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숙현 “세상 소음이 음악으로 들리는 신비 함께 느끼고 싶어 음악에세이 출간”

월간리뷰 연재했던 ‘박학다식 보따리’ 한권으로 묶어
‘음악을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 행복하다’ 출판

플루트 전공했지만 다양한 장르서 배운 ‘음악 오르가슴’
​​​​​​​시간에 갇힌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비법 가득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1.18 09:08 | 최종 수정 2024.01.18 16:07 의견 0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숙현이 ‘음악을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 행복하다’를 출간했다. ⓒ리음앤아트컴퍼니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요즘은 주변에서 음악을 너무도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단점도 있어요. 오히려 음악이 우리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우리 사회에 어떤 자극을, 인류 평화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잠잠한 의식을 깨뜨려 음악에 다시 관심을 갖게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위대한청춘70년’ ‘시실내악’ ‘연애의정석’ 등 다양한 기획공연에서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숙현이 음악에세이 ‘음악을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 행복하다’(리음북스, 348쪽, 1만8000원)를 출간했다. 오랜 시간 체득한 잡학다식 음악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알짜 정보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뉴미디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는 한숙현 박사의 집필 의도는 명확하다. 그는 17일 인터뷰에서 “정제되고 정화된 순수음악뿐만 아니라 지역색이 강한 민속음악, 현대 물질문명과 인간성을 담은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의 영향을 소개함으로써 음악을 향한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 장을 여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음악으로 들리는 신비를 체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플루트를 전공했지만 세상을 지배하는 음악에는 클래식 등의 특정 장르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가 서로 혼용하고 조응하면서 감동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그래서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클래식, 재즈, 대중음악, 광고음악, 현대음악, 케이팝, 힙합, 블루스, 명상음악, 치유음악 등 모든 음악장르와 영역을 망라하되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음악상식을 주제별로 나누어 지루하지 않게 써내려갔다. 책의 구상은 대학 시절부터 이미 똬리를 틀고 있었다.

“3학년 겨울, 그날은 눈이 펑펑 쏟아졌어요. 학교에서 남영역으로 연결되는 청파동 거리를 엉금엉금 걸어 나가고 있었죠. 하얀 눈 위에 부츠가 까치발처럼 발자국을 남겼어요. 그러다 작은 레코드점에서 문득 걸음을 멈췄습니다. 클로드 치아리(Claude Ciari)의 ‘첫 발자국(Le Premier Pas)’이 끝나고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달콤한 선율이 흘렀는데, 마치 자석처럼 온몸을 끌어당겼어요.”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음악의 오르가슴’이 엄습한 날이다. 고향 당진에서도, 그간의 서울생활에서도 들리지 않았던 따뜻한 음악들이 찾아왔다. 클래식이 ‘블랙 앤 화이트’ ‘그레이’처럼 고급스러운 색상이었다면, 레코드숍에서 흩날리는 음악은 따스한 봄날에 어울리는 ‘파스텔 빛’이었다. 어릴 때부터 클래식만 공부하고 플루트만 연습해온 그는 “생경한 경험이었다. 생각해보면 클래식은 제 자신에게 무척 엄격한 공부였음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숙현이 ‘음악을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 행복하다’를 출간했다. ⓒ리음앤아트컴퍼니 제공


대학을 졸업할 즈음, 한숙현은 내 삶이 어디를 향할까 상상했다. 플루트를 배웠지만 연주 생활로 인생 전체를 올인할 생각은 없었기에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모험 가득한 길을 선택했다. 청파동에서 벗어나 돈암동에서 음악교육 석사를 취득하고, 그 이후 10여년 만에 왕십리 한양골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동안 시도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무한도전! 딱 그랬다.

사업을 목적으로 청년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음악콘텐츠 개발 회사를 설립해, 뮤직크리에이터로서 매일음악, 뮤직비타민 프로그램 및 교재를 개발하고 수천 곡의 음원을 직접 발매하며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그는 “다행히 신께서 저의 열정에 감복했는지 개발한 음원들을 다수의 중견 기업체에 판매하는데 성공했다”며 “그 과정에 수백 명의 음악기업인들을 만났고, 그간의 경험들이 응집돼 ‘음악감독’으로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월간리뷰’를 발행하는 리음앤아트컴퍼니와도 귀한 인연을 맺게 됐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음악 청춘의 길에서 틈틈이 공부하고 기록해놓은 내용들을 ‘월간리뷰’에 꾸준히 연재했고, 그것을 하나로 엮었습니다. 애초부터 책 출간을 목적으로 쓰기 보다는 평소 궁금했던 내용을 담아냈기에 논문처럼 가지런하고 합리적 나열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그러나 음악을 이해하는데 꽤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크게 ‘정치권력과 음악’ ‘유혹하는 음악’ ‘음악은 진화한다’ ‘생명을 약동시키는 음악’ ‘음악은 인간관계의 윤활유’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치유에 미치는 영향’ 등 7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 장을 열면 독자들은 세상의 소음들이 모두 음악으로 들리는 매직을 체험하게 된다. 음악에는 아름다운 멜로디만 있는 것이 아니며 음악가의 삶과 메시지와 철학과 역사와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음악을 알면 시간 안에 갇힌 삶을 두 배, 아니 수십 배로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책을 출판한 ‘리음북스’ 김종섭 대표는 “행복은 발견하는 사람에게 온다는 말처럼, 음악도 그 의미와 가치, 작곡가의 메시지 등을 알아 가면 삶을 행복으로 채색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살아가는 동안 음악의 샤워를 피할 수 없는데 이 책은 음악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주는 도구다. 생각만 바꾸면 잔소리도, 코골이도 리듬으로 변할 수 있다. 이 책은 생각의 대전환을 일으켜 우리에게 행복을 선물해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eunk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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