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착해지는 그림...이사라 “‘원더랜드’는 각자의 꿈 이루어지는 나라”

“예술은 늘 일상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
찰스장·홍원표 등 6인과 ‘팝스트리트 66’
​​​​​​​성북동 뮤지엄웨이브서 3월3일까지 전시

김일환 기자 승인 2024.01.19 19:18 의견 0
‘원더랜드’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그리는 이사라 작가가 6인 그룹전 ‘팝 스트리트 66’ 개막을 하루 앞둔 18일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트본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보기만 해도 착해지는 그림이다. 마음 한구석에 탁 달라붙어 있던 나쁜 마음이 저절로 떨어져나간다. 그림 속 소녀는 순정만화 주인공을 닮았다. 눈망울이 크다. 그 안에 하트와 별이 반짝인다. 블링블링하다. 소녀 옆에는 동그란 곰돌이와 호기심 넘치는 몬스터도 있다.

“제 작품의 제목은 모두 ‘원더랜드(wonderland)’입니다. 각자의 꿈이 이루어지는 ‘동화의 나라’입니다. 신나는 것이 가득한, 아주 멋진 곳이죠. 소녀가 안내자 역할을 합니다. 혼자 가면 재미도 없고 힘이 들어요. 그래서 곰돌이·몬스터와 함께 각자 원하는 세계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림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관객들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함께 떠나는 거죠.”

이사라 작가가 서울 성북구 대사관로 13길 66에 위치한 뮤지엄웨이브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팝아트 작가와 스트리트 그래피티 아티스트 6명이 함께 하는 ‘팝 스트리트 66(Pop Street 66)’에 참가한다. 1월 19일부터 오는 3월 3일까지 열린다. 18일 프레스 투어에서 미리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작가는 셀럽이다. 지난해 3월 KBS 2TV에서 방송한 국내 최초 아트 버라이어티 쇼 ‘노머니 노아트’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4명의 작가들과 나온 그는 라이브 드로잉쇼에서 검게 뒤덮인 캔버스를 거침없이 찢는 퍼포먼스로 시선을 강탈했다. 특히 최종 경매까지 올라 2100만원에 낙찰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먼저 소녀 탄생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어렸을 때 종이인형을 가위로 오리며 자주 놀았다. 성인이 되어 작품 활동을 하면서 어떤 캐릭터를 창조할까 고민하다 그 종이인형을 탁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름은 없다. 소녀에게 이름을 붙이는 순간 무엇인가 한정적이고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열린 이름인 소녀로 부른다”고 덧붙였다.

이사라 작가가 1m 80cm에 이르는 대형 신발 조형물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6인이 협업하는 이 작품은 2층 스페셜 아트존에 전시된다. ⓒ아트본 제공


이사라 작가의 그림엔 강렬한 원색이 없다. 대부분 파스텔톤이다. 행복이 가득하고 사랑이 넘친다. 살짝 색이 바랜 느낌이 나지만 실상은 몇 번을 덧칠해 빈티지 컬러를 살려낸 것이다.

독특한 작업과정을 거친다. 캔버스 천에 바로 색을 칠하지 않는다. 캔버스 바닥 면에 일단 자신이 조합한 재료를 칠하고 사포질을 한 다음에 다시 같은 재료로 칠을 한다. 이런 식으로 일정한 두께의 층이 형성될 때까지 몇 차례를 반복한다. 엄청난 노동집약적 아트다. 수없는 붓질은 성실하지 않으면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1층에 작가의 그림이 전시돼 있지만 3층에도 비교적 큰 사이즈의 작품이 3개 걸려 있다. ‘wondeland-baby pink frame’ ‘wondeland-pop orange Frame’ ‘wondeland-sky blue frame’이다. 지갑 사정만 허락된다면 욕심나는 작품이다. 그는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사라지지 않나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3층 전시 공간 한가운데 따로 곰인형을 여러 개 만들어 놓았다.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곰돌이를 인형으로 제작한 것. 그는 “이거는 이름이 있다. 러키베어(lucky bear)다. 관객들에게 행운을 선물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6인 작품전에 참가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예술은 일상과 가까워야 합니다. 예술은 멀리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제 모토입니다.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의도에 가장 잘 부합하는 장르가 바로 팝아트죠.”

