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현·김은진 “슬픔의 노래 ‘겨울나그네’...공감하면 내면엔 따듯함 가득”

1월23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듀오콘서트
“마음과 마음 연결하는 큰 울림에 집중할 것”
​​​​​​​“카타르시스 같은 곡...위로의 시간 선사”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1.12 14:32 의견 0
바리톤 안대현과 피아니스트 김은진이 오는 1월 23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듀오콘서트를 연다. ⓒ안대현·김은진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작곡한 연가곡집 ‘겨울나그네(Winterreise)’는 모두 24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표마다 우울함이 가득하다. 첫 번째 곡 ‘안녕히’부터 한없이 쓸쓸하다. “이방인으로 왔다가 다시 이방인으로 떠나네.” 노래 속 청년은 사랑에 실패했다. 추운 겨울날 연인의 집 문에 ‘안녕히’라고 써놓고 먼 길을 떠난다. 눈과 얼음이 뒤덮인 겨울 들판 속으로 걸어간다. 겨우 31년을 살다 간 슈베르트는 미리 자신의 짧은 삶을 예감한 듯 곡을 썼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슈베르트는 빌헬름 뮐러(1794~1827)의 시에 곡을 붙여 완성했다. “나는 악기를 연주할 줄도 노래를 부를 줄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시를 짓는다면, 그것은 노래를 부르면서 연주를 하는 것이다. 확신컨대 나의 시어에서 음률을 찾아 그것을 내게 되돌려줄, 나와 비슷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뮐러의 소망은 통했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고, 또 비슷한 때에 숨진 닮은꼴 두 사람은 ‘겨울나그네’로 끈끈하게 하나가 됐다.

제1곡 ‘안녕히’뿐만 아니라 ‘얼어붙은 눈물’(제3곡) ‘보리수’(제5곡) ‘넘쳐흐르는 눈물’(제6곡) ‘봄의 꿈’(제11곡) ‘환상의 태양’(제23곡) ‘거리의 악사’(제24곡) 등 전체적으로 음울하고 어두운 정조가 흐른다. “나의 작품은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와 슬픔을 표현한 것이다. 슬픔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야말로 세상을 진정 행복하게 하리라고 생각한다. 슬픔은 이해를 돕고 정신을 강하게 한다.” 슈베르트는 뮐러의 시를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표현했다.

바리톤 안대현과 피아니스트 김은진이 리트(독일 예술가곡)의 왕이 남긴 ‘겨울나그네’(Op.89 D.911) 24곡을 모두 들려주는 콘서트를 개최한다. 오는 23일(화)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이다.

이번 공연은 리트듀오로 케미를 맞춘 두 사람의 기획공연 ‘리더아벤트 시리즈(Liederabend Series)’의 두 번째 무대다. 시리즈1에서는 로베르트 슈만의 ‘시인의 사랑’(Op.48)과 ‘리더크라이스’(Op.24)를 들려줬다. 두 사람은 12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미 한번 호흡을 맞춰봤으니 더 엑설런트한 무대를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안대현은 그동안 ‘겨울나그네’ 전곡을 여러 번 연주했다. 첫 연주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슈베르티아데(‘슈베르트의 밤’이라는 뜻으로, 슈베르트를 사랑했던 친구들의 사교모임)의 리더인 토마스 자이볼트의 반주로 함께 했다.

그는 “오랜 시간 자이볼트와 작업하며 음악적 감성과 문학적 감성을 하나로 연결하려고 애썼다”라며 “가사 전달력과 멜로디의 흐름에 집중해 최적의 발성에 대해 연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포인트가 바뀌었다.

“지금은 공감을 통해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큰 울림을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부르면 부를수록 슈베르트가 뮐러의 영감에 얼마나 공감했는지 깊이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슈베르트는 일기에 이런 말을 남겼어요. ‘아무도 타인의 고통과 행복을 이해할 수 없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다가간다고 믿지만, 실제로 서로의 곁을 지나칠 뿐’이라고. 개인주의적이고 차가운 발언처럼 생각될 수 있는 말이지만 저는 오히려 그의 작품에서 따뜻함을 느낍니다. 그가 만든 마스터피스는 깊은 공감과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이 멋진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어요.”

‘겨울나그네’는 특히 피아노 반주에 집중하면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반주부가 노래를 도와주는 어시스트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악과 동등한 입장에서 각자의 성격을 가지고 음악이 진행된다. 비록 독일어 가사의 뜻을 몰라도 온전히 음악이 가진 내재적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피아노 사운드 때문이다.

김은진은 “제게 ‘겨울나그네’는 카타르시스다. 슈베르트는 ‘슬픔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야말로 세상을 진정 행복하게 한다’고 말했는데, 저의 경우도 그렇다”라며 “이런 슬픈 작품에 몰입할 때 진정으로 저는 정화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첫 번째 리더아벤트 때 많은 관객들이 함께 울어주고 함께 기쁨도 나눴다”라며 “슈베르트가 연주자에게 전달한 슬픔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해 다시 한 번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을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eunk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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