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시코드 곁들인 하이든 교향곡 원곡버전 파격 연주....이승원 ‘말코 지휘콩쿠르’ 우승

본선 첫 라운드부터 강한 인상 심어주며 심사위원 사로잡아
​​​​​​​파비오 루이지 “오케스트라 사운드 다루는 방식 매우 특별”

김일환 기자 승인 2024.04.22 16:29 | 최종 수정 2024.04.22 16:31 의견 0
지휘자 이승원이 세계 최고 권위의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말코국제지휘콩쿠르 홈페이지 캡처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이승원(34)이 세계 최고 권위의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그는 본선 첫 번째 라운드에서부터 하이든 교향곡을 하프시코드 반주가 곁들어진 원전 버전으로 선보이는 ‘파격’을 선택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휘자 이승원은 지난 2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는 덴마크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초대 상임지휘자인 덴마크의 거장 니콜라이 말코를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1965년 시작돼 3년마다 개최되며 브장송 국제 지휘 콩쿠르, 말러 국제 지휘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지휘 콩쿠르 중 하나다.

올해 본선은 지난 15일부터 20개국 출신의 24명의 진출자들이 코펜하겐에 모여 진행됐다.

이승원은 첫 번째 라운드에서부터 의외의 선택으로 심사위원들과 콩쿠르 측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이든 교향곡 49번 ‘수난(La passione)’을 하프시코드 반주가 곁들어진 원전 버전으로 선보인 것, 이승원도 “이같은 선택이 저에게도 분명 위험부담이었을 수 있지만, 제 선택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저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이해해주신 심사위원단과 오케스트라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지휘자 이승원이 세계 최고 권위의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지휘를 하고 있다. ⓒ말코국제지휘콩쿠르 홈페이지 캡처


마지막 결선 무대에서 이승원은 브람스 교향곡 2번 1악장과 덴마크 작곡가 카를 닐센의 ‘가면무도회’ 중 ‘수탉의 춤(Dance of the Cockerel)’을 통해 특유의 음악성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장악력과 안정감 있는 해석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승원은 콩쿠르 우승 상금 2만유로(한화 약 2950만원)와 더불어, 전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 24곳과의 협연을 부상으로 약속 받았다.

현역 최고의 지휘자 중 한명인 덴마크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파비오 루이지는 “이승원은 음악을 풀어내는 놀라운 방식을 지니고 있으며, 콩쿠르 전반에 걸쳐서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다루는 방식이 매우 특별했다. 그것이 바로 그가 우승한 이유다”라며 우승 축하를 넘어 호평을 더했다.

우승 이후 이승원은 “세계 최고권위의 지휘 콩쿠르 우승이 실감 나지 않지만 보다 깊이 있는 음악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 이어질 활동 행보에도 포부를 밝히며 기대감을 더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비올리스트로 활동했던 이승원은 2018년부터 지휘자로 본격적으로 전향해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활발한 지휘 활동을 이어왔다.

2022년까지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서 비올라 교수를 역임하고 베를린 카를 필립 엠마누엘 바흐 무직김나지움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역임했으며, 2022/23 시즌부터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전격 선임돼 2023/24 시즌부터는 악단의 수석부지휘자로 임명됐다. 음악감독인 루이 랑그레와 더불어 마린 알솝, 토마스 손더가드, 마티아스 핀처 등의 어시스턴트 지휘자로 50회 이상의 공연을 함께 했고, 2024/25 시즌 정기공연을 지휘할 예정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등 국내 저명 오케스트라와도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승원의 다가오는 국내 주요일정은 오는 4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되어 있는 2024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공연으로, 이후에는 해외 24개의 악단과의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자 해외 투어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kim67@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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