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비올라 연주자 박소현은 음악 평론지 ‘월간리뷰’ 고정칼럼에 게재했던 글을 모아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을 출간했다. ⓒ리음북스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바이올린·비올라 연주자 박소현은 ‘성실의 아이콘’이다. 2016년부터 음악 평론지 ‘월간리뷰’에 ‘박소현의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이라는 타이틀로 고정칼럼을 쓰고 있다. 10년 넘게 글을 게재하면서 단 한 번도 데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다. 마감시간을 이토록 철저하게 엄수한 이유는 그 어떤 일보다 이 일이 가장 소중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굳건하게 인기 코너 자리를 지켰다. 문학 작품 속에 숨어 있는 클래식 음악을 발굴하고, 그 의미를 풀어내어 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100번째 원고를 보낸 뒤 그동안의 노력과 결실을 단행본으로 엮어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리음북스·458쪽·2만2000원)으로 출간했다. 작가의 애정 어린 글과 함께, 문학과 음악의 은밀한 연결고리를 한눈에 담아냈다.
이번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 파트릭 쥐스킨트, 셰익스피어, 괴테, 톨스토이, 니체, 헤세 등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국내외 작가들의 문학 작품 속에 숨어 있는 클래식 음악을 찾아내고, 그 음악과 작품이 서로 어떻게 스며들고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깊이 있게 풀어냈다.
어린 시절부터 ‘제인 에어’를 열세번이나 읽을 만큼 책을 사랑했고, 클래식을 삶 가까이 두고자 했던 박소현은 이번 출간에 앞서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 ‘미술관에 간 클래식’으로 독자들에게 삶 속의 클래식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신간에서는 특히 문학과 음악의 은밀한 연관성을 진주를 캐듯 발굴해낸다.
박소현은 “글을 쓰는 동안 바이올린과 비올라 연주자, 클래식 강연자, 공연 기획자라는 다양한 일을 병행하면서 단 한 번도 칼럼 마감을 놓치지 않았다”며 “이 글들이 저의 음악 세계에서 엄청난 보물들이다”라고 고백했다.
바이올린·비올라 연주자 박소현은 음악 평론지 ‘월간리뷰’ 고정칼럼에 게재했던 글을 모아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을 출간했다. ⓒ리음북스 제공
책은 1장 베스트셀러 작가와 클래식, 2장 대문호와 클래식, 3장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의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 4장 놓쳐서는 안되는 책속에 스며든 클래식 등 크게 4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무라카미 하루키, 파트릭 쥐스킨트, 이우혁, 박민규 등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작가들의 책 속 클래식을 다루고, 2장에서는 셰익스피어, 괴테,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 같은 대문호들의 작품과 함께한 명곡들을 소개한다. 3장에서는 니체, 하이네, 헤세, 오스카 와일드 등 우리가 사랑해온 사상가·시인의 작품과 클래식을 연결한다. 4장에서는 추리, 스릴러, 에세이 속에 숨어 있던 음악까지 놓치지 않고 짚어낸다.
박소현은 “처음 단행본을 내자고 이야기했을 때는 여태 썼던 칼럼들을 복사하기 붙여넣기 하거나 조금의 수정만 거치면 될 거라는 안이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라며 “하지만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글을 쓰는 작풍도 많이 달라졌고, 지금은 달라진 사실들이나 그때 잘못 알았던 것들, 그리고 지면상의 이유로 빠져야 했던 많은 부분을 채워 넣다 보니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쓴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을 좀 더 빼고 즐겁게 쓰려고 노력했음에도 어렵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더 한자 한자 애정이 깊어진 것도 사실이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 책은 모든 장에 QR코드를 삽입해 독자가 책 속에서 소개된 음악을 즉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저자가 직접 연주를 새로 녹음하고 업로드했다. 박소현은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영원히 살아 있을 음악이다”라며 “이번 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며 문학과 음악, 미술이 함께 발전해온 인류의 역사처럼 앞으로도 이 주제로 글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지는 해와 음악의 마지막이 가장 아름답다’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 대사처럼 ‘책 속에 스며든 클래식’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긴 여운을 남기며, 독자에게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진 풍요로운 사유의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kim67@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