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머나먼 곳 또한 영원히 푸른 빛깔일 게야”...실내악 버전으로 듣는 말러 ‘대지의 노래’
지휘 진솔·악장 백주영의 조이오브스트링스 특별 연주
메조소프라노 정수연·테너 김효종 깊은 목소리로 선사
진윤경 연주로 최우정의 피리협주곡 ‘환’ 세계 초연도
박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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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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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대지의 노래(Das Lied von der Erde)’는 1908년에 작곡된 가곡 교향곡이다. 관현악을 바탕으로 성악가의 노래가 계속 이어지는 독특한 구성이다. 죽기 3년 전에 만들었기 때문에 말러 말년의 사상과 감성이 가장 잘 표현돼 있다.
작곡 당시 말러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큰딸 마리아의 죽음, 빈 오페라 극장 총감독직 사퇴, 건강 이상이라는 불행이 한꺼번에 덮쳤다. 위안이 되어 줄 어떤 것이 필요했다.
그때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독일 작가 한스 베트케가 중국 당나라 시선집을 번안해 ‘중국의 피리’라는 제목으로 출판한 책이다. 말러는 이 시집을 읽고 감동했다. 책 속에 들어있는 이백, 왕유, 맹호연 등의 시 7편을 골라 6부로 구성된 교향곡을 만들었다. ‘대지의 노래’는 이렇게 탄생했다.
아놀드 쇤베르크(1874~1951)는 말러의 이 장대한 교향곡에 반해 실내악 버전으로 편곡했다. 기존 오케스트라 원곡과 비교해 음향적 생동감과 활력이 더 넘친다. 또한 리트(독일 예술가곡)에 담긴 문학적 메시지를 훨씬 내밀하게 전달해 청중들에게 시를 음미하는 맛도 선사한다.
국내 대표 현악 앙상블 조이오브스트링스가 오는 10월 30일(수)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조이오브스트링스 특별연주회’를 개최한다. 이날 공연의 메인 프로그램이 말러 ‘대지의 노래’ 실내악 버전이다.
독일 가곡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유하고 있는 테너 김효종과 유려한 음색과 깊이 있는 서정이 돋보이는 메조소프라노 정수연이 무대에 선다. 메조소프라노가 30분 가까이 부르는 마지막 6악장 ‘고별’(맹호연·왕유 시)은 백미로 꼽힌다. 중간에 장송행진곡이 들어있어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사랑스러운 대지처럼~ 저 머나먼 곳 또한 영원히 푸른 빛깔일 게야. 영원히, 영원히…”(음악평론가 나성인 번역)라는 가사가 마음을 울린다.
서울대 백주영 교수가 조이오브스트링스의 악장으로 참여하고 신세대 말러 스페셜리스트인 진솔이 지휘봉을 들어 쓸쓸하면서도 짙은 여운이 남는 ‘대지의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또한 우리 시대 대표적인 현대 작곡가인 최우정 교수(서울대 작곡과)의 신곡 ‘환’을 세계 초연으로 선보인다. 한국적 음악소재를 서양음악의 현대 작곡법으로 가장 잘 융합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작곡해오고 있는 최 교수의 ‘환’은 피리 독주와 실내악 앙상블을 위한 일종의 피리 협주곡이다.
조이오브스트링스의 예술감독인 이성주 교수가 직접 악장을 맡으며, 피리 독주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진윤경이 연주한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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