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모두 입 벌린 채 관람할 것”...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 서울 첫선

10월12~19일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 공연
프란코 제피렐리의 연출 버전 그대로 재현
깜짝발탁 전여진 “완벽하게 연습...성공 자신”

박정옥 기자 승인 2024.10.01 23:17 | 최종 수정 2024.10.02 06:35 의견 0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투란도트’ 서울 공연 연출을 맡은 스테파노 트레스피디가 프란코 제피렐리와의 추억을 이야기 하고 있다. 오른쪽은 투란도트 역을 맡은 소프라노 전여진. ⓒ솔오페라단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제피렐리가 연출한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투란도트’를 그대로 한국으로 가지고 올 겁니다. 관객 모두가 입을 벌린 채 관람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는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 KSPO DOME에서 공연되는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연출을 맡은 스테파노 트레스피디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흥행 성공을 예고했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스테파노 트레스피디를 비롯해 이번 공연 제작을 맡은 이소영 솔오페라단 단장, 에밀리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투란도트 역을 맡은 소프라노 전여진이 참석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이 내한공연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대와 의상뿐 아니라 지휘, 연출, 출연진, 기술진을 그대로 옮겨와 이탈리아 오페라의 진수를 국내 팬들에게 선보인다.

스테파노 트레스피디는 “프란코 제피렐리(1923~2019)는 한마디로 신화와 같은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다 1995년 제피렐리의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아 오페라 연출가의 길을 걷게 됐다는 그는 “제피렐리는 수많은 공연 인원을 자유자재로 지휘하면서도 세밀함을 하나도 놓치지 않은 뛰어나 연출가였다”면서 “하나의 사명과도 같은 제피렐리의 작품을 한국에서 공연하게 돼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투란도트’ 서울 공연이 제작발표회가 26일 열렸다.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에밀리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이소영 솔오페라단 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연출, 투란도트 역을 맡은 소프라노 전여진다. ⓒ솔오페라단 제공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투란도트’ 서울 공연이 제작발표회가 26일 열렸다. 왼쪽부터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 에밀리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이소영 솔오페라단 단장,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연출, 투란도트 역을 맡은 소프라노 전여진다. ⓒ솔오페라단 제공


2019년부터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부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인 트레스피디는 이번 공연이 한국 오페라 역사에 정점을 찍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도 자부했다. 그는 “오페라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제피렐리의 투란도트 오리지널에 한국 관객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격하게 될 것이다”라며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동양의 문화를 한국에서 선보이게 돼 큰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에서는 2년마다 투란도트를 공연하는데 항상 제피렐리 연출판을 무대에 올린다”라며 “늘 ‘다른 연출의 투란도트라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에 제피렐리 버전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제피넬리는 올리비아 핫세가 주역을 맡은 ‘로미와 줄리엣’의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198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의뢰로 선보인 ‘제피렐리 버전 투란도트’는 첫 공연부터 찬사를 받은 뒤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공연되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기념 문화행사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이탈리아 스칼라 오페라 극장의 투란도트도 제피렐리 연출판을 사용했다.

트레스피디는 “제피렐리는 연출가에 그치지 않고 무대 미술과 조명 등 무대 전체를 진행하고 운영했다”며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장면을 들려줬다. 그는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비제 ‘카르멘’ 무대를 설치하는 걸 봤다. 제피렐리는 다리가 불편했는데도 45m 높이의 꼭대기를 올려다보더니 자기를 올려 달라고 말했다. 결국 올라가서 직접 페인트로 색칠했다”고 회상했다.

이번 무대는 정상의 제작진과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 음악감독인 다니엘 오렌이 지휘를 맡고 소프라노 올가 마슬로바, 옥사나 디카, 전여진이 타이틀 롤인 투란도트 공주를 맡는다, 테너 마틴 뮐레, 아르투로 차콘 크루즈가 칼라프 왕자 역을 노래한다.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투란도트’ 서울서 투란도트 역을 맡은 소프라노 전여진이 출연 각오를 밝히고 있다. 왼쪽은 연출을 맡은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솔오페라단 제공


전여진은 10월 17일과 19일 두 차례 출연한다. 그는 이화여대 성악과와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피가로의 결혼' '라 보엠' '토스카' 등 많은 국내외 작품에서 주·조역으로 활발히 활동한 성악가다.

전여진은 “완벽하게 연습했다. 많은 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공연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참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올해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에서 투란도트 배역에 캐스팅됐다. 6월까지 연습을 마쳤는데 몸에 갑자기 이상이 생겨 출연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뜻 깊은 아레나 디 베로나의 한국 합작 공연에 출연하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예술총감독을 맡은 이소영 단장은 “베로나에서 유학할 때 현지인들이 편안하게 오페라를 즐기는 것이 인상 깊었다”며 “한국 관객들은 오페라에 대해 마음의 벽이 있는 편인데, 이 작품으로 그 벽을 깨뜨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가토 대사와 마그리 문화원장은 “올해는 푸치니 서거 100주년이자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다. 이런 뜻 깊은 행사를 통해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며 “노래와 오페라를 사랑하는 두 나라 국민의 잠재된 공통점을 통해 두 나라의 우정이 더욱 굳건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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