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핀란드 국립 오페라 및 발레단 수석 지휘자이자 포르투갈 굴벤키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한누 린투는 지난 2017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을 연주해 청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는 2019년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로 활동하며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서울시향은 이 두 사람과 힘을 합쳐 9월 5일(목)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6일(금) 롯데콘서트홀에서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① ②’를 개최한다.
공연의 1부는 빛나는 색채와 오묘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음악으로 전환하는데 능숙한 핀란드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의 ‘겨울 하늘’로 문을 연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겨울 하늘’은 2002년 초연된 ‘오리온’의 2악장을 편곡해 독립된 악곡으로 만든 작품으로, 옛 그리스 신화의 오리온을 소재로 한다.
영롱하지만 날카로운 음색의 피콜로로 시작하며, 다층적인 폴리포니를 이루는 악곡에서 독주 악기들의 명징한 선율과 다채로운 음색이 인상적이다. 멀리서 들리는 천둥소리와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차가운 빗방울, 겨울에 부는 찬바람의 기운과 신비한 음향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이어 2019년 서울시향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됐던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테츨라프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무대에 오른다. 독일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브람스가 전성기에 내놓은 걸작이자 그의 생애에 걸쳐 단 하나뿐인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베토벤, 멘델스존의 협주곡과 함께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불린다.
전체 3악장으로 구성돼 있고, 매우 정열적이면서 아름답고 따뜻한 낭만의 정서가 가득한 작품으로 원숙한 브람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베를린 필, 드레스덴 필, 워그모어홀, 런던 심포니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했고 2018년 디아파종 황금상, 2017년 MIDEM 클래식상, 2015년 독일 음반평론가상 등 여러 음반상을 수상한 테츨라프가 서울시향과 어떤 연주를 선보일지 더욱 기대를 모은다.
공연의 대미는 쇼스타코비치 최후의 교향곡 15번으로 장식한다. 쇼스타코비치의 15개 교향곡 중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65세 생일을 기념해 쓰기 시작해 1971년 여름에 완성했고, 이듬해인 1972년 그의 아들 막심의 지휘로 모스크바에서 초연됐다. 전체 4악장으로 구성된 고전적인 작품으로 중간 두 악장은 중단 없이 연주되며, 쇼스타코비치의 사색적이고 포근한 서정적 선율이 가득하다.
19세기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와 바그너를 비롯해 자신의 초기작을 대거 인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등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악장은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을 인용한 금관 선율이 돋보이며, 2악장은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음색이 더해진 장송행진곡 풍의 연주가 이어진다. 마지막 악장은 글린카의 노래,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과 ‘트리스탄 이졸데’의 단편들을 대거 가져온다. 오페라의 선율들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과 닮은 파사칼리아 주제가 강력한 클라이맥스로 이끌며, 불협화음의 침입으로 불안하면서도 조용하게 막을 내린다.
● 서울시향과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준비한 실내악 공연
서울시향과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준비한 실내악 공연도 이어진다. 서울시향은 9월 7일(토)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는 ‘2024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Ⅴ: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를 선보인다.
서울시향의 다섯 번째 실내악 정기공연은 브람스 작품의 탁월한 해석자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1994년 현악 사중주단 ‘테츨라프 콰르텟’을 창단하는 등 실내악 연주에 진심인 테츨라프가 함께 한다.
이번 실내악 공연은 모차르트의 현악 오중주 4번으로 문을 연다. 이 작품은 현악 사중주에 비올라 한 대를 추가한 편성으로 총 4악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의 교향곡 40번과 함께 모차르트 g단조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 곡이 완성될 무렵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별세해 아버지에 대한 모차르트의 마음을 담은 곡이라고도 일컬어진다.
1악장은 우수 어린 분위기와 밝은 분위기가 교차하며, 2악장은 미뉴에트 악장이지만 비극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콥스키를 감동시킨 3악장은 현악기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풍부한 음향과 조화로운 울림이 체념과 슬픔의 정서, 강한 비극성을 뿜어내며, 4악장은 앞선 악장들과 마찬가지로 애조 띤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경쾌하고 명랑한 분위기로 마무리한다.
2부는 옛사랑에 대한 추억이자 이별의 아픔을 담은 브람스의 현악 육중주 2번을 연주한다. 브람스는 두 대의 바이올린, 두 대의 비올라, 두 대의 첼로가 서로 의지하며 짝을 이루는 현악 육중주 두 곡을 남겼다. 애수 어린 선율의 현악 육중주 1번이 ‘브람스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일명 ‘아가테 육중주’라고 불린다. 브람스는 괴팅겐에서 만난 대학교수의 딸이자 소프라노 아가테 폰 지볼트를 열렬히 사랑해 약혼까지 했지만 끝내 결혼에 이르지 못했다.
1악장은 신비로운 도입부로 시작하여 분위기가 고조되면 아가테를 나타내는 ‘A-G-A-H(B)-E’ 즉 ‘라-솔-라-시-미’가 세 차례나 반복되는데 이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음악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2악장은 가보트 풍의 리듬과 흥겨운 분위기가 대비를 이루며, 3악장은 주제와 5개의 변주로 구성된 변주곡으로 이어진다. 4악장은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연상시키는 음향과 폭넓은 선율로 화려하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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