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은 현대곡으로, 둘째날은 고전곡으로...다닐 트리포노프 ‘네 개의 팔을 가진 연주’

4월 1일·2일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
​​​​​​​깊이있는 레퍼토리 매번 다채롭게 구성해 호평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1.31 16:28 의견 0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위치를 입증한 다닐 트리포노프가 오는 4월 1일과 2일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첫날은 현대곡으로, 둘째날은 고전곡으로. 다닐 트리포노프가 ‘네 개의 팔을 가진 연주’로 한국 팬들을 만난다. 지난해 내한 리사이틀에서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위치를 입증한 다닐 트리포노프(1991년생)가 1년 만에 다시 독주회를 연다.

작년엔 러시아 정통 레퍼토리와 고전·낭만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작품들로 관객을 사로잡은 다닐 트리포노프는 두 번의 공연에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프로그램을 선사한다.

먼저 4월 1일(월)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 공연은 ‘Decades’라는 부제를 바탕으로 20세기에 매우 급속하게 발전된 피아노 작품들을 차례대로 소개한다.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알반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Op.1)’로 시작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미국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존 코릴리아노의 ‘오스티나토에 의한 환상곡’까지, 90여 년간 이루어진 피아노 음악 발전의 역사를 이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트리포노프의 음악을 통해 만난다.

이 밖에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풍자(Op.17)’, 벨라 바르톡의 ‘야외에서’, 아론 코프랜드의 ‘피아노 변주곡, 1930’, 올리비에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향한 20개의 시선’ 중 ‘아기 예수의 입맞춤’, 죄르지 리케티의 ‘무지카 리체르카타’(총 11곡) 중 제1~4곡,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의 ‘피아노’ 제9곡, 존 애덤스의 ‘차이나 게이트’ 등도 연주한다.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위치를 입증한 다닐 트리포노프가 오는 4월 1일과 2일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이어 4월 2일(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에서는 ‘Hammerklavier’ 부제를 바탕으로 보다 넓은 시대적 범위의 작품들을 연주한다.

공연은 장-필리프 라모의 ‘클라브생 모음곡’으로 고요하고 집중도 있게 시작되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특유의 밝고 청명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피아노 소나타 12번’을 거쳐, 펠릭스 멘델스존의 ‘엄격 변주곡’으로 작품의 경건한 의도와 장엄한 음악의 무게에 압도될 즈음 1부가 끝을 맺는다.

2부에서는 공연의 부제로도 나타나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함머클라비어’가 연주된다. 45분에 육박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대곡을 통해 대담하면서 놀랍도록 무르익은 트리포노프의 연주력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며 공연이 마무리된다. 다가오는 두 가지 프로그램의 리사이틀은 트리포노프의 음악적 고민과 해석이 그 어느 때보다 진하게 묻은 공연으로 모두의 기억에 깊게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위치를 입증한 다닐 트리포노프가 오는 4월 1일과 2일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트리포노프는 제14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연주로 전 부문 그랑프리까지 수상했다. 제13회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제16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3위 등을 차지하는 등 압도적 연주 기량을 인정받으며 ‘콩쿠르 사냥꾼’으로 불렸다.

그는 연주에 있어 정확성과 동시에 시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매 공연 상상 그 이상의 기교를 선보여 청중들로 하여금 그가 만들어내는 음악에 넋을 잃게 만든다.

유럽의 어느 평론가는 “다닐은 네 개의 팔을 가진 사람처럼 연주한다”고도 평했으며, 세계적인 거장 피아니스트이자 제14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한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모든 것을, 혹은 그 이상을 갖춘 피아니스트다”라고 평하며 “섬세하면서도 신들린 듯한 이런 연주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세계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으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트리포노프는 콩쿠르에서 보여준 그 이상의 기량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꾸준히 사로잡았고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도 완벽하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며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실제로 바흐트랙에서 발표한 ‘2023 클래식 음악 통계’에서 세계에서 가장 바쁜 콘서트 음악가(피아니스트) 부문 2위를 차지하며 현재 그의 공연에 쏟아지는 관심을 증명했고, 공연과 함께 꾸준한 음반 활동 역시 이어오며 그래미 어워즈 최고의 솔로 악기 앨범(2018), 그라모폰 올해의 아티스트상(2016), BBC 뮤직 매거진 올해의 협주곡 음반상(2019), 뮤지컬 아메리카 올해의 아티스트상(2019) 등 수많은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며 음악적 탁월성을 계속해서 인정받고 있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으나 본인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나누고 탐구하는 데 있어 누구보다 적극적인 트리포노프는 다양한 사조의 수많은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남다른 깊이로 파고들며, 비슷한 또래의 피아니스트들보다 눈에 띄게 넓은 레퍼토리를 매번 다채롭게 구성해낸다.

음악학자 피터 퀸트릴은 라흐마니노프와 후기 바흐, 슈톡하우젠을 모두 훌륭하게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피아니스트로 트리포노프를 꼽기도 했으며, 실제로 그의 리사이틀 레퍼토리는 매번 상당히 과감하고 새로운 구성을 자랑하기도 한다.

프로그램 선정에 있어 트리포노프는 작곡가, 혹은 한 시대를 깊이 있게 공부하며 이를 토대로 작곡가 간의 연관성,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그에 따른 공통점과 차이점 등 이 모든 것을 종합해 그가 이해한 음악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그러한 일환으로 구성된 다가오는 리사이틀의 프로그램 역시 트리포노프의 끝없는 음악적 탐구와 그 열정을 반영하고 있으며 트리포노프의 음악적 호기심은 오늘까지도 이 아티스트의 커리어를 계속해서 화려하게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eunk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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