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이재신의 정규앨범 ‘Melodyism(멜로디즘)’이 27일 발매된다. 모두 8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임경민의 비올라, 박한나의 첼로, 그리고 김강아의 피아노로 연주됐다. ⓒ이재신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멜로디는 잊히고 음색과 기교가 앞서는 요즘, 음악 본연의 모습인 선율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작곡가 이재신이 선율을 중심으로 악기 본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정규 앨범 ‘Melodyism(멜로디즘)’을 27일 발매한다.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성격을 지닌 곡들을 모았다.

임경민의 비올라, 박한나의 첼로, 그리고 김강아의 피아노 등 인간 음역에 가까운 중음역 악기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이재신은 “거의 노래하지 않고 화음을 채우는 악기들은 중음역과 저음역 악기들이다”라며 “사실 이들의 소리는 매우 아름답다. 다만 음역이 낮을 뿐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이들이 주인공이 돼 노래하는 순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모두 8곡을 수록했다. ‘서울 단단소이(Seoul Dandansoy)’는 피아노 솔로곡이다. 한국 ‘아리랑’처럼 필리핀에는 그리움을 노래하는 민요 ‘단단소이’가 유명하다. 이 곡은 단단소이를 모티프로 해 만남과 이별의 정서를 왈츠 형식으로 풀어냈다. 노경태 감독의 영화 ‘허수아비들의 땅’ OST로 먼저 소개됐다.

모두 8곡이 수록된 작곡가 이재신의 정규앨범 ‘Melodyism(멜로디즘)’이 27일 발매된다. ⓒ이재신 제공


‘내 가슴에 별빛(Starry Light in My Mind)’은 비올라·첼로·피아노의 앙상블 곡이다. 뮤지컬 ‘145년 만의 위로’를 위해 쓰였던 OST를 새롭게 재구성했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직지심체요절’을 프랑스에서 발견한 박병선 박사의 삶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프랑스군이 병인양요 때 강화도에서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와 이를 되찾기 위해 일생을 바친 박병선 박사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넘버 중 하나다. 박병선 박사에게 바치는 아리아적 선율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비올라와 첼로의 중후한 음색이 기억과 위로의 감정을 깊이 담아낸다.

이밖에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위로의 곡 ‘기도(Prayer)’, 항구 도시 인천의 이미지를 그린 ‘쓰고 푸른 욕망, 인천(Bitterblue Desire, Incheon)’, 그리고 ‘마분지 신부(The Cardboard Bride)’ ‘소로우(Sorrow)’ ‘추억(Memory)’ 등은 각기 다른 서사를 품고 있지만 모든 곡은 선율이 중심이 되어 감정을 이끄는 흐름 속에서 하나의 호흡처럼 이어진다. 마지막 곡 ‘라스트 프렐류드(Last Prelude)’는 ‘끝과 시작이 맞닿는’ 의미로 앨범의 미지막 트랙을 장식한다.

작곡가 이재신은 클래식, 무대예술, 영상음악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사라진 목소리를 음악으로 되살리는’ 작업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오는 11월 초연 예정인 연가곡 ‘3 Songs for António Corea’를 준비하고 있다. 안토니오 코레아는 17세기 이탈리아로 건너간 조선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이재신은 한국계 프랑스 소프라노 세린 드 라붐의 시에 곡을 붙이고, 세린 드 람붐에 의해 11월 6일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초연된다.

이재신의 음악은 늘 인간의 목소리에 가까운 악기의 선율을 통해 기억과 상실, 위로와 회복을 노래한다.

/kim67@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