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이 오는 12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첫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저는 위대한 작곡가들의 방대한 작품들을 탐험하는 길을 선택했어요. 그래도 재즈는 제가 자라면서 배운 언어 중 하나로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죠.”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1979년 출생)은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과 재즈를 병행하며 독보적인 음악 기반을 다졌다. 특히 14세에 재즈 거장 게리 버튼을 만나 그의 권유로 버클리 음악대학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두 장르를 동시에 공부했고, 이후 뉴욕 맨해튼 음악학교에서 클래식에 전념하며 해석의 깊이를 더했다.

재즈적 자유로움과 클래식의 정교함을 동시에 품은 그는 ‘음악은 감정의 기억’이라는 신념 아래 늘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내며, 시대와 삶을 성찰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게르스타인은 인터뷰에서 “음악을 단순히 기술로만 접하지 않고, 매일 피아노 앞에서 기도하듯 앉아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연주자의 본질은 청중의 박수보다 음악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는데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연주자를 넘어 사유하는 예술가로서, 클래식과 재즈 두 장르를 모두 진정성 있게 소화해낸 보기 드문 행보를 보이는 그는 국제무대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이 오는 12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첫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이 앨범은 단순히 피아노 음악을 담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전쟁, 대학살, 상실, 그리고 예술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작업은 저에게 일종의 ‘사명감’을 느끼게 합니다.”

음악을 통해 시대와 삶을 통찰하고자 하는 게르스타인의 예술관은 동시대 음악가들과의 긴밀한 협업으로 이어졌다. 토마스 아데스, 브래드 멜다우, 티모 안드레 등과 함께 꾸준히 새로운 레퍼토리를 발굴해왔다.

최근에는 아르메니아 작곡가 코미타스의 작품을 드뷔시 후기 작품과 나란히 조명한 프로젝트 음반 ‘드뷔시/코미타스: 전쟁 속의 음악(Debussy/Komitas: Music in Time of War)’을 선보였다. 이 앨범은 역사적 사건을 음악으로 성찰하는 독창적인 시도로 주목받았고, 2025년 오푸스 클래식 어워즈에서 ‘올해의 음악 기획 특별상’을 수상했다. 작품성과 기획력을 동시에 인정받은 프로젝트는 음악의 사회적 힘을 증명했다.

클래식 레퍼토리부터 현대, 그리고 재즈 작곡가들의 신작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게르스타인은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들의 두터운 신뢰를 얻으며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파리 오케스트라 등 세계무대에서 “연주 불가에 가까운 곡도 완벽하게 장악했다”는 극찬을 받아왔다.

다가오는 11월에는 세계 3대 오케스트라인 로열 콘세트르헤바우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이 한국에서 예정돼 있으며,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해 그의 뜨거운 인기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이 오는 12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첫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 음악은 우리의 감정을 깊이 울리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이 음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필수적인가를 더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바흐트랙) “어떤 곡이든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뉴욕타임즈)로 불리는 게르스타인은 오는 12월 23일(화)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그가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단독 리사이틀이다. 이번 무대에서 게르스타인은 낭만주의 대가들의 대표작을 한 무대에서 선보인다. 탁월한 테크닉과 섬세한 음악적 감각을 바탕으로 프란츠 리스트의 화려한 기교와 요하네스 브람스의 서정적 깊이를 동시에 선보이며, 관객에게 잊지 못할 음악적 경험을 선사한다.

1부에서는 리스트의 ‘세 개의 페트라르카의 소네트’를 먼저 연주한다. 14세기 시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의 소네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이 작품은 시적 정서와 섬세한 감성이 어우러진 서정을 선사한다. 이어지는 ‘순례의 해: 두 번째 해, 이탈리아’에 들어있는 ‘단테를 읽고: 소나타 풍의 환상곡’에서는 장대한 스케일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바탕으로, 피아노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는 리스트 특유의 강렬한 음악 세계를 펼쳐낸다.

2부는 브람스의 작품으로 꾸민다. 그의 첫 출판 피아노곡인 ‘스케르초’에서는 초기 작품 특유의 서정성과 중후함이 드러나며, 이어지는 ‘피아노 소나타 3번’에서는 폭발적인 에너지와 서정적 선율이 대비되는 가운데 브람스의 음악적 성숙함을 게르스타인의 섬세한 해석으로 감상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이 오는 12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첫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게르스타인은 흔들림 없는 테크닉과 치밀한 해석을 통해 이 작품들 속에 담긴 인간의 열정과 사유를 극대화하며, 연말 단 한 번의 무대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키릴 게르스타인 피아노 리사이틀’의 티켓은 예술의전당(1668-1352), NOL 티켓(1544-1555)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티켓가는 R석 10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B석 4만원.

/park72@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