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첫 홍보대사 히딩크 “축구 감독과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서로 통해”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과 오랫동안 절친 사이
“연주자 가능성 끌어올리는 장점 배우고 싶어”
​​​​​​​도움 필요한 사람들 지원하는 중요성도 공감

김일환 기자 승인 2024.04.02 11:33 | 최종 수정 2024.04.02 11:43 의견 0
거스 히딩크 전 축국 국가대표팀 감독과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감독이 1일 히딩크 감독의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축구 감독과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서로 통합니다. 비슷한 점이 아주 많아요.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이 절친이 됐습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1946년생)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서울시향 홍보대사’를 맡아 K클래식을 세계에 알린다. 얍 판 츠베덴(1960년생) 서울시향 음악감독과 호흡을 맞춰 서울시향의 국제 활동과 사회공헌 사업 등을 지원 사격한다.

서울시와 서울시향은 1일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히딩크 전 감독의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히딩크는 지난 1월 무보수 명예직인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그는 2002 한일 월드컵 직후 서울·부산 명예시민증을 받았고 대한민국 1호 명예국민 자격까지 가진 국민 영웅이다. 임기는 판 츠베덴과 마찬가지로 올해 1월부터 5년이다.

히딩크와 판 츠베덴은 여름휴가를 같이 보낼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네덜란드 출신인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래전 히딩크가 판 츠베덴이 출연한 콘서트와 다큐멘터리를 본 뒤 먼저 연락하며 시작됐다고 한다.

히딩크는 “다큐 영상을 보면서 축구 감독과 지휘자 사이의 유사성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얍(히딩크는 판 츠베덴을 이름인 ‘얍’으로 불렀다)이 각 연주자가 가진 가능성과 개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끌어내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이런 점을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며 “축구선수 시절에는 학교를 방문해 선수들을 만나는 의무가 있었는데, 홍보대사로서도 음악과 교육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향후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판 츠베덴도 맞장구를 쳤다. 그는 “스포츠와 문화가 함께 할 수 있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인간의 삶에 있어 스포츠와 예술, 음악은 사람들을 하나로 연합하는 역할을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히딩크는 저의 마에스트로여서 ‘마에스트로 히딩크’라고 부른다. 한국뿐 아니라 네덜란드, 전 세계에서 전설인 분이 연락했을 때 매우 기뻤고, 서로 인생의 가치에 공감대가 많아 돈독한 우정을 쌓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스 히딩크 전 축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1일 오세훈 서울시장으부터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은 뒤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감독 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두 사람은 축구와 클래식 연주는 닮은 점이 많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판 츠베덴은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팀으로 연주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각자가 자기 악기를 연주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라며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고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연주를 향상할 수 있다는 점이 축구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히딩크는 선수 훈련을 혹독하게 시키지만, 막상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매우 행복한 표정으로 뛴다”며 “저 역시 즐거운 연주를 하려면 무엇보다 꾸준한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둘이 만나면 축구와 음악 이야기만 하느냐’는 질문에 히딩크는 “서로 자연스럽게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지만 침묵 그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며 “둘이서 그렇게 많은 말이 필요 없다. 대화하지 않아도 매우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다”라고 말했다.

판 츠베덴도 “우정이란 함께 있는 그 자체가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며 “감독님이 요리를 정말 잘 한다. 직접 요리를 해주는데 정말 엄청난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웃었다.

음악 취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히딩크는 “기본적으로 팝과 클래식 등 모든 음악을 좋아한다”며 “다만 클래식 음악은 무겁고 어려운 곡보다 이해할 수 있고 선율이 아름다움 곡을 즐겨 듣는다”고 말했다. 히딩크는 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판 츠베덴 감독 지휘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공연을 관람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각각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며 장애가 있는 아동을 돕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판 츠베덴은 부인과 함께 1997년에 설립한 파파게노 재단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돕고 있고, 2005년 히딩크가 설립한 히딩크재단은 시각장애인 전용 풋살 경기장 건립 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판 츠베덴은 이런 공통점을 언급하며 “인생에서 공감하는 가치가 같다”며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거스 히딩크 전 축국 국가대표팀 감독과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감독이 1일 히딩크 감독의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거스 히딩크 전 축국 국가대표팀 감독과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감독이 1일 히딩크 감독의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중간 중간 농담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히딩크는 현재 감독을 찾고 있는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과 관련해 “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얍이 한국 축구팀 감독을 맡는 것은 어떠냐”고 농담하자 판 츠베덴은 “지금은 서울시향을 맡고 있어서 안타깝지만 어렵다”고 맞받아쳤다. 케미가 정겹다.

판 츠베덴은 “히딩크와 통하는 점이 매우 많지만 유일하게 다른 점은 응원하는 팀이 다”라고 말했다. 판 츠베덴은 암스테르담 태생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곱 살 때부터 연고팀인 아약스 팬으로 성장했다. 반면 히딩크는 아약스의 최대 라이벌인 에인트호벤에서 전설로 인정받는 감독이다.

판 츠베덴은 “히딩크 감독과의 우정 전선에 대해 얘기하자면 모든 부분에서 다 괜찮지만 응원하는 팀에 있어서만큼은 팽팽한 긴장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팀이 더 낫냐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며 “올해는 에인트호벤이 더 나은 것 같긴 하지만 그 외의 다른 경우에는 아약스가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히딩크가 한 번도 제가 응원하는 아약스를 맡은 적이 없어, 그 점이 좀 슬프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한국 팀을 이끌며 느낀 소회도 털어놨다. 히딩크는 “제가 한국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연장자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다”라며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골 득점 기회를 선배에게 넘겨주거나 주저하는 등 축구에 있어서는 비생산적인 부분이 있어 이걸 바꾸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판 츠베덴은 “우리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직설적으로 말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 같다”며 “그래도 연주자들이 이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함께 좋은 결과물을 내기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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