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머’ 역을 맡은 배우 최정원이 1인극 ‘지킬앤하이드’에서 연기하고 있다. ⓒ글림아티스트·글림컴퍼니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완전 조명 맛집이네.” 다소 간결해 보이는 무대로 보이지만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출과 실력파 배우들의 열연으로 90분을 빈틈없이 꽉 채운 1인극 ‘지킬앤하이드’가 관객 평점 9.7점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연극 ‘지킬앤하이드’는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지난 3월 4일을 시작으로 총 85회의 공연을 이어가며 5월 6일 폐막했다. 프로듀서 이재은, 주최 글림아티스트, 제작 글림컴퍼니.

긴박하게 이어지는 서사 속 심도 있는 메시지, 절제되면서도 세련된 연출, 각자만의 매력을 발산한 배우들의 열연은 관객과 평단을 매료시키며 호평이 이어졌다.

스코틀랜드의 극작가 게리 맥네어의 연극 ‘지킬앤하이드’는 이중인격을 다룬 대표작으로 알려진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1886)를 1인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대중에게 더 익숙한 등장인물 ‘지킬’ 박사 대신 원작 속 화자 ‘어터슨’의 시점을 그대로 가져오며 원작에 더욱 충실한 각색을 보여줌과 동시에, 원작과는 다른 반전을 심으며 관객에게 새로운 충격을 선사했다. 또한 ‘지킬’ 박사의 이중인격을 강조하기보다는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품고 있는 본성, 그리고 선과 악을 이야기하며 관객에게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퍼포머’ 역을 맡은 배우 고훈정이 1인극 ‘지킬앤하이드’에서 연기하고 있다. ⓒ글림아티스트·글림컴퍼니 제공


이준우 연출을 필두로 한 연극 ‘지킬앤하이드’는 세련되면서도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를 보여주었다. 소극장의 작은 무대는 ‘퍼포머(Performer)’가 홀로 등장해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변모하며 객석과의 경계를 허물었다. 또한 절제된 소품과 무대 장치는 변화무쌍한 조명과 묵직한 사운드로 채워졌고,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눈앞에 전개되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관객의 상상에 맡기며 점진적으로 다가오는 공포감을 자극하는 스릴러 연극의 면모를 자랑했다.

특히 연극 ‘지킬앤하이드’는 ‘조명 맛집’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등장할 정도로 조명 연출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준우 연출은 “대본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로테스크’라는 단어를 무대 위에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많이 신경 썼다. ‘빛과 그림자’라는 테마를 시작으로, 스토리를 무대 위에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오히려 비움으로써 관객들이 그 공백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명의 형태와 색의 변화를 통해 같은 공간이라도 다른 느낌으로 비칠 수 있게끔 노력했다”고 연출의 의도를 설명했다.

연극 ‘지킬앤하이드’는 뛰어난 실력을 보장하는 배우 최정원, 고훈정, 백석광, 강기둥이 무대 위 유일한 주인공인 ‘퍼포머’ 역으로 참여하는 젠더 프리(Gender-Free)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4인의 ‘퍼포머’는 ‘지킬앤하이드’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어터슨’ ‘지킬’ ‘하이드’ ‘엔필드’ ‘래니언’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극적 긴장감을 선사하면서도 유쾌함을 놓치지 않았고,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각 배우의 열연은 90분을 쉼 없이 풍부하게 채웠고, 각양각색의 ‘퍼포머’를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배우별 무대를 찾게 만드는 매력을 크게 어필했다. 실제로 선호하는 배우와 상관없이 전 캐스트의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1월 에든버러 공연 당시 영국 언론의 극찬을 받은 연극 ‘지킬앤하이드’는 국내 초연 프로덕션에서도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연과 함께 관객 평점 9.7점(인터파크 기준)을 기록한 ‘지킬앤하이드’는 “조명, 연출, 연기 어느 것 하나 모자라지 않았던 공연(soyeon9***)” “심리 스릴러 끝판왕(harani*** )” “원작의 깊이와 각색의 매력을 살린 작품(jji***)” “무대 위 배우가 한 사람 그 이상으로 보이는 착시를 일으킨다(slih***)” 등의 관객 리뷰가 활발히 올라오며 작품의 뛰어난 저력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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