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심포니, 부천필, 서울시향, 원주시향의 멤버들로 구성된 실내악 팀들이 오는 9월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앙상블의 향연-4색(色)의 소리’를 연다. ⓒSMI엔터테인먼트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원주시립교향악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들이다. 이 악단의 멤버들이 자신들이 속해 있는 오케스트라의 고유한 컬러로 무장한 실내악팀을 구성해 한 무대에서 풍성한 음악을 선물한다. 각기 다른 색을 지닌 네 개의 팀은 현악 앙상블과 목관 5중주라는 두 가지 형식을 통해 음악의 다양한 결을 담아낸다.

클래식 음악 기획사 SMI엔터테인먼트는 오는 9월 16일(화)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앙상블의 향연-4색(色)의 소리’를 연다. 국립심포니, 부천필, 서울시향, 원주시향 멤버들로 구성된 서로 다른 실내악 어벤저스가 꾸미는 독창적인 무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네 앙상블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울림을 완성한다. 지휘는 조용민이 맡는다.

이번 공연은 관객에게 앙상블 음악의 정수를 소개함과 동시에, 협업과 조화의 가치를 음악으로 전달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이 무대를 통해 ‘소리의 다양성’이 가진 힘과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첫 주자로 서울시향 현악4중주단(바이올린 한지연·김수영, 비올라 김대일, 첼로 김소연)이 나선다. 이들은 하이든의 현악4중주 내림B장조(Op.76 No.4) 1악장을 연주한다. 이 첫 악장 도입부는 부드러운 코드 위로 바이올린 선율이 마치 햇살이 떠오르는 장면을 묘사하는 느낌을 줘 ‘선라이즈(일출)’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이어 드보르자크의 현악4중주 F장조 ‘아메리카’(Op.96 No.12) 4악장을 들려준다. 미국 뉴욕의 내셔널 콘서버토리 원장으로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드보르자크는 가족과 함께 아이오와주 스필빌로 여름 휴가를 떠난다. 휴가지 풍경, 철새 소리, 흑인 영가, 고국 체코의 전통 민요에 영감을 받아 미국적이면서도 체코적 색채가 공존하는 음악을 창조했다. 3일 만에 초고를 쓰고 12일 만에 완성한 작품이 바로 ‘아메리카’다. 밝고 경쾌한 피날레는 이러한 긍정적 에너지가 집약된 악장이다.

마지막 곡은 피아졸라가 197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작곡한 ‘리베로탱고’를 선사한다. 노래 제목은 ‘자유(libertad)’와 ‘탱고(tango)’의 합성어로, 춤추는 탱고에서 듣는 탱고로의 전환을 알리는 ‘누에보 탱고’의 대표작이다.

이어 배턴을 이어받은 원주시향 목관5중주팀(플루트 장선우, 바순 이지현, 호른 변정수, 오보에 곽나영, 클라리넷 이성호)이 장 프랑세의 목관5중주 1번을 연주한다. 1948년 파리 오케스트라의 목관 수석주자들이 다섯 악기 각자의 기량이 돋보이는 곡을 써달라고 프랑세에게 요청해 탄생한 작품이다. 이후 이 곡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화를 낼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요구하는 곡이 됐다.

4악장으로 구성됐다. 1악장은 음악적으로 플랭의 영향을 받아 멜로디 라인과 이를 지지하는 테크닉컬 라인이 항렬을 이루고 있다. 빠른 기조를 유지하면서 의외의 느린 부분을 동반한 2악장은 빠르고 경쾌한 4악장과 짝을 이루며, 테마와 변주 형태의 안단테 악장인 3악장은 균형감이 돋보인다.

프랑세는 항상 명료한 선율, 투명한 질감, 유머를 중시했다. 이 곡 곳곳에는 각 목관 악기가 짧게 주고받으며 교묘한 합주와 솔로가 반복되고, 가벼운 리듬감과 예기치 못한 화성 변화로 청중의 귀를 사로잡는다. 목관5중주 장르의 매력을 극대화한 대표 작품이다.

국립심포니 목관5중주팀(플루트 윤문영, 오보에 이인영, 클라리넷 박정환, 바순 표규션, 호른 윤승호)는 라벨의 ‘어미거위 모음곡’을 들려준다. 1908년 라벨이 친구의 두 자녀(고드브스키 남매)를 위해 포 핸즈 원 피아노 곡으로 처음 쓴 작품으로, 1911년 관현악과 발레 버전으로 확대됐다. 동화세계의 순수성, 맑은 음색, 상상력을 자아내도록 작곡됐다.

어린이의 세계, 동화적 이미지에 매료됐던 라벨은 각 악장마다 페로의 동화(잠자는 숲속의 미녀, 엄지와 난장이, 파고다의 황후, 미녀와 야수, 요정의 정원)를 음악으로 옮겼다. 그는 이 소품을 ‘아이들이여, 상상의 세계로!’라는 마음으로 선물한 셈이다.

바이올린 박유진·나보미·김수연·홍유빈, 비올라 최지연·이혜미, 챌로 박새미로·최선유, 콘트라베이스 김아람으로 구성된 부천필 현악 9중주단은 차이콥스키의 현악을 위한 세레나데 C장조(Op.48) 중 1악장과 4악장을 연주한다.

모차르트를 향한 깊은 존경과 고전 양식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작곡됐으며 “연주자가 많을수록 좋다”는 메모가 남겨져 있을 만큼 풍부한 현악기의 울림을 추구한 곡이다. 총 4악장으로 구성돼 있으나 두 악장만 연주한다. 1악장은 고전적인 소나티나 형식으로 서정성과 명랑함을 지니고 있고, 4악장에서는 러시아 민속 선율을 인용해 민족적인 색채와 활기찬 에너지를 담고 있다. 차이콥스키는 이 곡에 대해 “내 마음이 온통 현악에 쏠렸다”고 말했을 만큼, 현악기만으로도 섬세한 감정과 드라마틱한 전개를 이끌어낸 그의 서정성과 정교함이 빛나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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