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의 동양인 첫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정명훈이 오는 9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 공연한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247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Teatro alla Scala)’. 세계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라 스칼라의 동양인 첫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정명훈이 오는 9월 17일(수)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정명훈 감독이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이후 처음으로 함께하는 투어의 일환으로, 그의 섬세하고도 열정적인 지휘 아래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정통 이탈리아 사운드가 울려 퍼질 예정이다.

여기에 ‘라흐마니노프의 현신’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의 협연까지 더해져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무대가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연주회를 넘어, 정명훈과 라 스칼라의 새로운 서막이자 상징적인 순간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라 스칼라를 36년간 사랑해오다 결혼하게 된 것 같습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음악으로 이해했죠.”(정명훈)

지난 5월 정명훈은 라 스칼라의 아시아 출신 최초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리카르도 샤이의 뒤를 이어 2027년부터 음악 감독직을 수행한다. 임기는 2030년까지다.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인물이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것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재임한 다니엘 바렌보임 이후 두 번째다. 이에 앞서 2023년에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 역사상 첫 ‘명예 지휘자’로 추대되며 오랜 시간 이어져온 음악적 인연의 결실을 맺은 바 있다.

라 스칼라 내부에서도 정명훈의 지휘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내왔다. 베르디, 모차르트, 푸치니, 베토벤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통해 극장의 위상을 높여온 정명훈은 “라 스칼라 필하모닉은 나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해준다”며 깊은 교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인 최초의 음악감독이라는 점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지만, 라 스칼라의 오케스트라, 합창단, 그리고 스태프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감격했다”며 앞으로의 기대감과 함께 오케스트라와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어낼 것을 예고했다.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는 오는 9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 협연한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마치 건반 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습니다.”(니콜라이 루간스키)

이번 공연의 협연자로 나서는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는 199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없는 2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후 러시아 정통 피아니즘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협연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에 대해 “깊은 침묵과 절망을 딛고 탄생한 감정적·음악적 걸작이다”라며,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차례에 걸쳐 작품을 연주하고 녹음해온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곡에 대한 이미지가 계속 변화하고 있다”며 음악이 지닌 생명력을 강조했다.

이처럼 정서적으로 교감하며 오랜 시간 다듬어 온 그의 해석이, 정명훈의 지휘 아래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 함께하는 협연 무대에서 어떤 감동과 울림으로 나타날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은 오는 9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정명훈은 밀라노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예술가 중 한명이다. 라 스칼라의 역사에 깊이 각인된 인물이며, 라 스칼라 극장의 국제적인 명성에 크게 기여했다.”(라 스칼라 필하모닉)

1989년 세계적인 명성과 전통을 자랑하는 라 스칼라 극장의 지휘대에 처음 오른 정명훈은 이후 세계 각지의 무대에서 한국 음악의 위상을 꾸준히 드높여왔다. 라 스칼라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공식 발표된 이후 처음으로 함께 한국 관객을 마주하는 이번 무대는 오랜 세월 축적된 해석력과 예술적 깊이를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음악적 귀환의 장이 될 예정이다.

공연은 베르디의 대표적인 오페라 서곡 ‘운명의 힘’으로 시작된다. 운명에 휘말린 세 젊은이의 엇갈린 삶과 비극을 그려낸 이 곡은, 정명훈의 해석 아래 원숙한 관현악 기법과 강렬한 음향이 어우러져 하나의 드라마와도 같은 서사로 관객 앞에 다가갈 것이다.

무대는 니콜라이 루간스키가 협연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이어진다. 동유럽 낭만주의의 정수로 꼽히는 이 작품은, 루간스키의 절제된 격정과 섬세한 감성이 더해져 음악의 깊은 정서를 한 폭의 회화처럼 펼쳐 보일 것이다.

마지막을 장식할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은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감정의 여정을 담아낸다. 정명훈의 통찰력 있는 지휘와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사운드가 만나 차이콥스키 특유의 섬세한 선율과 정서의 흐름을 전하며, 이번 공연의 정점이자 가장 상징적인 순간으로 관객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길 것이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서사성과 러시아 낭만주의의 깊이가 어우러지는 이번 공연은, 동서양 음악의 미학이 조화를 이루는 풍성한 색채의 무대로 완성되어 하나의 역사적인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명훈 & 라 스칼라 필하모닉 with 니콜라이 루간스키’의 티켓은 예술의전당, NOL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가격은 R석 35만원, S석 28만원, A석 22만원, B석 16만원, C 석 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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