. 두 사람은 ‘아슬리코 오페라 콩쿠르’ 75년 역사상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해 ‘라보엠’의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박준혁과 김도연은 8일 새벽(한국시간) 끝난 ‘제75회 아슬리코 오페라 콩쿠르’ 글로벌 파이널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발휘해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의 남녀 배역을 맡게 됐다. 한국 남녀 성악가가 1위를 한 것은 아슬리코 콩쿠르 75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탈리아 휴양도시 코모에서 열린 이번 콩쿠르에는 세계 각 지역의 예선을 통과한 400여명의 젊은 성악가들이 출전해 역대 최고의 경쟁을 벌였다. 지난해엔 200여명이 최종 경합에 올랐다.

박준혁과 김도연은 지난해 11월 비에이치와 오알켐의 후원으로 서울에서 개최된 아슬리코 아시아 대회의 상위 입상자이다. 한국은 이번 콩쿠르에 모두 5명이 참가했다. 서울 대회에서 5000유로(약 700만원)의 상금을 받으며 1위를 한 베이스 강정훈(서울대), 3위를 차지한 테너 김우겸(서울대), 그리고 테너 도윤상(중앙대)은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했다.

바리톤 박준혁과 소프라노 김도연이 ‘아슬리코 오페라 콩쿠르’ 75년 역사상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한 후 다른 수상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슬리코오페라콩쿠르 제공


박준혁은 극적인 스토리를 썼다. 그는 서울 대회에선 3위 이내에 들지 못했지만 도윤상과 함께 최종 5명에 포함돼 출전 기회를 잡았다. 최종 글로벌 파이널에서 도니제티 오페라 ‘폴리우토’의 ‘Di tua beltade immagine(여인이여, 사악한 자여)’를 매력적인 목소리로 멋지게 소화해 ‘라보엠’의 마르첼로 역으로 선정됐다. 또한 최고상이라 할 수 있는 청중상을 함께 수상하며 오페라 본고장 진출의 꿈을 이루었다.

김도연은 도니제티의 곡으로 오디션 최종 승자가 됐다. 그는 깔끔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보이스로 ‘돈 파스콸레’의 ‘Quel guardo il cavaliere(그 눈빛이 기사를 사로잡았지)’를 불러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파와 중국 의 소프라노를 물리치고 ‘라보엠’의 무제타 역으로 선정됐다. 김도연은 서울 대회에서도 같은 곡으로 상금 3000유로(약 420만원)를 받으며 2위를 수상했다.

시상식은 세계적인 오페라극장 경영자인 도미니크 마이어가 직접 진행했다. 마이어는 오스트리아 빈의 슈타츠오페라 극장장을 역임하고 현재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장으로 있다.

성적 발표와 시상식에는 아슬리코 아시아의 김봉미 대표가 배석했으며 정갑균 대구 오페라하우스 관장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박준혁과 김도연은 아슬리코 극장 소속으로 계약을 하게 되며 이탈리아에 체류하면서 일정 기간 트레이닝을 받는다. 훈련 기간에도 정식 오페라 단원으로 출연료를 받으며 유럽 및 미국 무대에 오른다.

1949년 첫 대회를 연 아슬리코 콩쿠르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인 카를로 베르곤지(테너), 레나타 스코토(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소프라노), 피에로 카푸칠리(바리톤), 니콜라 마르티누치(테너), 카티아 리치아넬리(소프라노) 등을 데뷔시켰다.

이 대회는 일반적인 콩쿠르와는 다르게 무대에 오를 신진 오페라가수를 선발하는 경연으로서 오는 6월부터 체재지원금을 받으면서 트레이닝을 받고 9월부터 있는 시즌에 개런티를 받으며 주역으로 무대에 오르게 되는 차별화된 최고의 콩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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