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왈 “10년 뒤 서울시향 라이벌은 베를린필”...목표 확실하게 설정한 신임대표

“올해 악장 채용...전용홀 설립도 지속 추진”
10월엔 꿈의 무대 카네기홀 초청 미국 투어
​​​​​​​세계적 도약 위한 ‘2035 미래 비전’ 준비

민은기 기자 승인 2025.01.14 15:52 | 최종 수정 2025.01.14 16:01 의견 0
정재왈 서울시향 신임 대표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해 플랜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10년 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경쟁상대는 베를린 필하모닉이 될 겁니다.”

정재왈 서울시향 신임 대표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을 라이벌로 삼겠다’는 야심 찬 모토를 밝혔다. 지난해 10월 25일 취임한 그는 1945년 출범한 서울시향이 올해 창단 80주년, 재단 출범 20주년을 맞아 이같은 퀀텀 점프 플랜을 공개한 것.

정 대표는 서울시향을 이끌고 있는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과 케미가 잘 맞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얍 판 츠베덴 감독은 ‘앞으로 5년 동안(2024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함) 서울시향과 함께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소화하며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가겠다’라고 선언했는데, 감독의 이런 비전과 철학에 깊이 공감한다”며 “저는 향후 10년 안에 서울시향이 세계 최고 명문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도모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인프라는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한류가 세계에 우뚝 설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그런 시대가 왔다”라며 “대중예술에서 시작된 한류가 순수예술분야 퍼지고 있는데, 한국 클래식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고 서울시향이 앞장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아티스트가 없으면 공연이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세계무대에서 우리 연주자와 성악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라며 “착실하게 내실을 다져 그런 자양분을 활용한다면 베를린 필하모닉과 겨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왈 서울시향 신임 대표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해 플랜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정 대표에게 판 츠베덴은 든든한 힘이다. 최근까지 세계 정상급 악단인 뉴욕 필하모닉을 이끌었고 ‘오케스트라 조련사’로 불릴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부정적 시선도 존재한다. 평론가와 애호가 사이에선 너무 빠르게 몰아치며 내달리는 음악 컬러에 대해 시끌하다.

이런 우려에 대해 정 대표는 “밑바탕에 깔린 다수의 평가와 반응이 그렇다면 판 츠베덴과 아야기할 기회를 갖겠다”면서도 “5년 임기 동안엔 지휘자의 음악적 색깔을 지원하고 존중할 계획이다. 100% 그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말러 교향곡 전곡(9곡) 음반 녹음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클래식 전용 앱 ‘애플 뮤직 클래시컬’을 통해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음원을 공개한 서울시향은 올해 말러 교향곡 2번 ‘부활’(1월 16·17일)과 7번(2월 20·21일)을 선보인다.

그는 “오케스트라가 말러 교향곡을 녹음하는 일련의 과정은 음악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고 도전적인 작업이다”라며 “서울시향은 해마다 2회 이상 녹음을 통해 5년간 음악적 성장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 서울시향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실물 음반이 없는 점이 많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며 “세계적 레이블뿐만 아니라 국내 음반사를 통해 오프라인 앨범을 발매하는 것도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판 츠베덴은 전곡 시리즈에 강하다.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과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을, 홍콩 필하모닉과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4부작(링사이클)을 녹음해 호평 받았다.

정재왈 서울시향 신임 대표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해 플랜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정 대표는 정기 공연, 사회공헌 공연, 해외 공연 등 세 부문 모두에서 밸런스를 유지하겠지만, 특히 ‘글로벌 서울시향’에 대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0월말에서 11월초에 걸쳐 뉴욕 카네기홀 등 3곳에서 미국 투어를 진행한다”며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피아니스트 박재홍 등이 협연자로 나선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 작곡가들의 곡도 선보일 예정이다”라며 “신동훈의 ‘그의 유령 같은 고독 위에서’와 정재일의 신작을 연주한다”고 덧붙였다.

오페라 무대 도전도 눈에 띄는 행보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10월 4~7일)를 국립오페라단과 공동으로 제작한다. 서울시향이 오페라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건 처음이다.

아울러 ‘2035 미래 비전’을 구축한다. 글로벌 문화도시 서울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교향악단,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클래식 음악을 누리는 ‘모두를 위한’ 교향악단, 지속 성장이 가능한 ‘혁신적인’ 교향악단을 목표로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확보를 추진한다.

정재왈 서울시향 신임 대표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해 플랜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차세대 지휘자 발굴과 육성을 위한 ‘지휘 펠로십’ 프로그램을 주최하는 한편 클래식계 최고 권위 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하는 ‘올해의 오케스트라’도 노크한다. 구체적인 로드맵은 오는 6월 공개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조직 내부의 혁신 계획도 밝혔다. 노사 합의를 통해 단원 정년제도를 도입하고 노사관계를 재정립한다. 오랫동안 공석인 악장을 채용하고 단원도 지속해서 확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조직 안정화와 연주력 강화를 위해 올해 안에 악장을 꼭 뽑기로 판 츠베덴 감독과 논의했다”며 “악장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좋은 분을 모셔 오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장애가 될 과거의 유산과 찌꺼기는 전혀 없다”며 “현재와 미래만 보고 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LG아트센터 운영국장,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이사,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 서울사이버대 부총장을 지냈다. 임기는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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