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니스트 이노경이 한국 전통 기악 독주 형식인 산조를 피아노라는 서양 악기를 통해 새롭게 해석한 싱글 앨범 ‘PIANO SANJO(피아노 산조)’를 발매한다. ⓒ이노경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재즈 피아니스트 이노경은 도전하는 아티스트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항상 새로운 곳을 향해 ‘자발적으로’ 흘러간다. 그는 그동안 전통과 현대, 장르와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피아노·장구·베이스로 구성된 새로운 형태의 피아노 트리오 앨범 ‘Matchmaker’(2010)를 통해 국악 리듬과 재즈의 결합을 시도했으며, 태평소·피리·판소리, 그리고 랩까지 가세한 국악 재즈 성향의 ‘I‑Tori’(2012)에서는 보다 확장된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또한 판소리 이상화·서해인과 함께 동요를 새롭게 편곡한 솔로·듀오앨범 ‘Children’s Songs’(2021)를 통해 전통 성악과 일상의 노래를 재즈적 언어로 풀어내기도 했다.
이노경이 뉴 챌린지에 나섰다. 한국 전통 기악 독주 형식인 산조를 피아노라는 서양 악기를 통해 새롭게 해석한 싱글 앨범 ‘PIANO SANJO(피아노 산조)’를 오는 16일 발매한다. 이번 음반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산조(散調)는 본래 느린 장단에서 시작해 점차 속도가 빨라지는 구조를 가지며, 연주자의 즉흥성과 서사가 응축된 한국 전통음악의 대표적인 독주 양식이다. 느림과 빠름, 긴장과 해소가 한 곡 안에서 자연스럽게 축적되며, 연주자는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노경이 직접 작곡한 이 곡은 산조의 기본 형식을 충실히 따르되 피아노의 음색과 화성, 리듬적 가능성을 7분40초 동안 적극적으로 확장한다. 낯선 듯 끌린다. 곡은 서서히 고조되는 산조 특유의 구조를 유지하며, 중간부에는 칠채 리듬을 삽입해 리듬적 전환과 긴장감을 더한다.
칠채는 7박으로 이루어진 한국 전통 리듬 구조로, 규칙적인 박 속에서 미묘한 흔들림과 추진력을 만들어내며, 이 곡에서는 피아노의 반복적 패턴과 변주를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다.
이노경의 피아노 산조 싱글은 장르의 결합을 넘어 형식 자체를 재사유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피아노는 이 곡에서 단순한 서양 악기가 아니라 산조의 호흡과 장단, 즉흥성을 담아내는 하나의 ‘몸’이 된다.
전통과 현대, 즉흥과 구조, 국악과 재즈 사이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온 이노경의 이번 작업은, 앞으로 펼쳐질 그의 음악적 여정에 대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예고편이다. 피아노로 풀어낸 산조의 현재형이자, 그 다음 가능성을 함께 기대해본다.
이노경은 버클리 음대에서 Jazz Piano Performance를 전공하고, 뉴욕 퀸즈 칼리지에서 Jazz Studies 석사를 마쳤다.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편곡자로서, 재즈를 기반으로 트로트와 국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서로 다른 음악 언어의 결합을 통해 음악의 치유적 역할과 새로운 사운드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험해왔다. 현재는 고려대학교 영상문화학 박사과정에서 소리와 언어, 음악의 시각화를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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