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감성가곡] 빈 창(임경희 시/임채일 곡/소프라노 김민지)

손영미 객원기자 승인 2024.03.26 08:47 | 최종 수정 2024.03.26 08:50 의견 0
새봄! 가장 싱그럽고 활기찬 날들을 불러오기 위해선 우리들에게는 맑은 ‘빈 창’같은 그리운 여백의 날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손영미 제공


[클래식비즈 손영미 객원기자(극작가·시인·칼럼니스트)] 삼월입니다. 새 봄,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이 땅의 가장 순결한 시작과 희망을 거는 달이기도 합니다. 그간 긴 겨울 추위로 웅크리고 내몰린 시간들을 일으켜 자유롭고 빛나는 새 날을 여는 곡으로 임채일 작곡 ‘빈 창’을 선곡했습니다.

새봄! 가장 싱그럽고 활기찬 날들을 불러오기 위해선 우리들에게는 맑은 ‘빈 창’같은 그리운 여백의 날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사랑을 살찌우고 기다리는 가장 고결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럼 가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빈 창’

그대 홀연히 내 곁을 떠나면
기억이 추억으로 가는 길목에서
나는 나는 흔적 찾아 서성이리라
추억보다 기나긴 그리움의 강물에는
눈물로 지샌 눈물로 지샌
밤하늘 별들이 하염없이 떨구는 눈물을 보리라
달빛 분주한 밤이면 준비도 없이 떠난
그 자리에 달이 키워낸 그리움의 언어가
침상에 침상에 힘없이 누우리라
추억보다 기나긴 그리움의 강물에는
눈물로 지샌 눈물로 지샌
밤하늘 별들이 하염없이 떨구는 눈물을 보리라
차마 지울 수 없는 기억에 기대어
추억의 바람으로 흔들리는
빈창에 어리는 그대여~

임경희 시인의 이력 및 시작 동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임경희 시인은 충북 제천 출신으로 1남 2녀를 두고 있으며 현재 연세 음악학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시인으로 시 낭송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피아노를 전공했습니다.

“‘빈 창’ 시작 동기는 저녁 노을을 보다가 참 아름답다 느낄 때, 서서히 해가 사라지고 또 어둠이 깔리는 시각이었고 무수한 별빛이 창가로 부서지던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달빛이 고요히 흐르던 밤이었습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시상이 떠올라 쓰게 된 작품입니다. 이는 해가 뜨기 시작하고 밤하늘에 이야기가 부서져 버린 아쉬움을 우리네 인생으로 비유해서 들여다보게 된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밤하늘에 별과의 교감으로 빚어진 새벽의 시어이듯 임경희 시인 또한 인생과 영원에 대한 명상의 시라 여겨집니다. 다음은 임채일 작곡가 인터뷰입니다.

“‘빈 창’의 작곡 동기는 시를 보고 거의 즉각적으로 선율이 떠올라 곡을 썼고 완성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리움, 이별 등의 곡조가 그러하듯 이 노래도 단조로 곡을 생각했고 곡 중 리듬과 특히 당김음의 느낌은 아쉬움과 미련을 표현고자 했었고 종결구로 가는 부분의 속삭이듯 노래하는 ‘추억의 바람으로 흔들리는’ 이 부분이 ‘빈 창’의 느낌을 적막감 속에 표현한 곳입니다. 무엇보다 전주의 흐름이 이 곡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들의 인생 또한 ‘빈 창’이 아닐까요...”

작곡가의 말처럼 우리 인생이 곧 타고난 ‘빈 창’이듯 우리는 현실적 삶과 인간관계 속에서 숱한 모순과 마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부족하고도 모자란 부분들을 품어주고 기다려주며 말없이 응원해 주는 고마운 벗들이 있습니다.

그 그리운 벗이 빈 창으로 서 있는 날 우리를 다시 기억으로 채우고 사랑으로 살찌우게 하는 노래가 바로 ‘빈 창’이 아닐까 합니다.

사라 페니 패커의 ‘pax’에서 소년처럼... 소년이 자신의 여우 pax를 찾아 떠난 것처럼... 노래를 찾아가는 시간~ 그 그리움이 물든 시간은 때로 우리들의 마음보다 몸이 먼저 아파지게 합니다. 그 별빛 고뇌와 그리움 뒤에는 꽃샘추위가 한차례 더 남아 있지만, 한밤중 사자의 포효처럼 산허리를 휘감는 솔바람처럼 만물의 생동으로 또 한 번 거뜬히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그럼 ‘빈 창’ 노래 선율 속에서 삼월 잘 보내시고 저는 라일락 향기가 스며드는 4월에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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