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쇼팽의 ‘뱃노래’ ‘녹턴’ 등 터치...당 타이 손 ‘프랑스 레퍼토리도 강점’ 보여준다

6월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리사이틀
​​​​​​​고난과 역경에서 꽃피운 피아노 선사

김일환 기자 승인 2024.02.22 13:49 의견 0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이 포레, 드뷔시, 쇼팽의 곡들로 오는 6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인생의 고난과 역경은 예술가에게 꼭 필요하다. 당신의 눈물이 당신의 감각을 풍성하게 하고 예술을 깊게 할 것이다.” 당 타이 손(1958년생)은 그 자신의 말처럼 세상 풍파를 온몸으로 헤쳐 나온 ‘기적의 피아니스트’다. 시련은 그의 음악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제10회 쇼팽 콩쿠르(1980년) 도전기는 드라마틱하다. 오케스트라와 단 한 번의 연주 경험도 없이 결선무대에 섰다, 턱시도도 없어 빌려 입었다.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수상자로 발표된 뒤 너무 무서워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직위에서 호텔로 찾아와 거의 끌고 갔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있다.

어디 이뿐인가. 시상식에서 받은 상장과 상금을 챙겨 가야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시상식장에 그대로 두고 나왔다. 다음날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사무국 직원들이 부랴부랴 시상식장으로 갔다. 다행스럽게도 무대 한 가운데에 그대로 놓여있는 ‘분실물’을 발견했을 정도다.

당 타이 손은 전쟁의 고통 속에서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다. 베트남 1세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의 헌신과 가르침 덕이었다. 어머니는 베트남이 프랑스령에 있던 시절, 프랑스 피아니스트로부터 피아노를 처음 배웠다. 베트남전 당시 시골로 피난을 떠났을 때는 반지하 깜깜한 굴속에서 ‘종이 피아노 건반’으로 손가락 연습을 했다. 이런 어머니의 가르침은 곧 그의 음악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당 타이 손이지만, 쇼팽 외에 그가 가진 또 하나의 음악적 강점으로 여겨지는 프랑스 레퍼토리는 그의 고난과 역경을 담아낸 예술혼의 집대성을 보여준다.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이 포레, 드뷔시, 쇼팽의 곡들로 오는 6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러시아 유학시절 일화도 뭉클하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선풍기 부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열처리를 한 부품을 약품으로 냉각시키는 공정이었다. 그러는 동안 손가락은 열에 의해서 피부가 벗겨지고 엉망이 됐다. 레슨 중에 제자의 손을 보게 된 교수는 펄쩍 뛰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손, 그만 둬. 제발 부탁이야. 너는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다. 손가락을 상하게 하는 일만은 절대 안돼.” 빠듯했던 유학생활의 한 단면이었다.

그의 쇼팽 콩쿠르 우승은 당시 암묵적으로 이어져오던 ‘동양인은 서양 음악을 이해할 수도, 연주할 수도 없다’와 같은 편견을 당당히 깨뜨렸다. 동양의 예술가들에게 많은 희망과 자신감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영향은 그 후 아시아 출신 음악가들이 세계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당 타이 손이 걸어온 행보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지금 시대의 진정한 멘토로 불리는 그는 지난 2013년 쓰나미로 인한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일본 후쿠시마를 방문했다. 그가 겪은 경험담과 더불어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

그의 연주에 남다른 울림과 깊이 있는 위로가 담겨 있는 데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며 열성적으로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워 온 인생 배경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교육자로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중이며 제18회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브루스 리우를 키워낸 스승이기도 하다.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이 포레, 드뷔시, 쇼팽의 곡들로 오는 6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2년 전, 그의 음악 인생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한국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당 타이 손이 다시 한 번 국내 팬들을 만난다. 오는 6월 9일(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가 준비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의 무대로 구성된 기획공연 ‘더 그레이트 피아니스트 시리즈(The Great Pianists Series)’로 열리는 무대다.

2022년 리사이틀 당시 1부에서 프랑스 음악, 2부에서 쇼팽의 음악을 선보인 그는 이번 공연에도 같은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번 독주회가 지난 리사이틀의 연장선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1부는 가브리엘 포레 서거 100주년을 맞아 포레의 작품으로 문을 연다. 프랑스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녹턴(Op.33, No.1)’과 ‘뱃노래(Op.26, No.1)’를 들려준다. 그 뒤를 클로드 드뷔시의 곡이 잇는다. ‘2개의 아라베스크(L.66)’ ‘가면(L.105)’ ‘어린이 차지(L.113)’까지 다양한 소품을 만날 수 있다.

2부는 당 타이 손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작곡가인 프레데릭 쇼팽의 작품으로만 구성했다. ‘뱃노래(Op.60)’ ‘녹턴’ ‘왈츠’ 그리고 ‘스케르초 2번(Op.31)에 이르기까지, 가장 쇼팽다운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쇼팽의 다양한 작품을 연주한다. ‘녹턴’은 2곡을, ‘왈츠’는 5곡을 들려준다.

특별히 이번 독주회는 전반적으로 ‘뱃노래’와 ‘녹턴’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바탕으로 음악이 전개되며, 작곡가에 따른 각기 다른 매력을 당 타이 손만의 탁월한 해석과 감성으로 관객에게 선보인다. 지난 리사이틀 이후 어느덧 2년이 지난 지금의 당 타이 손이 풀어갈 프랑스와 쇼팽 음악의 서사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뜨겁다.

티켓은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가격은 R석 10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B석 4만원이다.

/kim67@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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