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마음으로 장애음악가 안아준다...얍 판 츠베덴의 서울시향 올해도 특별한 콘서트

5월4일 이화여대서 유니세프와 함께 음악회
​​​​​​​바이올리니스트 박준형·공민배와 협연 무대

박정옥 기자 승인 2024.04.23 15:56 의견 0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5월 4일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2024 서울시향과 유니세프가 함께하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를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해 공연에서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를 안아주고 있는 모습. ⓒ서울시향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올해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으로 장애 음악가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5월 4일(토) 오후 5시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2024 서울시향과 유니세프가 함께하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를 개최한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지휘하며, 특별한 재능을 지닌 두 장애인 연주자의 협연 무대로 장애·비장애 구분을 넘어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오케스트라의 예술적 완성도 못지않게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음악은 영혼의 음식이다. 사회 약자들에게도 영혼의 풍요가 닿아야 한다. 사회적 약자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된다”며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정책에 깊이 공감했다.

이에 따라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 무보수로 참여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해 4월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이 공연을 처음 선보였다.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앞으로도 서울시향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음악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며 “매년 이곳에 와서 같은 느낌의 공연을 하겠다”고 밝혀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한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거스 히딩크 서울시향 홍보대사와 함께 출연한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서울시향이 한국에 사는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가 되길 원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외부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모두에게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손을 뻗어야 한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약 2800석 규모의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판 츠베덴 음악감독의 무보수 지휘로 진행된다. 서울시향과 ‘행복한 음악회, 함께!’로 이미 호흡을 맞췄던 장애인 연주자 박준형과 공민배가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사회는 데이비드 이 서울시향 부지휘자가 맡는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준형(왼쪽)과 공민배가 5월 4일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리는 ‘2024 서울시향과 유니세프가 함께하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협연한다. ⓒ서울시향 제공


이번 공연에서 협연을 선보이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준형과 공민배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장애인 연주자다. 박준형은 다섯 살에 중증 자폐성 장애 판정을 받았고, 자폐 스펙트럼의 영향으로 청각 필터링에 어려움을 겪는 비정상적인 감각 반응을 보였지만 민감한 청각을 활용해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했다.

또한 공민배는 다섯 살에 자폐 스펙트럼 판정을 받고 치료 차원에서 피아노를 치다가 열한 살부터 본격적으로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연주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들이 서울시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약자와의 동행’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복한 음악회’를 통해서였다. 서울시향은 ‘행복한 음악회’를 통해 누구나 클래식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음악에는 장애가 없다는 사회적 인식을 반영해 발달장애, 신체장애인 연주자 등 장애를 극복하고 음악 활동을 하는 연주자들과 함께 2017년부터 총 10회의 공연을 진행해 왔으며 전문 연주자를 꿈꾸는 장애인 연주자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아주 특별한 콘서트’는 약 80분간 중간 휴식 없이 진행되며,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클래식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웅대하고 힘찬 악상의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1막 전주곡으로 포문을 연다. 이어 “장애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준형이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3악장을 협연을 선보인다.

이어 서울시향은 오페라가 초연된 직후부터 아름답고 풍부한 선율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간주곡, 베토벤 교향곡 5번 1악장을 연주한다.

또한 후기 바로크 음악의 걸작이자 바흐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1악장을 협연자 박준형과 공민배가 함께 연주해 무대를 화려하게 빛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2024년 어린이날을 맞이해 어린이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편성으로 편곡한 동요 메들리를 월드비전 합창단의 노래와 함께 들려준다.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5월 4일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2024 서울시향과 유니세프가 함께하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를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해 공연 모습. ⓒ서울시향 제공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지난해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가 협연을 마치자 아버지의 가슴으로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었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가끔 사회에서 떨어져 있다는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모든 학생에게는 선생님이 필요하고, 특히 조금 더 도움이 필요한 학생은 선생님이 도와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라며 “선생님이 그들의 마음을 깊이 어루만져 줄 때 멀리까지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회 약자는 더 이상 소외된 사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약자와의 동행에 대한 평소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공연 티켓은 서울시향 누리집과 인터파크 누리집, 콜센터를 통해 전석 2만원에 판매하며, 수익금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사업의 일환으로 ‘행복한 음악회’ 참여자를 포함해 발달장애인과 가족, 장애인 연주 단체, 다문화 가정 등 문화소외계층을 공연에 초청한다.

서울시향은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을 지원하기 위해 어린이 구호 전문기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이달 4월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자폐성 장애인(오티즘) 문화복지 증진과 지속 가능한 새로운 예술복지 모델 구축을 위해 ‘2023년 아주 특별한 콘서트’ 공연 수익금 전액을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 기부했다.

한편 서울시향은 정기공연 외에도 문화소외계층과 사회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사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평소 전문 공연장을 찾기 어렵거나 문화 접근 기회가 적은 다문화가정, 발달·신체장애인과 그 가족 등 시민들을 직접 찾아가는 음악회 ‘우리동네 음악회’ ‘작은 음악회’ ‘행복한 음악회, 함께!’ ‘뮤지엄 콘서트’ ‘퇴근길 토크 콘서트’ ‘강변 음악회’ ‘미라클美樂Classic 서울’ 등을 통해 누구나 일상 속 문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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