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화가 호암 양창보의 개인전 ‘바람의 섬과 붓끝 사이’가 5월 23일부터 6월 16일까지 제주갤러리에서 열린다. 사진은 양창보 작가의 작품 ‘동촌명소’. ⓒ제주갤러리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제주의 화가’ 호암 양창보(1937~2007)는 제주시청의 의뢰를 받아 2003년에 열 폭 병풍 작품 ‘북군십경’을 그렸다. 지금은 사라진 제주의 행정구역인 북군의 풍경을 한데 모은 대작이다. 그림의 양 끝에는 해가 뜨고(우도영일) 노을이 지는(차귀낙조) 두 개의 태양이 배치돼 있다. 시간의 흐름을 한 화면에 담아낸 구성이 돋보인다. 양창보 예술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귀한 그림이다.
그동안 제주시청 기록관에 보관돼 있던 이 ‘북군십경’이 일반인에게 첫 공개된다. 제주갤러리(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B1)에서 5월 23일부터 6월 16일까지 개최되는 양창보 개인전 ‘바람의 섬과 붓끝 사이’에서 만나볼 수 있다. 23일 오후 4시에 오픈식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평생에 걸쳐 제주의 자연과 인간 존재의 관계를 담아낸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모두 25점을 선보인다.
양창보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제주로 옮겨온 후, 서울대 재학 시절을 제외하고 평생을 제주와 함께했다. 그는 제주의 풍경을 단순히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삶과 시간, 존재의 의미를 깊이 사유하며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화폭에 담아냈다.
제주의 화가 호암 양창보의 개인전 ‘바람의 섬과 붓끝 사이’가 5월 23일부터 6월 16일까지 제주갤러리에서 열린다. 사진은 양창보 작가의 작품 ‘가절’. ⓒ제주갤러리 제공
양창보의 화풍은 동양화의 전통적 기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제주의 질감과 색채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 언어를 창조했다. 특히 힘 있는 농묵의 필치와 한 화면에 다양하게 보이는 소실점은 제주의 거친 자연과 포근한 정서를 동시에 담아내며, 평생 제주와 맺어온 깊은 교감의 결과물이다.
급속한 관광 개발과 환경 변화로 제주의 원형적 모습이 변모해가는 오늘날,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제주의 본질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되돌아보게 한다.
전시를 기획한 정현미 큐레이터는 “양창보가 제주의 화가로서 남기고자 했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는 자리다”라며 “관람객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바람의 섬과 붓끝 사이’는 제주의 대표적 화가인 양창보의 예술 세계를 재조명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제주의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현대의 관계를 새롭게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지역 예술의 가치를 알리고, 문화 예술을 통한 지역 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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