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 역할을 맡아 오는 9월 13일 ‘라보엠’ 갈라 무대에 서는 소프라노 김계영이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미미는 연약한 여인이 아니라, 사랑 앞에서 누구보다 솔직하고 진실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테크닉을 넘어 인간적인 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극 속 진정한 감정의 울림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프라노 김계영이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속 미미로 팬들을 만난다. 라벨라오페라단이 오는 13일(토)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라 보엠 : 2025 라벨라 그랜드 오페라 갈라’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김계영은 미미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서면인터뷰에서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배역이다”라며 “대학 시절, 제 첫 오페라에서 이 역할을 배우며 많은 꾸지람도 들었기에 공연할 때마다 늘 긴장감을 안고 무대에 오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다양한 오페라에서 많은 역할을 소화했지만, 미미는 초심을 잃지 않게 해주는 캐릭터라는 고백이다.
‘라 보엠’은 푸치니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로 손꼽힌다.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하지만 꿈과 희망이 가득한 젊은 예술가들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렌트’로도 각색돼 우리나라 관객에게도 친숙한 내용이다. 파리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가난한 보헤미안의 사랑과 열정, 우정, 위트를 주옥같은 아리아와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선율로 표현한 오페라다.
미미 역할을 맡아 오는 9월 13일 ‘라보엠’ 갈라 무대에 서는 소프라노 김계영이 로돌프 역을 맡은 테너 이현재와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남자 주인공 로돌프 역은 독일 하노버극장 주역 테너로 활약한 이현재가 캐스팅됐다. 1막에서 두 주인공이 촛불을 매개로 만나는 장면은 설레는 로맨스 그 자체다. 시그니 아리아 ‘그대의 찬 손’과 ‘내 이름은 미미’도 이때 나온다.
“파트너와의 호흡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감사하게도 이번에 함께하는 테너 선생님께 음악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서로의 작은 아이디어가 무대 위에서 발전해가는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이 작품 속에 점점 더 깊이 몰입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두 사람은 라벨라오페라단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김계영은 제1회 라벨라 성악 콩쿠르 입상자고, 이현재는 라벨라오페라단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라벨라오페라스튜디오’를 통해 성장했다. 자신들을 뽑아주고 밀어준 오페라단에 보답하겠다는 각오가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계영은 유럽에서 공부했고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힘들게 공부하고 활동했던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이다”라며 “무대가 곧 스승이었고, 새로운 작품과 공연을 꾸준히 접하며 늘 긴장 속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매일 다른 지휘자, 연출가, 동료 가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음악을 나눈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었다”며 “무엇보다 수많은 콩쿠르와 오디션에 도전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내면의 단단함을 얻게 된 것이 큰 성장의 밑거름이었다”고 설명했다.
무대 위에서 김계영은 ‘캐릭터에 100% 빙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성악가에게 발성 테크닉은 기본이지만, 결국 관객께 전달되는 것은 진심 어린 감정이다”라며 “단순히 노래하는 가수가 아니라 인물을 살아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도 제 목소리가 아니라, 미미의 마음이 관객에게 들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프라노 김계영이 미미 역할을 맡아 오는 9월 13일 ‘라보엠’ 갈라 무대에 선다. 사진은 김계영의 공연 모습.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소프라노 김계영이 미미 역할을 맡아 오는 9월 13일 ‘라보엠’ 갈라 무대에 선다. 사진은 김계영의 공연 모습. ⓒ라벨라오페라단 제공
‘라 보엠’ 갈라를 마친 뒤 하반기에도 줄줄이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대전, 세종, 청주에서 주로 콘서트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매 공연이 저를 새롭게 성장시키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는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위한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내로라하는 제작진과 출연진이 버티고 있는 점도 김계영의 ‘든든한 빽’이다. 예술감독 이강호, 연출 홍민정, 지휘 박해원이 전체 작품을 조율한다. 무제타 역으로 소프라노 박현진, 마르첼로 역으로 바리톤 고병준, 쇼나르 역으로 베이스바리톤 우경식, 콜리네 역으로 베이스 양석진이 출연한다. 또한 베누아&알친도르 역으로 베이스 금교동, 파피뇰 역으로 테너 추덕원 등 베테랑과 신진 성악가들이 대거 등장한다. 만나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메트오페라합창단, 브릴란떼 어린이합창단도 출연해 무대를 빛낸다.
김계영은 매일 1%씩 점프하는 성악가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오래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은 게 목표다. 이번 ‘라 보엠’은 혹시 그동안 살짝 흔들렸던 마음이 있었다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의 시간이다.
“어떤 무대에서든 믿음을 줄 수 있고, 제 목소리와 해석이 관객의 마음에 따뜻한 울림을 남기는 성악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매 무대가 끝난 뒤 관객들의 기억 속에 ‘따뜻한 감정’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park72@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