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수 픽콘서트] 종교적 노래와 예술 가곡 적절한 믹스...숭고함 묻어난 석승권 보이스

10년 만에 독창회...베를리오즈·드뷔시 곡은 국내 초연
공희상·조재현 섬세한 반주와 테너의 탄탄한 노래 조화

손민수 객원기자 승인 2024.02.20 09:48 의견 0
테너 석승권이 종교적 노래와 예술 가곡을 적절하게 섞어 10년 만에 독창회를 열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공희상이 맡았다. ⓒ석승권 제공


[클래식비즈 손민수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테너 석승권은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일반과정과 최고과정을 최고점으로 입학하고 졸업했다. 다수의 콩쿠르 입상과 오페라, 오라토리오의 솔리스트로 활동했고 프랑스 앙제-낭트 오페라단 단원으로 활동 후 귀국했다.

고잉홈 뒤 다수의 오페라 및 연주를 통해 폭넓은 레퍼토리와 음악적 깊이를 보여주며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통역·번역 활동과 이탈리아어·프랑스어 가곡과 딕션책을 발간한 ‘실력자’이기도 하다.

석승권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영산아트홀에서 10년 만에 독창회를 열었다. 테너 석승권은 늘 공부하고 도전하는 성악가로 알고 있었기에 연주곡이 궁금했다. 베를리오즈의 ‘L’Enfance de Christ(그리스도의 유년시절)’와 드뷔시의 ‘L’enfant prodigue(돌아온 탕자)’ 중 ‘Ces airs joyeux...O temps, à jamais effacé(얼마나 좋은 분위기인가...영원히 사라져버린 날들)’는 국내 초연이었다.

약간의 기대와 우려가 섞인 감정으로 독창회를 봤다. 공연 리플릿에는 곡에 대해 모르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프로그램 곡들의 가사를 순서대로 번역해 실었다.

1부 곡들은 그의 소박한 생활과 종교적 신념을 보여주는 선곡이었다. 종교적 색채로 채운 레퍼토리는 회개-예수님 관련 이야기-기도와 찬양의 주제로 이어졌으며 2부는 예술가곡으로 구성됐다.

첫 곡 J.S. Bach의 ‘칸타타 BWV 55’ 중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를 연주했다. 바흐가 유일하게 작곡한 테너를 위한 다섯 곡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그 중 2, 3번 곡이었다. 첫 곡이라 긴장을 했는지 아니면 종교적 색채의 곡이어서 그런지 너무나도 움직임 없이 경직된 자세로 노래를 불러 전체적으로 약간 답답한 느낌을 줬다. 되레 곡이 끝나고 나서 긴장이 풀린 모습이다. 차분하고 깔끔한 소리로 연주되는 바흐를 들으며 피아노 반주가 아닌 소규모의 실내악단과 연주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너 석승권이 종교적 노래와 예술 가곡을 적절하게 섞어 10년 만에 독창회를 열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공희상이, 비올라 반주는 조재현이 맡았다. ⓒ석승권 제공


이어 관심을 가졌던 Louise Hector Berlioz의 곡이다. ‘L’enfance du christ(그리스도의 유년시절)’를 라이브로 들어보는 것은 처음이다. 이 곡은 오라토리오로 성경의 이야기를 베를리오즈가 1853년에서 1854년에 걸쳐 작곡했다. 이 곡은 ‘성 3부작’으로 불리기도 한다. 피아노 공희상의 연주와 테너 석승권이 조화롭게 음악을 주고받는 모습에서 깊은 애정이 담긴 노래의 메아리가 숭고했다. 두 번째 곡에서는 반주의 섬세함이 노래를 탄탄히 받쳐 주었지만 단출한 피아노 반주이다 보니 약간의 부족함이 있었다. 이 역시 앙상블과 함께였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 번째 곡은 Ralph Vaughan Williams의 ‘테너와 비올라를 위한 네 곡의 찬양’이란 작품이다. 본 윌리엄스는 영국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친구이자 작곡가인 구스타프 홀스트와 함께 영국의 성가곡을 채집하고 작곡한 작곡가다. 본 윌리엄스는 성가곡집을 출간했다. 곡은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때론 조재현이 연주하는 비올라가 때론 테너 석승권이 노래하는 소리가 친밀한 대화의 느낌을 잘 표현해 주어 악기와 목소리의 맛을 잘 담아냈다.

2부에서는 하나의 주제로 두 작곡가를 엮어 구성했다. 첫 시작은 G. Rossini의 ‘L’esule(유배)’와 Ildebrando Pizzetti의 ‘I Pastori(목동들)’을 연주했다. 고향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곡으로 100년의 시대차가 있는 곡들이다. 이 곡들을 들으며 이탈리아 특유의 음악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어 Gabriel Fauré의 ‘Nell’과 Émile Paladihe의 ‘Psyché’를 묶어 연주했다. 두 곡 모두 시에 곡을 붙였다. ‘Psyché’는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아름다웠다. 두 무대를 각기 다른 작곡가로 배치해 서로를 비교하며 감상 할 수 있는 좋은 구성이었다. 석승권의 목소리는 유려했으면 공희상의 반주는 그 유려함에 빛을 뿌려주었다.

세 번째는 독일 가곡으로 Joseph Marx의 ‘Nocturne’과 ‘Hat dich die Liebe berührt’다. 긴 음악적 호흡이 필요한 곡으로 여기서 피아니스트 공희상과 테너 석승권의 음악적 아름다운 조화를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어떠한 역량을 갖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었다. 석승권은 깊음과 떨림으로 음악을 표현했고 반주는 바람이 불듯 그 노래를 실려 보냈다.

마지막으로 드뷔시의 칸타타 오페라 ‘돌아온 탕자’ 중 ‘Ces airs joyeux... O temps, à jamais effacé(얼마나 좋은 분위기인가...영원히 사라져버린 날들)’를 연주했다. 이 오페라는 드뷔시가 세 번째 도전에 상을 받아 로마로 유학을 갈 수 있게 해준 오페라다. 초기의 작품이라 다른 드뷔시를 만날 수 있었다. 석승권 테너의 깔끔한 소리와 음악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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