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아트페어 '2025서울아트쇼'가 열리고 있다.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올해도 ‘모두를 위한 예술(Art for All)’이 펼쳐졌다. 국내외 갤러리 150여 곳이 참여해 현대 미술의 최신 흐름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서울 아트쇼 2025’가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개막됐다.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서울 아트쇼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최되는 특징 때문에 연말을 대표하는 서울 최고의 문화 축제로서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 미술 시장의 열기를 실감할 수 있고, 또한 대중과 예술이 만나는 가장 활발한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서울 아트쇼는 기본적으로 많은 갤러리와 작가들이 참여해 아트페어의 성격을 지니면서도, 주목할 만한 특별전을 쉬지 않고 기획해 왔다. 서울 아트쇼 공동감독인 김종근 평론가와 국경오 작가의 힘이다.

이번 아트쇼도 콘텐츠 차별화와 전문성에 주목했다. 먼저 그동안 특별전으로 지속해왔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를 업그레이드했다. 조금 더 근원적인 한국미술의 다양하고 혁신적인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김환기, 이중섭, 백남준, 천경자, 김구림, 이우환 등의 유명 작가를 선정해 기획전을 준비했다. 이중섭의 미공개 작품도 소개한다.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에는 자연스러움 속의 소박함, 비정형의 아름다움, 그리고 전통을 바탕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끊임없는 실험과 창의성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고유한 정체성이 가득하다. 즉 한국 고유의 미학적 아이덴티티를 대표하는 작가와 그 특징은 시대와 장르를 초월해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환기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달, 산, 새, 항아리 등 한국의 전통적 소재를 단순화하고 점화(點畵)로 발전시켰다.

이중섭은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로, 특히 ‘소’ 그림으로 유명하다. 향토적이고 민족적인 화풍과 더불어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작품들을 남겼다.

이우환은 일본의 예술운동인 모노하(物派)를 이끈 핵심 인물이자 한국 단색화의 거장이다. 모노하는 돌·나무·흙·철판·유리·종이 등 일상적이고 비가공적인 재료를 사용해 관계와 만남의 의미를 찾는 일본의 미술운동이다.

백남준은 한국 태생의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작곡가, 전위 예술가다. 텔레비전과 기술 매체를 예술 작품에 통합해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또한 김구림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영원한 아방가르드’ 또는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중요한 예술가다. 그는 회화, 조각, 설치미술뿐만 아니라 영화, 무용, 연극, 퍼포먼스까지 아우르는 총체적인 예술가다.

천경자는 ‘뱀’ ‘미인도’ 등의 작품을 통해 독특한 컬러감을 뽐낸 작가다. 환상적인 세계관을 결합시틴 짙은 색깔의 채색화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한국미술의 오리지널리티’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를 열어가고 확장시키고 있는 작가들로 꾸민 ‘김창렬에서 하태임까지’도 놓쳐서는 안된다. 이들의 작품은 서구의 미니멀리즘과는 달리, 수행자적 태도로 재료의 물성을 탐구하고 정신성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김창렬, 한국적 모노크롬 회화인 단색화를 세계에 알린 박서보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종현 작가는 캔버스 뒷면에서 앞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독창적 기법인 ‘접합(Conjunction)’ 연작을 선보인다. 서양 회화의 평면성을 거부하고 재료의 물리적 특성을 극대화하며, 마대 자루 등 재료를 사용해 한국적인 소박함과 물성을 탐구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밖에도 이강소는 오리, 배, 사슴 등 특정 형상을 붓 한 번으로 간결하게 그려내는 회화로 유명하다. 최소한의 붓질과 넉넉한 여백은 동양의 선(禪) 사상과 맞닿아 있으며 자연스러움과 즉흥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적 모노크롬과 포스트 단색화의 김태호, 한국의 1세대 행위 예술가로 ‘신체 드로잉’ ‘장소의 논리’ 등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한국 현대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인 이건용, 유럽의 전원 풍경과 추상적 색면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일상 풍경을 재구성한 송인헌, 사물과 꽃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달콤한 꽃이 화가 최지윤이 참여하고 있다.

흙·돌·나무·철 등의 물질에서부터 물질 간 관계의 상징성을 드러내는 모더니즘 조각가이자 평면화가 심문섭, 기하학적 그리드 세계의 독창적인 작가 김재관, 명화·오브제·시간과 공간을 결합해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독창적 예술 세계를 구축해온 한만영, 대표적인 극사실주의 및 초현실주의 화가로 환영과 실재의 경계를 탐구하는 독창적인 작가 고영훈, 평범한 벽돌의 풍경을 독특한 실체로 변화시키는 김강용, ‘숯’이라는 재료로 동양적 미학과 근원적 에너지 그리고 한국적 정체성을 흑백의 절제된 미로 선보이는 이배 등의 작품도 팬들을 사로잡는다.

추상 미술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특히 1980년대 한국 민중미술 진영에서 전통적인 구상 회화와 차별화하며 현실을 투명하게 반영하고 시대적 메시지를 전달한 작가가 이흥덕이다. 그의 분신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김창열에서 하태임까지’로 이어지는 흐름은 한국 현대미술이 서구의 영향을 수용하면서도 한국 고유의 정체성과 미학, 그리고 미술의 흐름을 어떻게 독자적인 조형 언어로 발전시켜 왔는지를 폭넓게 보여준다.

김창열이 물방울이라는 보편적인 이미지를 통해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던졌다면, 하태임은 색채와 조형이라는 순수 회화의 기본 요소에 집중하며 한국 특유의 밝고 경쾌한 미감을 현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서울 아트쇼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각각 재료와 형식은 다르지만,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깊은 정신성을 추구하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승화시킨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은 추상에서 구상, 다시 한국 고유의 색채와 조형성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음을 한눈에 설명해 주고 있다.

또 하나의 특별전은 ‘한일 미술 교류 60년 전’이다. 1945년 이후 한일 미술 교류는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초월해 양국 국민이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교류 수단이었다. 작품을 통해 상대국의 역사와 전통, 현대 사회의 단면을 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문화적 감수성을 넓히고 편견을 줄이는 데 이바지했다.

이 전시를 계기로 미술 시장의 상호 진출 확대로 일본 갤러리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일본 작가들이 한국에서 전시하는 상업적인 교류도 더욱 기대할 만하다.

한국과 일본의 작가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해 왔는데 백남준, 이우환과 같은 거장들이 일본 작가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예술 사조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한 것처럼 한일 60주년 교류전이 양국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제공해 예술적 창의성과 다원성을 증진시키길 희망한다.

이번 서울 아트쇼에도 쿠사마 야요이를 비롯해 요시토모 나라, 무라카미 다카시, 다카시 겐지, 이우환, 이건용, 이종상, 이승택, 이일호 작가들이 한일 교류 전시를 빛나게 해준다.

그리고 해마다 기획된 ‘스컵처 가든’에는 국경오, 권창남, 이상길, 김성헌, 박찬걸, 양태근 등 주목받는 한국의 입체 작가들이 참여한다.

이외에도 갤러리들에서는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제프쿤스, 알렉스 카츠, 줄리앙 오피, 우고 론디론네 등의 귀한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인다.

김종근 감독은 “서울 아트쇼는 앞으로도 차별화된 콘텐츠로 특별전을 기획해 한국 현대미술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알리며 관람객들에게 폭넓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해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외 유수의 갤러리와 유명 작가들이 아트쇼에 참여해 국제미술시장의 중심이 되도록 할 것이며 한국미술시장을 성장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다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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