● 작가 22인이 스니커즈에 담은 세계·대형 그래피티 등 볼거리 풍성

‘팝 스트리트 66’ 이 19일 개막하는 가운데 코마와 알타임죠의 200호 이상 대형 라이브 그래피티가 3층 전시실 입구에 전시돼 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사다리와 스프레이 등을 그대로 놓아 두었다. ⓒ아트본 제공


이번 6인 그룹전에는 이사라와 함께 찰스장, 홍원표, 아트놈, 코마, 알타임죠가 참여한다. 2024년 신작을 포함해 총 100여 점의 작품이 뮤지엄웨이브 1~3층 전관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팝아트와 그래피티 장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의 작품에는 저 마다의 컬러풀한 에너지가 느껴지고 꿈, 행복, 즐거움, 희망 등 삶의 긍정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

찰스장은 로보트 태권브이와 같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캐릭터를 활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페인팅 작업에 전념했다. 오방색 계열을 사용했기 때문인지 로보트는 불상이 연상되기도 하고 샤머니즘과도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홍원표의 작품은 웃음이 절로 번진다. 메인 캐릭터 ‘바라바빠’는 해학적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바라고, 또 항상 바쁘게 산다. 그래서 이 둘을 결합한 단어가 ‘바라바빠’다. 측은하기보다는 즐겁고 유쾌하다.

‘예술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아트놈 작가는 가족 사랑이 대단하다. 항상 토끼가 등장하는데 와이프의 분신이다. 강아지도 한 마리 나온다. 집에서 키우고 있는 반려견이다. 코마 작가는 국내에서 일부 불법적이었던 그래피티를 긍정적 문화로 변신시킨 주인공이다. 작품마다 그의 상징인 다이아몬드 왕관이 나온다. 알타임죠는 독특한 캐릭터와 레터링, 에너제틱한 컬러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팝 스트리트 66’에는 주목할 만한 특이점이 많다. 3층 전시실에는 영상관이 설치돼 작가 스토리, 작품 관련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이 상영된다. 또한 코마와 알타임죠의 200호 이상 대형 라이브 그래피티가 3층 전시실 입구에 전시돼 그래피티가 뿜어내는 에너지에 압도된다. 이 작품을 위해 작가들은 전시실에 설치된 대형 캔버스에 실제 작업했으며 관객들은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2층에는 ‘전시 속의 전시’인 스페셜 아트존을 따로 마련했다. ‘팝 스트리트 66’참여 작가 6인과 16인의 아티스트가 스니커즈에 자신들의 무한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1m 80cm에 다다르는 대형 신발 조형물에는 작가들이 구역을 나눠 자기만의 고유한 캐릭터, 패턴, 스타일을 고스란히 표현한다. 결국 하나의 결과물로 완성돼 참여 작가 22인의 진정한 협업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뮤지엄웨이브는 지난해 6월 유무선 통신 인프라 전문 코스닥 상장 기업 우리넷이 개관했다. 개관 이후 세 번째 전시에 대해 우리넷 최종신 대표는 “이 공간에서 팝아트 전시는 처음이다.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통해 세대를 초월해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편히 관람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기를 바란다”며 “올 한해 뮤지엄웨이브의 전시 라인업을 거의 끝냈다. 좋은 전시에 대한 기대와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아트본 김연수 대표는 “우리 일상생활을 통해 흔하게 접하는 팝아트를 소개해 한국 미술 발전에 묵묵히 일조해 온 아티스트들을 재조명하고 싶었다”라며 “거리의 예술 또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기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kim67@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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