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김동완 “엉망진창 캐릭터는 제가 딱이죠”...‘한여름 밤의 꿈’으로 오페라 깜짝데뷔

4월11∼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초연
“방탄소년단 RM 대신에 캐스팅 해줘 감사
​​​​​​​음악 속에서 대사를 잘 가지고 놀아볼게요”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3.14 15:24 | 최종 수정 2024.03.14 15:25 의견 0
1세대 아이돌 그룹 ‘신화’ 출신의 가수 겸 배우 김동완(오른쪽)이 오는 4월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에서 깜짝 데뷔한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한마디로 엉망진창, 혼돈, 모자람 전문 캐릭터입니다. 저를 택한 건 아주 적절한 캐스팅입니다. 세계적 성악가·제작진과 한 무대에 서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거대한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1세대 아이돌 그룹 ‘신화’ 출신의 가수 겸 배우 김동완이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다. 국립오페라단이 4월 11∼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하는 ‘한여름 밤의 꿈’에서 요정 ‘퍽’을 맡는다. 노래 대신 연기하는 역할로 4회차 모두 출연한다.

김동완은 11일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로덕션 미팅에서 오페라는 아직 본 적이 없다고 솔직 고백했다. 그러면서 “클래식은 잠이 잘 오도록 듣기도 하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악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며 “그런데 연습해보니 변칙적이고 지루할 틈이 없는 음악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음악 속에서 대사를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도록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벤자민 브리튼이 작곡한 ‘한여름 밤의 꿈’은 이탈리아어와 독일어가 대세인 오페라계에서 보기 드문 영어 오페라다. 요정의 왕 오베론과 그의 아내 티타니아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눈을 뜬 직후 처음 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마법이 깃든 사랑꽃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고 있다.

김동완이 맡은 배역은 실수로 잘못된 이에게 사랑꽃을 배달하는 요정 ‘퍽’이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장난스러운 캐릭터로 극의 감초 역할을 한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은 “퍽 역할은 처음부터 잘 알려진 셀러브리티(유명인)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방탄소년단의 RM을 생각했는데 군대에 갔다고 해서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김동완을 강력하게 추천받았다”고 캐스팅 뒷이야기를 밝혔다.

김동완은 최 단장의 설명에 “제작진이 많은 고민 끝에 RM 대신 저를 택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최 단장은 “개인적으로 30여년 전 이 작품에 출연한 뒤 이 아름다운 음악을 한국에도 들려주길 바랐는데 그 꿈을 실현하게 됐다”며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은 물론 국립오페라단 솔리스트들, 국립오페라단 스튜디오 학생들까지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을 가능한 모두 기용해 한국 오페라의 격을 높일 수 있는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4월 11∼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국내 초연한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등이 11일 프로덕션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은 높은 음역을 내는 남성 성악가인 카운터테너가 주인공 오베론을 맡는 독특한 작품이다. 보통 오페라에서는 높은 음역의 소프라노와 낮은 음역의 테너가 대비를 이루지만, 이 작품에서는 카운터테너와 소프라노가 맞붙는다. 이번 공연에서 오베론 역은 카운터테너 제임스 랭과 장정권이, 티타니아 역은 소프라노 이혜정과 이혜지가 맡는다.

장정권은 “오페라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중요하고, 각자의 멜로디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라며 “그 중 오베른은 시기와 질투를 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티타니아 역의 이혜정은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의 국내 초연 무대에 오르게 돼 영광이다”라며 “아름다운 음악과 극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아 브리튼의 아름다운 음악에 빠져들면 좋겠다”고 했다.

이밖에도 테너 김효종(라이샌더 역), 바리톤 최병혁(디미트리어스 역), 메조소프라노 정주연(헬레나 역), 소프라노 최윤정(헬레나 역), 베이스 조찬희(테세우스 역) 등이 출연한다.

그동안 ‘한여름 밤의 꿈’은 다른 장르로도 변주돼 무대에 올랐지만, 브리튼의 오페라는 희곡 원문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다. 다만 1960년에 초연한 현대 오페라로 현대음악은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자주 공연되지는 않는다.

지휘를 맡은 지휘자 펠릭스 크리거는 “현대적이라는 점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며 “현대음악에 필요한 소재와 옛날 이탈리아 오페라에 있던 요소가 공존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멜로디를 아리아로 부르지 않고 레치타티보(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의 창법)처럼 전하는 것이 특징이다”라며 “음악적인 대조도 눈여겨볼 지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출연진에게 “브리튼은 셰익스피어의 텍스트를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고, 음악에 하나하나 병행해 작곡했다”며 “일반적인 이탈리아 오페라에 나오는 멜로디가 아닌 텍스트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요정인 오베론과 티타니아를 신적인 존재가 아닌 우리의 삶에 어딘가 존재하는 현실적인 노부부의 모습으로 그려낸 것도 작품의 특징이다.

연출을 맡은 볼프강 네겔레는 “오베론과 티타니아를 오래된 부부의 모습으로 보여줄 예정이다”라며 “오랜 결혼생활을 하면 벌어지는, 부엌이나 침대에서 싸우는 작은 다툼과 사랑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2024 국립오페라단 정기공연 패키지’를 출시했다. 티켓 패키지는 국내초연작인 ‘한여름 밤의 꿈’ ‘죽음의 도시’ ‘탄호이저’와 함께 2021년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아 다시 무대에 올리는 ‘서부의 아가씨’로 구성돼 있다. 네 작품(R석, S석 대상)을 한꺼번에 예매할 시 3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으며 예매는 인터파크 티켓 홈페이지에서 4월10일(수)까지 가능하다.

국립오페라단은 현장 공연의 생생한 감동을 온라인을 통해서도 선보인다. 이번 ‘한여름 밤의 꿈’는 4월13(토) 오후 3시 국립오페라단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를 통해서 랜선 관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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