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손관중이 1월 6일부터 25일까지 두 번째 사진전 ‘몸의 감각, 세 개의 결’을 개최한다. 무용·인물·풍경 등 융합의 작품 30점을 선보인다. ⓒ손관중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몸으로 사유해온 무용가, 이제 사진으로 세계를 기록합니다.”
손관중(한양대학교 무용학과 교수)은 평생 몸짓으로 세상을 표현해왔다. 무용가의 몸은 언제나 순간 속에 존재한다. 찰나(刹那),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움직임이 사라지면, 감각만이 남는다. 시각적 이미지는 머리로 들어와 깊이 박히고, 육체로 받아들인 강렬한 경험은 피를 타고 돌아다닌다.
그래서 ‘사진 찍는 무용가 손관중’이 탄생했다. 덧없이 사라지는 그 순간을, 이제 카메라로 붙잡는다. 영원히 남기기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현대무용가로서 평생 축적해온 ‘몸의 기억’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담아냈다. 무용 DNA를 눈앞에 펼쳐내 드러낸다. 그의 두 번째 사진전이 오는 1월 6일(화)부터 25일(일)까지 김영섭사진화랑(서울 강남대로 152길 13 3층)에서 열린다. 관람은 무료다.
현대무용가 손관중이 1월 6일부터 25일까지 두 번째 사진전 ‘몸의 감각, 세 개의 결’을 개최한다. 무용·인물·풍경 등 융합의 작품 30점을 선보인다. ⓒ손관중 제공
전시 타이틀이 ‘몸의 감각, 세 개의 결’이다. 국어사전에서 ‘결’을 찾아보면 ‘나무,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를 뜻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성품(성격)의 바탕이나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무용가, 교수, 사진가. 지나온 3개의 시간은 손관중의 결을 이루는 중요한 동력이다. 무대 위에서 쌓이고 쌓인 감각은 인물의 표정과 동작의 잔상으로, 또 자연과 도시의 풍경 속 사유의 결로 전환된다. 움직임과 정지, 신체와 시선, 무용과 사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번 전시는 새로운 감각의 언어를 제안한다.
“난데없이 왜 사진이냐”며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늘 도전적 삶을 살아온 그의 커리어를 알면, 이런 시도도 결국 무용을 더 이해하기 위한 솔루션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그는 처음부터 현대무용의 길을 걷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국 무용으로 입문했다. 1년의 배움 후 1979년, 국립발레단 연수생으로 들어갔다. 1980년 스무 살, 국립극장 설립 30주년 기념 공연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정식으로 무대 데뷔를 했다.
1981년 입대를 한 그는 군악병에서 장구를 쳤다. 이 경험도 훗날 창작활동을 하는 데 도움을 줬다. 제대 후 한양대학교 무용학과에 입학을 하고, 김복희 무용학과 명예교수를 만나 현대무용으로 전공을 바꿨다. 늦깎이였지만 ‘실력 송곳’은 금세 주머니를 뚫고 나왔다.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됐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수많은 작품들은 “역시 손관중이야”를 수긍하게 만들었다. 인간의 사계를 담은 ‘인간나무’, 그리고 연작으로 발표했을 만큼 애정이 많았던 ‘적’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전부 명품이다. 이제 카메라까지 새로 들었으니, 이것 또한 마스터피스를 예고하고 있다.
현대무용가 손관중이 1월 6일부터 25일까지 두 번째 사진전 ‘몸의 감각, 세 개의 결’을 개최한다. 무용·인물·풍경 등 융합의 작품 30점을 선보인다. ⓒ손관중 제공
손 교수의 첫 번째 사진전은 지난 2022년 11월에 열렸다. 당시 전시 제목은 ‘보고타의 얼굴들’. 그해 4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보고타국제도서전에 초청받은 김복희무용단의 예술감독 겸 무용수로 참여하면서 기록한 사진들을 소개했다.
그 후 3년이 흘렀으니 두 번째 전시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총 30점의 사진을 선보인다. 무용·인물 사진이 25점이다. 무대 위와 무대 밖, 인물의 감정과 움직임의 흔적을 포착한 작업들이다. 동작은 멈췄지만, 사진 속 인물은 여전히 움직이는 듯 보인다.
모노크롬 풍경 사진 5점도 전시된다. 자연과 도시를 흑백으로 압축한 사유적 풍경들이다. 인물·무용 사진과 대비되며, 작가의 내면적 시선을 드러낸다.
무용가의 몸에서 출발한 시선은 타인의 몸을 지나 풍경으로 확장되며, 사진이라는 매체 안에서 하나의 ‘결’로 정리된다.
손관중은 말한다. “이 전시는 단순한 장르 확장이 아니다. 무용과 사진이 만나는 지점에서 예술가의 다중적 정체성과 동시대 예술의 융합 가능성을 고민한다”라고. 이어 그는 “몸으로 세계를 이해해온 예술가가 이번에는 시선으로 세계를 해석한다”며 “ ‘몸의 감각, 세 개의 결’은 무용가의 고백이자, 사진계에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다”라고 강조했다.
/kim67@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